VR테마파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시뮬레이터 기반의 VR어트랙션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실내 VR체험시설을 보면 VR어트랙션과 VR워킹(VR Walking 또는 LBVR: Location Based VR), VR룸스케일, 360VR, VR 시어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HMD를 착용하고 즐기는 시뮬레이터 기반의 VR어트랙션 비중이 50%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 시뮬레이터 기반의 VR어트랙션이 가장 우수한 VR구현방식일까?
하지만 실제로 VR을 체험한 고객의 반응은 좀 다르다. VR어트랙션은 VR테마파크를 방문하면 체험해 보고 싶은 첫번째 아이템인것 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초 경험할 때의 놀라운 감흥이 두번째 세번째 기기 탑승에선 급격하게 떨어져 오히려 어지러움과 피로감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다. 이유는 분명하다. 시뮬레이터와 시야에 나타난 콘텐츠의 불일치에서 오는 괴리감과 시중에 보급되어 있는 HMD의 하드웨어적 기능의 한계가 첫번째 원인이고 시뮬레이터 기반의 VR어트랙션을 사용자가 직접 콘트롤 한다는 느낌보단 가상 세상 속에서 수동적으로 체험되어진다는 것이 흥미를 떨어뜨리는 두번째 이유다. 그로 인해 급격하게 떨어진 감흥에 반복되는 과격한 모션이 오히려 피로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기당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에 가까운 도입 비용도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이유다.
VR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은 가장 타보고 싶어하지만 한번 타고 나면 다시 비용을 내고 다시 타고 싶지 않기때문에 재구매율이 떨어져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매장의 고민거리가 된다. ‘VR이 곧 VR시뮬레이터’ 라는 인식과 VR 미경험자의 대부분은 VR어트랙션의 체험을 기대한다. 효과적 마케팅을 펼치려면 고객이 기대하는 콘텐츠를 부각시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은 상태에서 당장 비중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VR어트랙션 기기는 척박한 VR산업을 열어가는데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재방문과 긍정적인 VR경험 확산을 위해선 보다 능동적인 VR플레이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시뮬레이터는 가상세상에서의 움직임을 보다 실제처럼 체감하게 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현재 VR어트랙션의 비중이 높은 매장은 경험이 부족한 고객의 기대에 때문에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매출은 더이상 늘지 않아 언제 비중을 줄여야 할까 고민에 빠져 있다.
VR워킹, 몰입감 최고! 그렇지만 너무 비싼 이용료
그에 비해 직접적 움직임이 강한 워킹 방식의 VR워킹은 실제로 가상 세상에서의 활동이 체감되어 만족감이 높다. 장비 착용과 함께 가상전투로 투입되는 설정과 실제 몸을 움직여 벌이는 전투의 사실감은 플레이하는 약 15분동안 완전히 가상전투에 몰입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의 VR체험시설에 워킹방식이 정답일까? 그렇지는 않은 의견이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워킹방식의 VR은 일반적으로 10미터*10미터 정도의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데 평균 2인~4인이 플레이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고 센서를 비롯한 하드웨어장비와 콘텐츠의 비용이 가장 높다.
해외 수입콘텐츠의 경우 5억원 정도의 구축비용이 들고 국내 제작된 유명한 VR워킹의 경우도 약 3억원에서 최소 2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장비 착용과 플레이시간도 길기 때문에 사용자의 회전율도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요금도 1만5천원에서 2만원 정도의 높은 금액을 책정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좋지 않다. 또한, VR워킹 역시 VR시뮬레이터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한정한 체험방식의 콘텐츠라는 가장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VR워킹방식의 콘텐츠는 지정된 공간내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데 이용자 회전을 고려하면 콘텐츠의 플레이 시간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 하므로 몰입감이 좋고 어지러움증 같은 VR멀미는 없지만 결국 일회의 단편적 체험일 수 밖에 없고 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VR콘텐츠라도 1만 5000원에서 2만원의 이용료를 지불하며 똑같은 플레이를 반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VR워킹은 테마파크의 성격에 가장 일치하는 구현 방식이며 유니버셜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의 기존 테마파크의 어트랙션을 VR로 적용했을 때 더 큰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넓은 면적에 더 많은 사용자를 동시에 플레이하게 하거나 짧은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입장시켜 공간에서의 사용자 수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테마파크의 부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여 높은 이용료에 대한 저항을 상쇄시키고, 회전율을 높인다면 고객의 만족도를 보다 높여 훌륭한 VR콘텐츠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VR룸스케일, VR테마파크의 부흥을 견인할 기대주
그렇다면 어떤 것이 앞으로의 주인공이 될까? VR기술과 산업의 전망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이미 그 정답을 알고 있다. VR 산업의 확산과 성장은 룸스케일 방식에서 가장 크게 이루어질 것 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룸스케일 방식은 약 2미터 2미터의 룸 공간 안에서 온몸을 사용하여 플레이하기 때문에 VR워킹방식과 동일한 수준의 우수한 몰입감이 제공되며 스스로 미션을 수행해가는 능동형 전개로 VR콘텐츠와의 일체감이 가장 높다. 싱글 플레이부터 4인이상 협동 플레이도 가능하고 온라인 접속 10인의 PVP 대결방식도 가능하여 플레어의 확장성도 우수하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보여졌던 VR환경과 가장 유사하다. 위의 두가지 방식과의 가장 큰 차이는 완성도 높은 다양한 콘텐츠와 플레이의 연속성이다.
VR룸스케일의 콘텐츠의 제작은 거의 대부분 PC게임 또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VR버전화시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의 완성도가 월등하다. 단품처럼 만들어지는 VR어트랙션과 VR워킹의 콘텐츠제작 방식에 비해 제작 소요 기간과 투입 비용이 훨씬 더 높기때문에 퀄리티의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또한 일회성 체험방식이 아닌 단계별 미션수행 방식임으로 수많은 시도와 난이도에 따른 숙련이 필요한데 이 점은 고객의 도전의식과 경쟁심을 자극하여 재구매를 촉진하는 가장 큰 차이 이다. 수준높은 완성도의 콘텐츠와 혼자서도 친구와 할 수 있는 확장성 그리고 계속되는 미션수행과 그때마다 열리는 새로운 가상세상의 반가움에 지속되어 재구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소요되는 공간도 투자되는 VR시스템 구축비용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하나의 VR룸에서 게임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플레이 할 수 있고 고객의 재방문이 자연스러워져 회원 단위의 고객관리도 가능하다.
또한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중에 하나인 ‘스팀(STEAM)’이 발표한 ‘PC 카페 프로그램’의 VR게임의 상용 라이센스 오픈 정책으로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업계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팀의 모든 VR콘텐츠는 HTC사의 HMD인 VIVE 시스템과 호환 지원되는데 VR의 3차원적 체감에 최고의 완성도를 지닌 콘텐츠를 담게 되어 VR산업 확산의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몇가지의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의 시장상황으로는 중대형 매장 보다는 소형 규모의 VR방에서 운영되어져 지정된 방의 크기가 좁아 플레이 도중 벽을 때리거나 기구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파손과 안전을 위한 정비가 필요하다. 콘텐츠 사용의 권한을 갖지 않고 불법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VR , 이제 시작이다.
세상은 점점 연결되어져 시공의 물리적 한계를 허물고 가상세상과 물리세상의 혼재된 두개의 세상으로 팽창 확장되고 우리의 일상도 가상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VR, 가상현실은 더 이상 우리에게서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상세상의 활동이 일상처럼 익숙해져 지금까지 살아온 물리세상과 함께 공존해서 살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VR 미경험자가 너무 많다. 최근 조사된 통계에서 VR 대중화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사용자 경험의 미숙’을 꼽았다. 한마디로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다. VR시스템 구축비용이 워낙 고가이니 접할 기회가 부족해 VR기기의 작동법이 미숙할 수밖에 없고 현재로써는 체험 또는 게임 위주여서 관심있는 소수의 경험자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VR의 가능성은 과연 게임에만 머물러 젊은 게이머들의 놀이로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게 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4차산업이 혁명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은 더 큰 변화를 예상하기 때문이고 4차산업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바로 ‘가상성’ 이다. 컴퓨터가 배워야 할 것이 아닌 당연히 익혀야 하는 것이 되고 인터넷의 검색과 모바일의 SNS 공유를 모르면 일상이 불편해지고 스마트한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물리세상과 작용하며 살아가게 될 일상에서 VR포탈 또는 VR 커뮤니티를 오가는 것을 당연함으로 여겨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실천은 ‘경험하는 것‘이다. VR을 경험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놀라워 한다. 우려했던 것 보다 VR콘텐츠의 완성도가 높고 사실감이 뛰어나 평면화면에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인터랙션(상호작용)이 실제 HMD속에선 새로운 세상으로 인식할 만큼 훌륭하다. 20여분만 VR경험을 하고 HMD를 벗으면 가상세상에서 현실세상으로 튕겨져 나온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경험을 시작하면 그 몰입감과 재미로 금새 익숙해지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 VR은 게임이든 관람이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