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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밸류업 100’에 편입된 리테일 종목 분석

코스피에서 67개, 코스닥에서 33개 선정

국내 기업 저평가 현상,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중 하나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밸류업 지수)’가 공개됐다. 밸류업은 말 그대로 국내 증시의 가치(Value)를 올리겠다(Up)는 의미다. 이 프로그램은 상장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증대시키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자본시장에 공개하도록 독려하는 게 주요 목표다.

그 중에서도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 지수는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에 성공한 상장 기업 100개를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산운용사에서 ETF를 출시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주가 상승을 유도하여 다시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약속했다.

지수에 편입한 종목은 대규모 투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일본의 경우, 지난해 배당금이 사상 최대치로 기록됐으며, 이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구성종목 100개의 면면을 보면 시장의 예상과는 달랐다.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수익률이 우수한 저평가 산업 위주로 지수가 구성될 것이란 전망과 다르게 산업군별로 종목이 고루 분포됐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지표에 대한 평가를 일정 수치에 대한 절대평가가 아닌, 산업군별 상대평가로 진행했기에 나타난 결과다.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100개의 종목은 까다로운 조건을 통해 선정됐다

먼저 코스피, 코스닥시장을 합쳐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에 든 종목을 지수 심사대상으로 정했다. 다음으로 수익성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2년 연속 적자기업 및 2년 손익 합산 시 적자인 기업을 제외했다. 이후에는 주주환원도를 평가했다.

최근 2년 연속 배당했거나,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을 추렸다. 다음으로 최근 2년 평균 PBR이 산업군별 상위 50% 이내 또는 전체 순위 비율 상위 50% 이내에 속하는 종목을 추출했다. 마지막으로는 최근 2년 평균 ROE가 산업군별로 상위 100개에 해당하는 종목을 골랐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으로 코스피에서 67개, 코스닥에서 33개, 총 100개 종목이 K-밸류업지수에 선정됐다. 업종, 산업군별 분포로 보면 IT·산업재·헬스케어 분야가 전체 종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가 24종목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 20개, 헬스케어 12개, 자유소비재 11개, 금융/부동산 10개 등 순으로 선정됐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를 공개하며 국내 증시 부양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정식 산출 첫 날부터 3% 가까이 하락하며 코스피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기 때문이다.

밸류업 지수가 발표되면서 어떤 종목이 편입됐는지를 두고 증권가의 관심이 컸다

전문가들은 모호한 선정 기준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저평가 기업들의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에 제대로 부합하지 않으며 주주 환원에 인색한 기업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가령 배당수익률 2%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 1회, 매년 6월 선물 만기일 이후 정기적으로 종목을 변경할 예정인 탓에 종목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단 불안감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한국거래소가 지수 공개 이틀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연내 구성 종목 조기 변경 등을 검토할 계획을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다만 밸류업 지수의 가치를 예단하기엔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긴 호흡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겠다고 공언한 만큼 충분히 기다린 이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밸류업 지수, 리테일 산업 사이에서도 관심 집중!
밸류업 지수는 리테일 산업 사이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의 리테일 기업의 주가 흐름은 올해 지지부진했는데, 리테일 종목도 대표적인 저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유통 기업은 부동산 자산이 많은데 반해 수년간 주가가 부진해 PBR이 낮은 대표적인 주식이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1배를 밑돌았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에도 못 미칠만큼 주가가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삼양식품은 해외 수출 증가로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평균 PBR은 0.6배가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대형 리테일 종목의 PBR이 낮다”면서 “가령 이마트는 0.16배, 롯데쇼핑은 0.19배, 현대백화점은 0.23배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은 대부분 오프라인 판매 업체들이다 보니 유형자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구조적으로 밸류에이션 상단이 제한적인 산업인 만큼 저평가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PBR이 낮은 유통 종목이 드디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그래서 유통기업 사이에서도 저평가 우량종목들이 다수 지수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증권사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리테일 종목에서도 몇몇 기업이 선정됐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오뚜기도 해외 수출 실적을 기반으로 호실적을 거뒀지만 주가 상승세는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계열사 중에서는 롯데칠성 만이 유일하게 선정됐다. 유통의 또다른 명가로 꼽히는 CJ 역시 단 한종목도 편입되지 못했다. 주주환원과 자본효율성 등 질적 요건을 적극 반영한 이번 평가에서 주요 유통공룡들이 탈락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들 대신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에 포함된 유통기업으론 F&F와 휠라홀딩스, 한세실업, 오리온, BGF리테일, 동서, 오뚜기, 삼양식품, 롯데칠성 등 총 9개가 있다. 올해 들어 주가가 폭등한 삼양식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종목의 PBR이 1.5배를 밑돌 만큼 저평가를 받고 있었고, 또 실적 전망이 그나마 밝은 기업들이 주로 포함됐다.

삼양식품, 오리온, 동서, 오뚜기 등…K푸드 인기 주도

유통기업 중에선 삼양식품과 오뚜기 등 라면 기업이 2개 편입됐다.

우선 삼양식품과 오리온, 동서, 오뚜기, 롯데칠성음료 등은 안정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는 식품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K푸드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K푸드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잡으며 농식품 수출액이 10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한 73억750만 달러(약 9조6320억원)로 집계됐다.

삼양식품은 올해 K-푸드 열풍을 이끌었다

이는 1~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수출액 상위 품목인 라면과 과자류, 음료, 쌀 가공식품 등의 수출액은 모두 최대 기록을 세웠다. 라면의 올 3분기까지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29.6% 증가한 9억380만 달러로 지난해 한 해 수출액에 다다른 수준이다. 올해 과자류 수출액은 15.5% 늘어난 5억6070만 달러에 이른다.

음료 수출액은 13.6% 증가한 5억570만 달러(약 6666억원)였다.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실적 성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오리온 역시 해외 사업 호조에 따라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롯데칠성은 올해 상반기 해외 실적을 기반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4677억원, 영업이익 24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16.8% 증가한 규모다. 오리온은 채널별 차별화된 영업과 중국, 베트남 영업이익 증가로 호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은 소주 등을 앞세운 해외 사업의 호조로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며 분기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5~9% 안팎의 영업 이익률을 보이고 있는데, 통상 식품기업의 영업 이익률이 3% 미만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평균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경기침체와 고물가 속에서도 밸류업 선정 식품 기업들은 국내와 해외의 내실 있는 성장과 기업 가치 향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은 롯데그룹 중 유일하게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패션 기업 중에선 F&F와 휠라홀딩스, 한세실업 등이 포함됐다. 편입 기대가 크지 않았던 종목이란 점에서 가장 의외의 편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휠라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적극적인 배당 정책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26년까지 배당성향을 50%까지 올리겠다는 배당 정책을 밝힌 바 있다. 올해는 적극적인 배당 정책 뿐만 아니라 5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환원율이 6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세실업과 F&F는 최근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들도 패션 종목 중에선 주주 환원 정책에 적극적이다. F&F는 2024~2026년 배당 및 자사주 취득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20% 이상, 한세실업은 2019년 이후 히스토리컬 주당배당금 500원(배당수익률 2.3%~3.2% 내외)을 주주환원책으로 제시했다.

국내 편의점 ‘빅2’ 중 하나인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GS리테일을 제치고 지수에 편입됐다. BGF리테일은 지주사 BGF와의 인적분할이 이뤄진 이듬해 2018년부터 배당성향을 별도기준 순이익 30%로 정한 후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전개하고 있다.

F&F의 주가는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리테일 산업이 내수 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준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점 역시 BGF리테일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올 상반기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4조156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이익은 5.5% 감소한 1088억원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규모 확대 여력이 높은 편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롯데쇼핑, 기업가치 제고 계획발표…편입 가능성↑

F&F는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의외의 종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번에 빠진 기업도 내년 편입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거래소가 매년 6월 심사를 거쳐 밸류업 지수 종목을 교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내년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이 최근 주주들에게 최소 주당 3500원을 배당하고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유통업계에서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기업은 롯데쇼핑이 처음이었다.

BGF리테일이 업계 1위 GS리테일을 제치고 지수에 포함됐다.

이날 발표된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현재 30% 수준인 주주 환원율은 35%로 확대된다.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당 3500원의 최소 배당금도 도입하기로 했다. 실적 여부를 떠나 최소한 3500원의 주당 배당금은 보장한다는 뜻이다.

배당 절차도 ‘기말 이후 배당액 확정’ 방식에서 ‘선(先) 배당액, 후(後) 배당기준일 확정’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연 1회 지급하는 배당금을 분할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러한 주주 친화 정책을 기반으로 투자자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간다는 방침이다.

BGF리테일이 기업 미래 가치에 대해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모든 유통기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롯데쇼핑은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편입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식품기업 중에선 CJ제일제당과 농심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이지만 이번 밸류업 명단에선 빠졌다. CJ제일제당은 시가총액 기준 국내 1위 기업으로 연 매출액이 30조원에 달하지만 고물가와 바이오 사업 부문이 발목을 잡으면서 실적이 저조했다.

CJ제일제당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했다.

농심 역시 고환율·고물가 영향으로 원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이번 명단에 들지 못했다. 적자를 낸 이마트와 신세계그룹 역시 적극적인 구조 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지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저력이 있는 기업이다.

패션기업 중에선 영원무역과 한섬, LF, 감성코퍼레이션 등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꼽았다. 아웃도어 업체인 감성코퍼레이션은 2024~2026년 사업연도 실적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올해 상반기에 공시했다.

신세계그룹 내 어떤 계열사도 밸류업지수에 포함된 곳은 없었다.

7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배당 등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감성코퍼레이션을 섬유·의류 업종 중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분류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들이 오랜 기간 주가가 낮았던 이유는 외형 성장이 구조적으로 둔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며 “재무 건전성이 다소 취약한 건 맞지만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만년 저평가 종목이란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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