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 화장품 유통은 이른바 본격적인 스핀오프(spin-off)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기존 형태는 유지하지만 새로운 경쟁력을 더한 것을 의미한다.
스핀오프는 원래 영어권에서 라디오 드라마나 텔레비전 드라마 등에서 다른 프로그램이 파생되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외전 또는 속편, 번외편 등으로 번역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외전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본편과 같은 매체로 제작되는 것이 많지만, 다른 매체로 제작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언급된 스핀오프는 브랜드에서 또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고객과 시장으로 확장하고자 할 때 널리 사용되는 개념으로 기존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설명 된 것이다.

그러면서 2024 트렌드 코리아는 스핀오프를 크게 브랜드, 기술, 조직관리, 개인역량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그중 브랜드 스핀오프는 타깃층을 더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또한 기존 브랜드와의 연관성과 함께 명확한 차별성을 제시하고 두 가지가 선순환 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최근 브랜드의 리브랜딩 열풍을 예로 들었다.
실제로 화장품 업계의 경우 최근 설화수를 비롯해 아모스프로페셔널, 마몽드 등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들이 잇달아 리브랜딩에 나서면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 외에도 변화가 필요했던 이니스프리,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도 리브랜딩을 단행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스핀오프는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최근 화장품 유통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 유통의 온라인 진출 및 온라인과 연계한 옴니채널 창출, 홈쇼핑과 온라인유통의 라이브 커머스 진행, 방문판매의 온라인 쇼핑몰 오픈 등 이른바 ‘화장품 유통의 스핀오프’가 확대되며 2024년 본격적인 확산이 전망되고 있다.
2024년 국내 화장품 주요 유통사들에게 이러한 변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브랜드와 같이 기존 타깃 고객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타깃 고객을 더하고, 기존 유통 형태는 유지하면서 유연한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 후원방문판매 기업들의 온라인 시장 진출 활발

우선 변화를 시작 중인 곳은 화장품 인적 판매유통이다. 크게 방문판매와 후원방문판매, 다단계로 구분되는 국내 인적 판매 유통은 코로나 사태와 함께 큰 위기를 맞으면서 고전했던 대표적인 유통 중 하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모임 등 판매영업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제한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판매 사원 이탈 등이 늘면서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던 유통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후원방문판매 기업으로 평가되며 오랜 시간 업계 1, 2위를 차지했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선두 자리를 리만코리아에게 내주기도 했다.
후원방문판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시작한 곳도 리만코리아였다. 리만코리아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2021년과 2022년 업계 1위를 기록하며 인적 판매 업계의 판을 바꾸기도 했다. 지난해 방문 판매법개정으로 후원방문판매업에 온라인몰 운영이 허가되면서 리만코리아가 업계 최초로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한 것이다.

개정된 법률에는 ‘후원방문판매의 방식에 방문뿐만 아니라 후원방문판매업자 등이 개설, 운영하는 사이버몰을 통한 전자거래의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리만코리아는 법 개정에 따른 변화를 예상하고 미리 준비했던 온라인 쇼핑몰을 바로 오픈하며 후원방문판매의 스핀오프의 문을 열었다.
새롭게 오픈한 리만코리아의 공식몰은 대리점과 판매원들에게 고유 링크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한 추천인 제도를 운영해 기존 고객들이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고객들의 접근성과 편리성을 강화하기 위해 간편가입, 정기구매, 간편결제 등을 도입해 신규 고객 창출도 이뤄냈다.
또한 ‘정품 인증제’, ‘제조 이력 확인’ 등의 서비스를 통해 짝퉁 논란을 일소하고 고객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품 확인도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향후 라이브 커머스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도 밝혔다. 반응은 뜨거웠다. 리만코리아 공식몰은 오픈 1주일 만에 누적 방문자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부터 방문판매 채널의 카운셀러들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커머스몰 서비스를 운영하며 적극적인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한 가지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MZ세대 카운셀러가 늘어나면서 2040 카운셀러 육성을 위한 뉴아이콘 프로젝트를 기획해 일에 대한 즐거움과 성장을 위한 실행 등을 지원하고 있다.
1989년 국내 최초로 다단계의 직급 체계를 방문판매에 도입해 일명 ‘신방판(현재 후원방문판매)’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코리아나화장품도 12월부터 후원방문판매 특화 쇼핑몰 ‘라비다샵’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라비다샵에 온라인 회원 가입을 하면 스마트폰·태블릿·PC를 이용해 판매원이자 소비자로서 활동 가능하다. 온라인 회원가입 만으로도 바로 판매원 등록이 돼 시간·장소 제약 없이 제품 판매와 구매가 모두 가능하도록 구축된 것.

또한 판매 실적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 관리도 온라인 환경에서 이뤄진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고객들은 판매원을 통해 제품 구매만 가능하다. 기존 방문판매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판매원 문턱 또한 낮췄다. 판매원 활동에 필요한 최소 실적을 없애고, 출퇴근 없이 활동이 가능하도록 근무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미 직업이 있는 경우에도 N잡러 형태로 겸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주문하면 곧바로 고객에게 배송되는 온라인 주문 시스템 덕분에 재고 부담이 전혀 없는 점 또한 기존 방문판매와 차별화된 점이다. 이들 선두 기업들의 온라인 판매는 2024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경쟁사들도 관련 시장 진출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 올리브영의 대항마들 속속, 시장 재편 예고
코로나 상황 속에서 성장했던 온라인 유통과 코로나 상황 종료 후 다시 성장세로 돌아선 오프라인 유통이 연계된 옴니채널(Omni-Channel) 확대도 관심을 모은다. 옴니채널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유통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된 서비스를 의미한다. 각 유통 채널의 특성을 결합해 어떤 채널에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온라인 유통은 팝업 등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유통들은 로드숍을 중심으로 디지털 영역을 강화하고 타 유통에 전용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로드숍에서 불고 있는 스핀오프 현상이다.
로드숍 중 가장 먼저 옴니채널로 변화를 꾀한 곳은 선두 기업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2021년 본격적인 옴니채널로 변화를 선언한데 이어 2022년부터 대대적인 홍보,마케팅과 옴니채널로 가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등 변화를 추진해 왔다.
자체적인 결제 서비스 구축, 선물하기 서비스, 익일 배달, 자체 물류 시스템 강화, 라이브 커머스, 해외 역직구몰 확대 등 국내 로드숍들이 최근 지향하고 있는 옴니채널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이는 최근 디지털 유통 강화에 나선 원브랜드숍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샤와 더샘, 토니모리 등은 통합몰을 오픈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된 마케팅 등의 활동을 확대하기 시작했으며, MZ 고객 유치 및 고객층 확대를 위한 AI 도입 등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는 초석을 만들었다. 또한 익일 배송 서비스가 크게 확대되면서 최근 주요 온라인몰은 물론, 로드숍들도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공구에 뛰어드는 화장품 로드숍들이 늘고 있으며, 토니모리 등은 자체적인 육성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이니스프리,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 등 다양한 로드숍들이 리브랜딩을 단행한데 이어 MZ세대를 겨냥한 모델 교체, 광고 마케팅 강화 등에 나서며 새로운 변화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변화 움직임은 2024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품의 특성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가 양분화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유통 환경도 극명하게 구분되면서 서로간의 유통 소비자들을 끌어 들이기 위한 전략들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로드숍들의 경우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디지털 강화를 통한 옴니채널 시스템 구축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로드숍의 스핀오프 현상은 타 유통 확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같은 이름을 쓰고 있지만 가맹점들 외에 특정 유통에 전용 브랜드나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는 형태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다수의 원브랜드숍들이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했으며,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에 전용 제품을 공급 중이다.
최근 LG생활건강은 아예 주요 가맹사업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선언하며 브랜드별로 다양한 유통 입점 전개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아직 가맹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가맹점 중심 브랜드가 판매를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2024년도에는 보다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온라인 유통 절대 강자인 쿠팡의 2024년 오프라인 매장 오픈이 예고된 상태로, 최근 인플루언서 전문 기업인 레페리도 소속 뷰티 크리에이터를 내세운 오프라인 매장 진출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지는 등 2024년 로드숍 절대강자 올리브영의 대항마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제품의 스핀오프…다른 영역의 제품으로 진화

스핀오프 현상은 제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전문 제품들과 다른 유형의 제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제품 유형을 확대하는 형태로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유연한 변화를 추진하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를 늘리고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다르다.기존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고객 창출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K-향수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킨케어, 색조 브랜드들이 향수 인기 확산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면 향수 브랜드들이 시그니처 향을 내세운 다른 유형 제품으로 라인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새롭게 시장에 진출한 향수 브랜드들은 향수 외에도 다른 아이템을 추가 출시하며 파이를 키워가는 모습이다.
지난 2023년 부터 MZ세대들의 인디 브랜드 향수가 인기를 모으면서 국내 향수들이 좋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시그니처 향을 내세운 제품 라인업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향수 만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향의 핸드크림과 바디케어, 헤어케어 등의 제품들이 출시되며 새로운 고객 창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향수가 갖는 특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른 유형의 제품(핸드크림, 바디제품 등)을 통해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충성 고객들에게도 제품 사용을 늘려가는 전략이다. 실제로 최근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논픽션, 템버린즈, SW19 등 전문 매장을 통해 향수 외 제품을 확대하고 있으며 온라인 중심 브랜드들도 계속해 라인업 해가는 중이다.
스킨케어 중심의 기업들의 색조 제품 출시도 눈길을 끈다. 최근 지놈앤컴퍼니의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브랜드 유이크는 스킨케어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해 오다 최근 립 케어 제품 2종을 출시하며 관심을 모았다. LG생활건강이 16개 브랜드를 통해 립세린이란 이름으로 스킨케어 기능을 더한 립 케어 제품을 출시하며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국내 새치 커버 샴푸 열풍을 만든 모다모다도 최근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하며 기존 고객들과 다른 고객 창출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또 오가닉포에버의 치약 출시, 이니스프리의 반려견 화장품 론칭 등이 주목 받았다.
같은 툴이지만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메이크업 브러쉬로 유명한 피카소 브러쉬는 지난 2023년 올리브영에 진출하며 메이크업 스파츌라를 출시해 큰 성과를 거둔데 이어 올해는 2종 제품을 추가 출시해 라인업을 구축했다.
메이크업 브러쉬와 다른 유형의 스파츌라 툴을 개발해 큰 인기를 모으면서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을 창출하며 올해 피카소 브러쉬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벌써 누적 판매량이 100만개를 넘어섰을 정도다. 다양한 유사 제품 출시로 신규 시장이 만들어진 것은 물론, 피카소 브러쉬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2024년에도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품 유형에 변화를 줘 비슷하지만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화장품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의 변화는 코로나 상황과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면서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화를 통해 기존 고객은 유지하면서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타깃 연령대를 확대하는 변화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러한 변화 움직임은 2024년에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홈쇼핑, 인적판매, 백화점, 면세점 등 어려웠던 유통들이 빼앗긴 점유율을 다시 찾기 위한 변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