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5월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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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서 틱톡커 촬영지로 전락, 세계 1위 ‘K면세점’의 민낯

매출 급감·따이공 의존에 명품 철수, 코로나 이후도 장담 못해

“솔직히 메르스나 사드 배치 이슈 때 매출이 급락해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여겼다. 잠시 부진하다 말겠지란 생각이 컸다. 그런대로 버티고 지나갔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은 다르다. 언제 종식될지도 모를뿐더러 이 사태가 끝난다고 한들 2010년 중반 때의 호황만큼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중국 보따리상은 면세점이 아닌 다른 채널을 통해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최근 만난 서울 시내면세점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한국 면세점 시장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곳곳에서 악재만이 가득하다. 루이비통, 샤넬 등 프리미엄 명품 브랜드가 시내면세점을 줄줄이 떠나고 있는 게 가장 뼈아픈 소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3월 말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앞서 루이비통은 지난 1월 1일부로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문을 닫았다. 앞으로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 잠실 월드타워점 매장이 영업 종료를 예고했다. 고가 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이미 지난해 말로 모든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했다.

두타는 실적 악화로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길어진 코로나19 사태 속에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은 96만7000명으로, 이중 관광 목적 외국인은 전체의 21.9%에 불과한 21만 2000명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과 비교해도 12.8%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5% 정도에 불과했다.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해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면세업계는 24조8586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2020년엔 15조5051억원으로 반토막 가까이 매출이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18조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용고객이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5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는 건 한국 면세산업의 위기를 잘 보여주는 수치다.

두타가 반납한 시내면세점 특허권은 현대백화점이 이어받았다.

일부에선 이런 위기를 두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고 일축한다. 명품 매장이 짐을 싼다고 해서 당장 매출이 고꾸라지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 대부분은 중국 보따리상이 구입하는 화장품 부분에서 발생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준 루이비통 등을 포함한 명품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매장 철수는 매출 감소보다 더 큰 위협이 자리 잡고 있다는 시각이다. 바로 매출 기준 글로벌 1위를 차지했던 국내 면세점 시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한번 실추한 위상을 다시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례로 샤넬코리아가 일부 면세점 철수 결정을 내리면서 밝힌 설명을 살펴보면 샤넬은 “일부 면세점 철수는 회사 전반적인 경영 안정성과 직원들의 상황을 고려해 면밀히 검토한 후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서울 시내와 공항 면세 사업에만 영업을 집중해 샤넬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선의 부티크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써 가치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한국 면세점 전체 영업 유지가 매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데도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명품 브랜드가 앞다퉈 입점하려고 했던 국내 면세점 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 ‘황금알 낳는 거위’ 잘 나가던 한국 면세점, 날개 없는 추락

롯데면세점은 국내는 물론 해외 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면세점이 유통가의 황금알을 낳는 핫이슈가 된 건 2010년부터다. 이땐 중국인 관광객, 즉 유커가 성장에 큰 몫을 했다. 전세기를 타고 단체로 와서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싹쓸이 쇼핑’을 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해마다 상승했다. 지난 2012년 연 매출액은 총 6조3292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이후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 2016년에는 12조2757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에는 14조4684억원, 2018년엔 18조 9602억원으로 조사됐다.

예전엔 면세사업이 정부가 관리하고 관세청이 주무부처로 있는 허가 사업이라 진입장벽이 높았다. 이후 관세법상 면세점 허가권에 대한 규정이 바뀌면서 시장 진입을 기다리던 기업들에게 기회가 생겼다. 과거엔 운영 중인 면세점에 대해

매 10년마다 재심사하는 방식이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사업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의무 입찰제’가 도입됐다. 어떤 면세점이든 5년마다 현재 운영자를 포함한 신청자 전원이 공개경쟁을 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지난해 폐업했다.

이로 인해 여유 있는 대기업들이 ‘돈 되는’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2015년 시내면세점 신규 면허 입찰 경쟁에 수많은 기업들이 몰렸던 게 단적인 사례다. 당시 국내 면세점 매출의 절반을 단지 시내면세점 6곳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통 공룡들은 시내면세점 면허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시내면세점은 임대료 절감 효과도 상당했다. 인천이나 김포국제공항의 경우 임대료를 높게 써내는 사람이 사업권을 갖는 입찰 방식인 반면, 시내면세점은 자기들이 가진 건물에 면세점을 오픈하는 경우가 많아 임대료 부담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면세쇼핑의 메카인 명동에 면세점 건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면세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명동 상권과 인접한 동대문 상권은 롯데와 SK네트웍스가 동시에 승부수를 던졌다. 또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은 용산 아이파크몰을 선택했다.

한화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에 면세점을 유치, 서울 서남권 지역의 관광 진흥 효과를 내겠다고 자신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선정, 유일하게 강남에 터를 잡았다. 이랜드그룹은 후보지로 홍대 입구에 위치한 마포구 서교동 서교자이갤러리 부지로 최종 확정했었다. 이 치열한 경쟁의 최종 승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한화였다. 아울러 기존 사업자인 워커힐면세점보다 점수가 높았던 신세계면세점이 워커힐 몫의 사업권을 따냈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몫의 사업권은 두산이 가져가게 됐다.

◇ 어렵게 따낸 면세점 허가권, 애물단지로 전락 줄줄이 폐점

면세점업계는 실적을 개선을 위해 ‘무착륙 국제여행 마케팅’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권만 따내면 ‘대박’이라고 여겨졌던 면세사업의 현실은 예상 밖의 결과로 치달았다. 현재 새롭게 시내면세점 허가카드를 거머쥔 4개의 매장 중 살아남은 곳은 HDC신라면세점뿐이다.

가장 먼저 발을 뗀 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시내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이었다. 지난 2019년 9월 30일 폐점했다. 2016년 문을 연 지 3년 만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이슈 등이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던 면세점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또한 2016년 4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당초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동대문 입지를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위 두가지 같은 이유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결국 10월에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도 결국 지난해 7월 폐점했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의 매출은 2019년 3조3057억원에서 2020년 1조9030억원으로 57.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아예 적자(-427억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면세업계에 발을 디뎠지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서둘러 발을 빼게 된 셈이다.

공항 면세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지난해 2월 말 면세점 운영을 종료했다. 업계 1·2위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는 제1터미널에서 각각 DF3(롯데)과 DF2·DF4·DF6(신라) 사업권을 운영해왔는데 2월 28일로 계약이 끝났다.

2015년 9월 운영을 시작한 롯데와 신라의 계약 기간은 당초 2020년 8월까지였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데 실패하면서 계약이 6개월 연장됐다. 관세법상 면세점 특허기간은 최대 6개월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 법상 재연장이 불가능한 탓에 롯데와 신라가 철수하게 된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던 DF8과 DF9는 진작 에스엠과 시티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하고 일찌감치 2020년 8월 철수했다.

코로나가 발발하기 이전부터 이들 사업자가 실패한 표면적인 이유는 메르스와 사드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이지만, 업계가 보는 진짜 이유는 다르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면 다른 면세점 사업자도 휘청거려야 했는데, 롯데와 신라 같은 대형 면세점 사업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스와 사드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건 사실이지만, 이때 면세점 업계의 구세주로 등장한 게 ‘따이공’이었다. 따이공은 SNS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한국의 면세품을 공급하는 보따리상이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이후 급증했다.

중국에서 온라인 거래시장이 발달하면서 중국 내 웨이상(모바일 판매상)이 늘었고, 이들의 주문을 받은 따이공이 한국 면세점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 면세업체들은 따이공 덕을 보면서 매년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업체들의 따이공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2019년 따이공 매출 비중은 전체의 80% 수준에 달했다. 2020년엔 아예 90%대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면세점에서 주로 ‘화장품 사재기’에 나선다.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인 소비자들은 여전히 중국 내 유통되는 수입 화장품에 대해 정품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보따리상들은 한국 면세점에서 구매한 제품이 ‘정품’이라는 인증을 통해 폭발적인 구매로 연결시킨 것이다.

◇ 따이공, 성장 주역에서 지금은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전락

공항 면세점은 여행객 감소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2월말 면세점 운영을 종료했다. (인천공항공사 내 면세점)

하지만 따이공이 양날의 검이었다. 따이공이 매출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자, 면세점 업체들은 ‘따이공 유치전’을 벌였다. 결국 이들은 상품이 다양하고 혜택이 큰 대형 면세점으로 몰리면서 대형 면세점만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따이공의 범람은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도 이어졌다. 일반 관광객과 달리, 이들에겐 ‘송객수수료(리베이트)’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객 수수료는 여행객을 유치해온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비용이다. 최근에는 따이공에게 할인·환급 등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관세청에 따르면 송객수수료 규모는 1조원을 웃돈다. 면세점은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타 유통과 달리 상품 매입 등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대량 직매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 말하자면 ‘박리다매’가 기본인 면세 업계에서 이곳저곳 나가는 수수료는 큰 부담이다.

따이공들에겐 큰 폭의 할인 혜택과 함께 알선 수수료뿐 아니라 다른 명목의 수수료 등을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물건을 팔아도 돈이 크게 남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져 악순환이 나타날 공산이 큰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화나 두산이 면세 사업에서 철수한 것도 이 같은 사업 구조 탓에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롯데면세점은 버추얼 피팅룸 도입, 온라인 활성화 등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2 롯데면세점 사이트)

면세사업이 수익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면세점은 일반적으로 매장 운영 사업자가 물건을 선매입해서 판매한다. 팔지 못한 물건은 고스란히 재고로 남아 창고에 쌓인다. 세금이 면제된 상품으로 면세구역 이외의 장소에서 덤핑 처리도 불가능하다. 여기에 판매하는 물건 대부분이 고가의 명품이어서 재고 부담이 더해진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따이공의 입지가 커지면서 B2C 시장이었던 국내 면세점 산업이 B2B로 변했다”면서 “면세점은 기본적으로 국가 관광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쓰여야 하는데,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따이공은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 따이공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상품을 대량 구매한 뒤 중국 소비자에게 이윤을 붙여 되팔거나 짝퉁(가품)을 끼워 파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고급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 반기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진 우리가 상품 경쟁력이 있어서 따이공이 구입해 갔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가격이 흐려져 이마저도 잃어버릴 수 있다”면서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오는 이유가 쇼핑 때문인데 한국보다 자국에서 쇼핑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면 상품 경쟁력이 없어져 관광 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면세점, 새로운 판로 라방 채택, 정부도 규제 완화로 협조 나서

면세점 업계는 매출 성장을 위해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해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 업계도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게 매출을 더욱 높이기 위해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실시간 온라인 방송인 ‘럭스몰 라이브’로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라이브방송을 통해 판매하는 면세품은 수입통관 절차를 모두 거친 제품으로 별도 출국 절차 필요 없이 정기적으로 내수통관 면세품 판매가 가능하다. 이에 라이브 방송을 편성하고, 라이브 방송을 제공하는 여러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라이브커머스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플랫폼이 타오바오의 인기가 떨어지고 중국 틱톡(더우인)이 뜨면서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들도 타오바오에서 더우인으로 플랫폼을 옮겨 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따라서 일명 틱톡커들은 라이브커머스 무대를 면세점부터 일반 로드숍까지 넓히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부도 면세점 업계의 위기감에 동감하며 과감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구매 상한액(5000달러)이 폐지된다. 상한액 폐지는 1979년 제도 도입 이후 43년 만이다.

최근 들어 발길이 끊긴 면세점을 찾는 고객도 다양해지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요새 평일 주간 시간대에 서울 주요 시내면세점을 방문하면 SNS 틱톡을 통한 개인방송을 벌이는 중국인이 부쩍 늘었다”면서 “이들은 따이공처럼 제품을 대거 사들이진 않지만 일반 관광객보단 씀씀이가 커 그나마 반가운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라이브커머스 업체들이 중국 틱톡(더우인)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다른 실적을 내는 사업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명품과 화장품의 인기가 시들해진 틈을 타, 새롭게 부상하는 면세점 상품들이 있다. 한 예로 F&F가 운영하는 ‘MLB’와 ‘디스커버리’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두 브랜드는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MLB의 경우 면세점에 입점한 매장이 10여개에 불과한데도 국내에서 일어나는 브랜드 전체의 연간 매출 절반인 3200억원대가 면세점에서 나올 정도로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제품이 없어서 못 판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따이공이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널디, 아크메드라비 같은 캐주얼 브랜드도 면세점 매출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건 일부 브랜드에서 나타나는 결과로 어디까지나 면세 시장 전체로 보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 면세산업이 기대하는 건 중국인 관광객과 예전 성향의 따이공의 귀환이다. 문제는 이들이 언제까지나 한국 면세점을 활용하기 위해 기다린다고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MLB는 지난해 면세점에서만 매출 3200억원 이상 달성하는 등 기록적인 매출 결과로 면세 유통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매장을 철수한다던 루이비통은 중국 면세점에 추가 매장을 내기로 했다”면서 “최근 중국은 하이난성을 중심으로 면세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지난해엔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글로벌 면세업계 1위로 올라섰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굳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업계의 업황 악화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내 면세점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 시급한 문제는 정부가 면세산업의 발전 방향을 새롭게 정하는데 있다.

정부는 그간 한국 면세산업을 지나치게 단기적인 안목으로 봤다는 지적이다. 별다른 대책 없이 중국인 관광객만 기대하고 판을 벌였다가 큰 코를 다친 셈이다. 이 과정에서 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연간 1조49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면세산업을 키우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외형만 생각했지 그 책임은 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중국 의존도 낮추기’ ‘송객 수수료 지출’ ‘대형 명품 브랜드 유치’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면세사업은 정부의 입김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된다. 잦은 정책 변경으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지난 2015년처럼 이미 관세청이 면세사업 특허권을 남발하면서 시장은 레드오션이 전락했다.

한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한국 면세사업은 양적 성장만 거듭해왔을 뿐 질적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다”면서 “이제라도 코로나19 같은 변수가 등장하거나 경기가 악화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면세업계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당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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