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브랜드를 선택할 때 옷의 컬러를 제일 먼저 봅니다. 그 다음 컬러와 연결되는 옷의 스타일을 살펴보죠. 그리고 인테리어를 보는데, 인테리어가 얼마나 브랜드의 컨셉과 잘 어울리는지, 잘 연결되는지 살펴 보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브랜드의 완성도를 판단할 수 있어요. 컬러와 스타일, 인테리어까지 이들의 연결 정도를 보고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나름 판단합니다.”
강원도에서 14년간 의류 대리점 사업을 해온 황진남 사장은 패션 브랜드의 컬러와 스타일, 인테리어 등을 통해 남다른 시각과 판단으로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한다고 말한다.
황 사장의 첫 패션 대리점 사업은 2004년 시작한 캐주얼 브랜드 ‘폴햄’이다. 우연한 기회에 원주 지역을 지나다가 ‘폴햄’ 매장을 보고, 이 브랜드 대리점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전체 매장 느낌과 파사드, 매장 안의 상품과 인테리어 감도까지 만족스러웠다는 것. 이후 황사장은 아내와 ‘폴햄’ 원주점을 방문해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봤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강릉의 ‘폴햄’ 대리점주가 됐다.
황 사장은 ‘폴햄’ 브랜드의 컬러, 인테리어 감도 뿐만 아니라, 회사의 규모와 안정성까지 모두 꼼꼼하게 챙겼다. 이렇게 뛰어든 첫 패션 대리점사업은 성공했고, 이후 패션 대리점 사업을 계속하게 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이후 황 사장은 2009년 8월에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 대리점을 오픈했다. ‘데상트’ 론칭과 동시에 강릉에 대리점을 오픈한 것. 계약 전 본사 품평회에서 마주한 ‘데상트’는 황 사장의 시각에 완벽한 브랜드였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컬러와 옷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지 살펴봤고, 스포츠 브랜드 컨셉에 잘 들어 맞는지 나름 판단해 본 것이다. 여기에 인테리어와 동선, VMD까지 세세하게 살펴 봤다고 한다. “‘데상트’ 브랜드의 신규 론칭 품평회 때 보고 만족스러웠어요. 상품과 컬러, 전체 컨셉과 인테리어 감도까지 모든 게 완벽해 보였죠. 근데 막상 ‘데상트’ 대리점을 오픈한 후 매출이 너무 안 나오는 거예요.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늘 잘 될 것 이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었죠. 품평회 때 꼼꼼하게 살펴본 ‘데상트’는 성공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었으니까요.”
결국 1년이 지난 후부터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짧은 기간 스포츠 브랜드 상위권 대열에 오를 정도로 크게 성장하게 됐다. 황 사장은 자신의 판단으로 무엇인가에 대해 확신을 갖고, 이것을 선택해 성공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데상트’라고 말한다.
황 사장은 ‘데상트’의 인지도가 오르면서 고객집객이 늘고,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스타일 수가 증가하다 보니, 매장이 좁아 더 큰 매장이 필요하게 됐다. 결국 매장 확장 계획을 세우고 강릉내 점포를 알아 보던 중 이 참에 아예 건물을 매입하는 게 더 낫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마침 상권의 메인 위치에 적당한 크기의 건물이 나왔고, 이를 매입한 황 사장은 이곳으로 ‘데상트’ 대리점을 이전해 확장 오픈했다. 황 사장의 이 같은 결정은 ‘데상트’의 매출 증가와 함께 짧은 기간 건물 가치를 상승시켜 두 가지 수익을 모두 얻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 패션 대리점주에서 부동산을 소유한 건물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런 황 사장도 모든 대리점 사업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폴햄’을 하면서 하나를 추가했던 한 브랜드는 1년여 만에 짧게 운영하고 문을 닫게됐다.
“대리점에 실패한 이 브랜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형 직영점만을 운영하던 브랜드였어요. 대리점을 모집한다고 해 덜커덕 계약했더니, 매출이 안 나오더라고요. 여기에 품질까지 좋지 않아 대리점 운영에 자신이 없어졌어요. 결국 대리점을 그만하게 됐죠. 브랜드의 컬러, 스타일 등 꼼꼼하게 잘 살폈어야 했는데 서울 명동의 화려한 직영 매장 모습만 보고 계약한 실수였어요. 결국 대리점 투자금을 모두 날렸죠. ”
황 사장은 당시 선택한 브랜드 대리점 문을 닫으면서 사라진 투자금 중 이것저것 따져보니 가장 비중이 큰 게 인테리어 비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갑자기 인테리어 사업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게 된 황 사장은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가까운 지인을 무작정 찾아 갔다. 지인을 만나기 위해 인테리어 현장을 찾은 황 사장은 도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의견을 제시했더니, 이를 곰곰이 듣던 인테리어 사장은 놀라면서 ‘어디서 이런 인테리어 지식을 쌓았나?’, ‘오랜 경력자보다 더 깊게 흐름을 알고 있다’며 놀라워했다는 것. 이 일이 있고 난 후 몇 번의 인테리어 현장을 찾아 직접 현장 경험을 쌓은 황 사장은 인테리어 사업에 직접 뛰어들게 됐다.
대리점 문을 닫게 된 실패의 경험이 인테리어 사업 참여로 이어졌다. 처음에는전체의 30%선, 그 다음 50%선, 그 이후 100% 모든 공사를 완벽하게 해 낼 정도로 짧은 기간 일취월장했다.
현재는 전문업체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수준이 올라왔고, 자신의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대폭 떨어뜨리는 결과를 얻고 있다. “어릴 때 미술을 잘 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는 미술부 애들보다 더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요. 지금껏 잊고 있다가, 최근에 인테리어를 직접하게 되면서 어릴때 모습이 떠올랐어요.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던 성향과 컬러, 스타일로 브랜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능력, 인테리어를 직접 시공할 수 있는 기술이 대리점 사업을 확대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황 사장은 기존에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 ‘미즈노’를 운영했고, 최근에 ‘내셔날지오그래픽’, ‘데상트골프’, ‘톨비스트’ 3개 브랜드를 연속으로 오픈했다. 이 중 일부 매장은 황 사장이 직접 인테리어를 진행해 비용은 줄이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매장을 뽑아 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인테리어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대리점 사업에 적용해 비용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브랜드 본사 관계자 여러 명도 황 사장의 인테리어 결과에 모두들 만족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사장의 이러한 재능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인테리어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황 사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을 더 잘 꾸미고, 운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매장 운영에 가장 먼저 일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