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사회적인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의민족(배민)이 신규 입점 점주에게 포장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2024년 7월부터 책정되는 배민의 포장 중개 수수료율은 6.8%로, 배달 중개 수수료와 동일하다.
가령 2만원짜리 치킨을 포장 주문할 경우, 점주는 1360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식이다. 다만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에 등록된 기존 점주들과 6월 30일까지 가입 승인이 완료된 가게에 대해서는 내년 3월까지 포장 중개 이용료를 면제할 계획이다.

자영업계는 즉각 불만을 터뜨렸다. 포장 주문은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구조인데, 배달과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걸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장 주문에는 배달 관련 서비스가 필요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굳이 수수료를 부과해야 하냐는 주장이다.
고양시 일산에서 도시락 점포를 운영하는 김상훈(46·가명)씨는 “이미 가게 월세에 재료비, 배달 수수료까지 제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에서 포장 수수료까지 추가로 부담하면 대체 어떻게 장사를 하라는 건가”라면서 “결국 우리 입장에선 포장 메뉴도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다만 우아한형제들 측은 해당 정책이 자사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거래이므로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경쟁사인 요기요는 12.5%의 포장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이츠는 내년 3월까지 포장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연장한 상황이지만, 이후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자영업계 사이에서는 아예 포장 주문을 받지 않겠단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면 포장 수수료 부과 시 향후 방침을 묻는 투표에 ‘포장 주문을 삭제한다(53%)’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 포장 수수료가 촉발한 배달앱 논란,일파만파

이렇듯 배달 플랫폼이 자영업계의 뭇매를 맞는 사이, 배달 라이더들에게도 외면 받고 있다. 지난 6월 21일에는 배달 라이더들이 단체 행동을 벌였다. 배달 라이더가 속한 노동조합인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의 운임삭감, 근무조건 일방변경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 우리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면서 “집회 이후에도 게릴라 콜거부, 배민 규탄 백일장, 상점주들의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거리로 나온 배경에는 최근 거세진 배달앱들의 ‘무료 배달’ 경쟁이 있다. 무료 배달 경쟁은 업계 2위 배달앱 업체 ‘쿠팡이츠’가 마케팅 공세를 펼치면서 시작됐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부터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을 시작했다. 업계 1위 배민도 곧바로 맞불을 놨다. 배민은 4월부터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비싼 배달비에 부담을 느껴온 소비자들은 반길만한 정책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라이더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모두 묶음배달 형식만 무료배달이 가능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라이더의 수익 저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이 더 많은 배달을 하게 되면, 이로 인해 연료비, 차량 유지비 등 운영 비용도 덩달아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묶어서 배송하는 배민의 알뜰배달 경우 픽업 요금 서울 기준 1200원, 전달요금 1000원, 100m당 구간 요금 80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기본 배달료가 3000원인 일반 배달보다 수익이 낮다. 이 때문에 라이더들은 기본 배달료가 3000원에서 2200원으로 줄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알뜰배달은 라이더가 동선을 바꿀 수 없고 AI가 정해주는 동선으로 움직여야 한다. 아울러 묶어서 배달할 음식이 없는 경우, 단건으로 배차하고 알뜰배달 요금을 책정하기도 한다. 라이더 입장에선 단건배달을 수익이 적은 알뜰배달로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배달 서비스의 배차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달료 인하로 인해 라이더들이 낮은 운임의 콜을 거부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라이더들 사이에 거부감이 퍼져 2000원짜리 콜은 안 잡는다”며 “이제는 배민을 안 탄다는 라이더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배민B마트의 정책 변경이 라이더들의 불만을 더 키웠다. 배민B마트는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쇼핑몰이다. 식료품뿐만 아니라 생필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며, 주문 직후 배달이 시작된다.
그런데 배민이 배민B마트 라이더들의 배달 수수료 체계를 ‘바로배달’에서 ‘구간배달’로 바꿨다. 바로배달은 기본배달료가 최대 1.9㎞까지 3000~3500원이며 이후 100m당 80원이 추가된다. 반면 구간배달은 기본배달료가 2000원(서울 2200원)이며, 100m당 80원이 붙는다. 거리당 요금은 같지만, 기본 배달료가 사실상 2000원대로 30%가량 감소해 수익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하는 구간 배달은 건당 기본배달료도 2000원대로 낮아진다”며 “이런 약관 변경을 라이더들과 아무런 상의없이 배민이 정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배달기사는 ‘플랫폼 노동자’이기 때문에 근로 기준법 등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근로 기준법상 근로자는 사측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임금·퇴직금 보호, 적정 근로시간 보장, 휴일·휴게시간 보장, 해고 제한 등의 권리를 보장받지만 배달기사는 다르다. 배민의 사례처럼 임금과 직결되는 알고리즘이나 정책을 플랫폼 회사가 맘대로 바꿀 수 있다.
◇ 매출 클수록 배달앱에 내야 하는 수수료도 늘어나

무료 배달은 라이더 업계에서만 원성을 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영업계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배달앱 플랫폼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점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얼핏 무료배달로 주문량이 증가하면, 점주의 매출과 수익도 늘어날 것 같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배달앱들이 무료배달 경쟁을 시작하기 전 점주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점주가 배달비를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민 무료 배달 가게가 되려면 판매액 6.8%(부가세 별도)를 중개 수수료로 내는 ‘배민1플러스’에 가입해야 한다.
판매 가격에 따라 수수료가 늘어나는 ‘정률제’라서 배달을 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런 수수료 체제 안에서는 매출이 클수록 배달앱에 내야 하는 수수료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배민이 정하는 배달비(2500~3300원)까지 점주가 따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기존 한집배달의 경우, 중개수수료 6.8%에 총 배달비 6000원을 점주와 소비자가 나눠 부담하고 배달비 분담률은 점주가 책정했다. 이땐 점주가 마진을 고려해 배달비를 결정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런 선택권이 사라지게 됐다.
쿠팡이츠도 비슷하다. 점주는 중개수수료 9.8%(기본 요금제 기준)에 쿠팡이츠가 설정한 배달비 1900~2900원을 부담하는 ‘스마트 요금제’에 가입해야 무료 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기요 역시 수수료 12.5%에 결제수수료, 부가세 등까지 모두 점주 부담이다. 매출액의 6.8~12.5%에 달하는 높은 중개수수료와 카드결제수수료(3%), 배달비까지 부담하는 점주로선 볼멘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배달앱은 고객에게 무료배달이라며 생색을 내고 있지만, 결국 그 비용이 점주가 지불한 높은 수수료에서 나오는 셈이다. 또다른 자영업자는 “매출대비 이익률이 끽해봐야 15% 안팎인데, 이들이 가져가는 중개수수료가 그 절반에 달한다”면서 “여기에 카드수수료와 배달비를 포함하면 매출의 상당부분이 빠져나가니 왜 장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물론 점주 입장에서는 ‘무료배달’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울트라콜은 월 8만8000원(부가세 포함)을 지불하면, 배달앱에 가게를 노출하고 주문을 연결해주는 정액제 서비스다. 배달은 점주가 직접 하거나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처리하는데, 이른바 ‘가게배달’로 불리는 서비스다. 정액제인 만큼 매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플랫폼에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없다.
하지만 가게배달은 무료배달이 아니란 점에서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울트라콜 요금제를 쓰면 무료배달 가게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당연히 무료배달이 되는 알뜰배달로 몰리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 배달앱들 자영업자들에게 결국 무료배달 비용 전가
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달앱에 대한 불만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배달앱들이 자영업자들에게 결국 무료배달 비용을 전부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배달앱은 점주와 배달기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 1,950명 중 50.1%(977명)는 현재 배달비를 비싼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47.7%(930명)는 적절한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년간(2018~2022년) 주요 배달앱 관련 소비자상담은 172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특히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0.4% 증가한 626건이 접수됐다.

지금은 배달 생태계 모두에게 ‘밉상’으로 찍혔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한국 배달 플랫폼 시장은 디지털 기술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민의 일상과 비즈니스 생태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내 첫 배달앱은 2010년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스토니키즈’가 내놓은 배달통이었다. 이후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이 차례로 생기며 배달앱 시장이 형성됐다.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효율적인 광고 서비스를, 소비자에게는 선택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다양한 음식점의 메뉴를 손쉽게 주문할 수 있게 되자 국민들은 환호했다. 현재는 3강 구도(배민·쿠팡이츠·요기요)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시엔 100여 개까지 늘어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배달앱 시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전성기를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 활동이 줄고, 외식보단 배달을 택하는 사람들이 가파르게 늘어난 덕을 봤다. 실제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9조7000억원에서 2020년 17조3000억원으로 1년 새 78.6% 증가했다. 2021년엔 25조원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택격리 조치로 인해 배달 서비스는 필수 불가결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기에 많은 소비자가 배달 앱을 이용하게 됐고, 이는 배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2020년과 2021년동안 배달 앱의 다운로드 수와 이용률은 급증했고, 많은 소상공인이 배달 서비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배달 서비스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배달 라이더는 유연한 근무시간과 비교적 낮은 진입 장벽 덕분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노동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팬데믹 동안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배달원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 지난해 26조 4326억원
이때만 해도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대학생 취업 선호도 1위 스타트업에 등극하는 등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한국 스타트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사례로 꼽힌다. B급 감성 마케팅과 독특한 기업 문화, 꾸준한 기술 개발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갑자기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악화된 이유는 시장 경쟁이 심화된 탓이 크다. 특히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상위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만년 3위였지만 무료 배달을 앞세워 지난 3월부터 요기요를 제치고 MAU 기준 2위로 올라섰다.
배달앱 시장 성장이 둔화세를 맞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26조 5940억원이던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지난해 26조 4326억원으로 0.6%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7년 이래 첫 역성장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식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비싼 배달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최근의 사회적 갈등은 배달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성장통이다. 배달 플랫폼은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수수료 문제, 노동 환경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달 플랫폼과 자영업계, 라이더 등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협력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달 생태계의 시선이 싸늘한 이유는 또 있다. 점주나 배달 라이더의 수익이 깎였는데, 정작 배달앱 업체들은 막대한 수익을 남기고 있어서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6998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2022년보다 매출은 15.9%, 영업이익은 65.0% 늘었다. 순이익은 5062억원이다. 2022년보다 83.5% 증가했다.
쿠팡이츠 역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2021년 5958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7925억원으로 3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억원 적자에서 77억원 흑자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