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와 브라운관의 가장 뜨거운 아이콘은 바로 백종원 대표와 그의 사업체인 더본코리아다. 백종원 대표는 넷플릭스 흥행 콘텐츠 글로벌 1위에 등극한 ‘흑백요리사’를 이끌었다.
지난 9월 넷플릭스를 통해 첫 공개된 ‘흑백요리사’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재야의 고수 ‘흑수저’요리사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었다.
당시 백종원 대표는 안성재 셰프와 함께 심사위원으로서 수많은 ‘밈(meme·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행동·양식, 혹은 이미지나 영상)’을 탄생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안대로 눈을 가리고 참가자들 요리를 평가한 장면은 백미였다.

이 콘텐츠는 공개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백 대표는 최근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의 출연도 확정했다. 백 대표가 이끄는 기업 더본코리아도 놀라운 성과를 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다시 상장에 도전해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8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10월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절차를 순조롭게 밟았다. 더본코리아는 기관 투자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2만8000원)을 넘긴 3만4000원에 정해지고 일반청약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흥행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 11월 6일 최종 증시에 상장한 더본코리아의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상장 첫날 더본코리아는 공모가(3만4000원)보다 51.18%(1만7000원) 상승한 5만1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435억원으로, 지분 60.78%를 보유한 최대주주 백 대표의 주식 가치는 약 4520억원에 달한다.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에는 실패했지만 장 초반에는 공모가 대비 89.71% 상승한 6만 4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더본코리아의 이날 거래량은 약 1846만주로 전체 코스피 종목 중 거래량 5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 투자자들,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펼칠 활약에 예의 주시

이튿날엔 회사 주가가 5만17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8일과 11일 연속 10%대 하락하며, 지난 11일에는 4만14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후 12일에는 15%대 오르며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13일 다시 7%대 하락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도 흐름이 나쁘진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 종목 가운데는 상장 직후부터 주가가 줄줄이 하락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면서 “투기성 공모주 투자 분위기가 만연해진 상황에서 더본코리아는 꽤 괜찮은 출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펼칠 활약에 관심을 쏟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1994년 설립해 외식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빽다방과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역전우동 등 25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290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더본호텔을 통해 호텔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해외 시장의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등 14개국 149개의 직가맹점포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107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지분 60.78%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백종원 대표는 IPO 간담회를 통해 증시 상장을 꾀해 얻은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청사진을 직접 자신의 입으로 밝힌 바 있다. 첫 번째 목표는 인수·합병(M&A)이다.
백 대표는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서는 원가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1차 소스류 생산 기업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유통망을 갖췄지만 인지도 낮은 기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식 관련 소스의 기반이 되는 1차 소스류를 생산하는 기업을 인수해 원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두 번째 목표는 글로벌 시장 확대다. 현재 더본코리아는 14개 국가에서 149개 직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백 대표는 “상장 후 국내 매장 수는 최근의 완만한 상승 곡선을 유지하고, K-푸드 관심이 높아진 해외에서는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이어 “향후 마스터프랜차이즈(MF) 전략으로 해외 프랜차이즈 진출 동력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 해외 굴지의 유통회사와 식품회사들이 회사에 접촉해 오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백 대표는 특히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백 대표가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의지를 내비쳤던 ‘지역 개발 및 축제 사업 개발’도 새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백 대표는 “지역 발전을 위해 30개 이상 지방자치단체와 용역 계약 체결했고 관련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지역은 지적재산권(IP)을 토대로 축제를 개발해주는 방식이며 지역 관련 사업 규모가 현재 더본코리아가 하고 있는 모든 사업을 합친 것 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더본코리아는 가정간편식(HMR), 가공식품, 간편 소스 등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급하는 유통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맹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군 급식, 기업급식(식자재공급) 등 기업 간 거래(B2B) 유통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앞서 1월 국방부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후 2025년 2월까지 우선시범부대를 통해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 대표는 “상장의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유통 사업”이라며 “3년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2년전부터 홈쇼핑에서는 괄목할 만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더본코리아의 매출 84.4%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서 발생
실제로 이렇게만 되면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의 미래는 장밋빛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더본코리아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반의 회사다. 호텔업도 하고 유통업도 하고 있지만,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의 비중이 너무 크다.

올해 상반기 기준 더본코리아의 매출 84.4%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발생했다. 유통사업 매출 비중은 13.7%, 호텔사업은 1.9%에 그쳤다.
문제는 한국 증시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제대로 성장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당장 상장에 성공한 기업조차 몇 개 없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업체 중에서 IPO에 성공한 곳은 생맥주 체인점 ‘쪼끼쪼끼’로 잘 알려진 태창로파스, 할리스커피를 운영하던 할리스에프앤비,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던 대산F&B, 맘스터치의 맘스터치앤컴퍼니, 연안식당, 마포갈매기로 유명한 디딤E&F, 교촌치킨을 전개하는 교촌에프앤비 등이 전부다.

그런데 이중 현재 시점에서 증시에 살아남은 기업은 교촌에프앤비 뿐이다. 나머지는 횡령이나 배임, 가맹점 갑질 논란 등 각종 오너리스크에 휘말리거나 실적이 크게 곤두박질 치면서 시장에 퇴출되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있다.
그나마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부동의 1위 교촌에프앤비가 버티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 회사는 2020년 11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코스피 직상장에 성공했다. 앞서 언급했던 회사들은 우회상장을 꾀했는데, 프랜차이즈 업체이면서도 당당히 시장에 입성한 셈이다. 그런데 현재 교촌에프앤비의 주가는 8000~90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0년 11월12일 상장하면서 기록한 고점(3만1000원) 대비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상장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끌어 모았음에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탓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교촌치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50억원과 248억원을 기록했는데,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수치였다. 경쟁사인 BBQ와 bhc의 매출이 같은 기간 증가하면서 그사이 업계 1위 자리도 빼앗겼고 지금은 업계 3위로 전락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성공한 회사가 많다는 걸 고려하면 의외의 현상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일반 소비자와 대중에게 특히 관심이 높다. 별다른 기술 없이 퇴직한 은퇴자들에게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동아줄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전국 어디서나 우수하고 균질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다.

◇ 가맹본부와 가맹점 마찰…시간 갈수록 커져가는 분위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창업을 문의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면서 “외식업 경력이나 특별한 기술 없이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증시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이 인기가 없는 건 단적으로 전형적인 내수사업이기 때문이다. 업종이 지나치게 외식업에 편중되어 있고, 내수 시장 위주로 과당경쟁을 벌이다 보니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특히 세계 각국과 비교하면 그렇다. 2022년 기준 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3.5%로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39개국 중 7위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국가는 콜롬비아(53.1%), 브라질(32.1%), 멕시코(31.8%), 그리스(30.3%), 튀르키예(30.2%) 등이었다.
다행히 올해 들어 자영업자 비중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월평균 자영업자 수는 563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9.7%를 기록했다. 196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63년 37.2%에 달했던 자영업자 비중은 1989년 28.8%, 2003년 27.3%, 2023년 20.0%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1~8월 기준) 처음으로 20%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기준 자영업자 비중도 20%에 못 미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침체를 이겨내지 못한 채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런 국면에서 가맹비를 비롯한 초기 창업 비용을 내야 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워낙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이 크지 않다 보니 가맹본사의 수익성도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본사와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마찰은 갈수록 늘어나는 분위기다. 가맹점주가 모여 집회를 열고, 공정위에 가맹본부를 신고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가맹점이 제 목소리를 내고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반면 본사는 “점주만 보호하는 규제가 너무 많아 사업을 영위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이 사회적으로 불거지면,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고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번지게 된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 요구보다 더 무서운 게 소비자 불매 운동”이라면서 “요즘엔 부정적인 인식이 한 번 생기기 시작하면 SNS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불매운동이 퍼져 본사와 가맹점 둘 다 공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주 민감한 이슈에도 반응하는 증시와 투자자들을 고려하면, 이런 문제가 커지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더본코리아 역시 이런 악재를 겪었다. 지난 6월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연돈볼카츠’ 점주들이 본사를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는 “더본코리아가 허위·과장 광고로 가맹점을 모집하고 매출 감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점주들이 공정위에 더본코리아를 신고했고, 공정위는 지난 9월 더본코리아 본사를 현장조사했다. 공정위는 현재 더본코리아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 기업가치 인정받기 위해서는…브랜드 가치 입증, 성장성 제시해야
사실 이러한 갈등은 가맹본사가 가맹점주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본사는 매출을 높이려면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리거나 가맹점의 매출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매장을 많이 열게 되면 개별 가맹점의 영업권이 줄어들어 결국 가맹점 매출은 줄어들게 된다. 아무리 잘나가는 브랜드도 포화상태가 되면 더 이상 매장을 열 수 없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려면 재료비 같은 유통비용에서 마진을 높여야 하는데, 그랬다간 점주들의 이익이 감소한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더본코리아는 IPO를 진행하면서 비교 대상 기업에는 CJ씨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 모두 식품 제조기업을 선정했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 15.78배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산정했다. 더본코리아가 향후 식품 제조기업으로 탈바꿈할 순 있어도, 그건 미래의 일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 회사의 매출 대부분은 가맹점주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과연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무덤인 한국 증시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특성상 더본코리아 자체의 메리트는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유명 브랜드인 ‘새마을식당’이나 ‘한신포차’의 점포 수가 감소하고 있다.
결국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를 입증하고 성장성을 제고해야 한다. 관건은 ‘백종원 대표의 인기가 어디까지 통하느냐’다. 더본코리아의 수많은 브랜드는 방송인 백종원 대표가 구축한 좋은 이미지로 수혜를 입었다.

10년 동안 백종원이 거쳐간 고정 출연 방송은 수십 개에 달한다. 어지간한 전문 방송인 못지않은 숫자다. 최근 백종원 대표가 출연한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인기 몰이를 지속하면, 회사의 성장성도 달라질 수 있다.
백 대표가 IPO 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대로 해외시장과 식품 사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방송인 백종원의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해졌다. 가맹사업의 고질병을 넘어 더본코리아의 주가가 순항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