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홈플러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기존 대형마트의 장점 위에 창고형 할인점의 강점을 더한 하이브리드형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스페셜’ 지점을 연이어 오픈하고 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슈퍼마켓에서부터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ybrid Discount Store)’를 말한다. 꼭 필요한 만큼 조금씩 구매하는 1인가구 뿐만 아니라 박스 단위의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을 필요로 하는 자영업자나 일반 고객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홈플러스가 새롭게 선보인 신개념 대형마트 모델이다.

홈플러스는 사전 고객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유통 시설은 현재의 대형마트의 모습도, 또한 사업자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전개하는 창고형 할인점도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기존 대형마트에는 도매가격 수준의 대용량 상품이 없고,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반대로 1~2인 가구나 어린 자녀를 둔 소가족이 소비할 수 있는 적정량의 상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창고형할인점의 장점을 융합한 하이브리드형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스페셜’을 런칭한 것이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홈플러스의 기존 지점 중 상권과 고객 특성이 ‘홈플러스 스페셜’ 지점에 맞다고 판단한 곳을 우선 선정한 후 리뉴얼을 통해 재오픈하는 방식이다. 지난 6월 26일 대구점, 27일 서부산점에 이어 7월 12일에는 서울 목동점으로 첫 서울에 지점을 오픈했다. 바로 다음날 13일에는 동대전점을 오픈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낱개와 번들 상품을 모두 준비해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넓은 동선 확보, 구매 상품의 양과 크기에 따라 선택 가능한 두 종류의 카트 운영 등 고객 편의성에 중심을 두고 있어 좋은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진출 첫 지점인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은 국내 유통의 격전지로 불리는 곳으로 주변에 백화점, 대형마트, 창고형할인점, 아웃렛 등이 모두 위치한 곳이다.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은 기존의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양평점’과 직선거리로 불과 1.6km, 롯데마트의 ‘빅마켓 영등포점’과는 약 2.7km 떨어져있지만 이 같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도 충분히 성공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전격 오픈하게 됐다. 우선 상품에서 자신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목동점에 처음으로 스페셜 신선식품 250여종을 시범 운영했는데, 이를 통해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 상승하는 실적을 기록한 점이 성공적 운영을 예상케 했다.
김웅 홈플러스 상품부문장(전무)은 “보다 쾌적한 쇼핑 환경을 조성하고 1~2인 가구의 핵가족이 찾는 소용량 상품부터 가성비 높은 대용량과 상품까지 갖춰 놓은 만큼, 대용량 상품만 판매하는 인근의 창고형 할인점과 경쟁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원한 쇼핑 동선 확보, 카트도 하이브리드형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의 매대 간 간격을 기존 홈플러스 매장보다 많게는 22%까지 늘려 대형 쇼핑카트가 서로 부딪치지 않게끔 고객들의 쇼핑 공간을 넓게 확보했다.
매대 앞에서 카트를 세우고 오랫동안 고민해도 다른 쇼핑객의 카트와 부딪칠 염려가 없어 보다 편안한 쇼핑이 가능해졌다. 카트는 창고형 할인점에서 자주 보게 되는 대용량 카트와 일반 대형마트용 카트 두 종류를 갖춰 하이브리드형 컨셉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전무는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넓어진 동선에 크게 만족한다는 반응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쇼핑 동선이 넓어진 만큼 매대 면적은 과감히 줄였다. 이에 따라 판매 상품 종류도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을 중심으로 기존 2만2000여 종에서 1만7000여 종으로 줄인 것이다.
홈플러스가 자신있게 내놓는 대표상품과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베스트셀링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다 보니 상품 종류가 줄었지만 오히려 필요한 상품을 고르기 수월해져 고객들의 쇼핑 편의성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 매대에는 이미 알려진 대로 상단에는 기존의 대형마트에서 구입 가능한 소용량 낱개포장 상품들이 진열돼 있고, 매대 하단에는 초가성비의 대용량 상품이나 오직 홈플러스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이 중 오직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이는 차별화 상품 수는 2400여 종에 달한다.

진열 횟수 줄여 직원 업무부담 더니 만족도 상승
주류 매대 옆에는 생수와 대용량 휴지 등이 팔레트 위에 진열돼 있다.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생수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대용량 휴지처럼 부피가 큰 상품의 경우에는 고객들이 팔레뜨 내 상품을 모두 구입할 때까지 추가 진열을 자제한다.
유럽의 초저가 슈퍼마켓 체인 ‘알디’와 ‘리들’의 운영방식에서 벤치마킹해 직원의 업무강도를 줄인 것이다. 기존 대형마트에서는 매대에 진열된 상품이 조금만 비어도 점포 직원들이 상품을 채워 넣는 속칭 ‘까대기’ 작업을 수시로 진행해왔는데,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에서는 이런 업무를 대폭 줄이고, 대부분 상품을 박스 단위 진열(RRP·Ready to Retail Package) 또는 팔레트 진열 방식으로 바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창고와 매장을 오가며 4만~5만개 상품을 진열하던 작업 부담이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와 델리, 수산, 축산 매대는 일반 고객들에게도 매장에서 직원들이 빵을 만들고, 수·축산물을 가공·포장하는 모습이 보일 수 있도록 오픈형으로 새 단장했다.
김 전무는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오픈 당시 베이커리의 대표상품 중 하나였던 ‘머핀(6입)’과 ‘디너롤’(모닝빵)이 불과 오후 4시에 당일 물량이 완판됐을 정도로 고객들의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형 대형마트, 대구점·서부산점 110%대 신장
이처럼 홈플러스가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대형마트 모델은 실적으로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실제 6월 27일과 28일 먼저 오픈한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과 서부산점은 오픈 후 지난 8일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3.2% 상승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단순히 매출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은 ‘상품이 많아 보여요’, ‘창고형 할인점에 온 것 같아요.’, ‘쇼핑하기 편하고 가격이 왠지 쌀 것 같아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대구점과 서부산점을 찾은 고객들이 한번에 쇼핑한 금액(객단가)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45%나 높아졌다. 더 많은 고객이 더 오래 머무른 덕분에 더 많은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
홈플러스는 앞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주요 광역도시와 전국 주요 핵심상권을 중심으로 기존 점포들을 빠르게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5월 말까지 10개 점포, 올해 안에는 20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스페셜’은 올해부터 향후 3년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신장률을 목표로 하고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변화하는 대내·외 유통 환경 속에, 고객을 감동시키는 진정한 가치와 우수함으로 다가가겠다는 각오와 집념을 ‘홈플러스 스페셜’에 담았다”며 “전국 곳곳 고객들께 찾아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성공경험을 고객과 협력사, 2만5000명의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밝힌 테넌트 공간을 획기적으로 변경해 선보인다고 밝힌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몰(Mall) ‘코너스’(CORNERS) 역시 오는 12월 첫 점포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변화의 시동을 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