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 펜더믹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위기설이 돌았던 국내 화장품 업계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주춤했던 신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수출도 다시 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지됐던 오프라인 매장에도 고객의 발걸음이 늘면서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3년여간 코로나19가 지나간 화장품 유통업계의 지도는 큰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매출 감소로 잇달아 폐점 및 축소되고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스크 착용 일상화로 색조 화장품이 주춤한 가운데 민감성 피부를 겨냥한 스킨케어가 대세가 되고 있으며 홈케어용 제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원브랜드숍(모노숍)들은 통합과 세분화를 반복하고 오프라인 매장 축소, 온라인 강화, MZ세대 겨냥 마케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표와 모델 교체라는 초강수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명동 등 화장품 원브랜드숍 주요상권이 연일 큰 타격을 입으면서 폐점 등이 속출하고 있다.)
2002년 미샤가 이대에 첫 매장을 낸 이후 지난 20여년간 국내 화장품 유통의 한 축으로 군림해 왔던 화장품 원브랜드숍이 코로나19라는 파도를 만나면서 최근 새 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화장품 원브랜드숍의 시대가 저물다
지난 20여년간 대한민국 화장품 유통의 한 축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 온 화장품 원브랜드숍은 2013년 최고 정점을 찍은 이후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발 사드 정국 이후 어려웠던 시장 환경이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심각해지면서 대표 교체, 오프라인 매장 축소, 온라인 중심 전략 개편, 수출 다각화, 모델 교체 등 위기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최초의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와 국내 최초의 푸드 화장품 브랜드숍 스킨푸드가 결국 매각됐고, 국내 1위 화장품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은 LG생활건강이 인수 후 별도로 운영되다 2020년 합병됐다.
이어 미샤를 시작으로 스킨푸드, 더샘, 토니모리 등 화장품 원브랜드숍 대표들이 잇달아 교체됐고, 8년 동안 활동했던 더페이스샵의 수지, 9년간 자리를 지켰던 이니스프리의 임윤아 등 대대적인 모델 교체 바람도 일었다.
뿐만 아니라 자사 제품만 판매하던 원브랜드숍이 타사 제품 입점을 시작했고, 다른 브랜드와 통합된 온라인 쇼핑몰 구축, 홈쇼핑과 올리브영, 다이소 등의 화장품 시장 진출로 유통 전략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 상황을 거치면서 한때 전국에 1만개가 넘었던 원브랜드숍은 매출 감소가 지속되며 폐업이 이어지면서 매장 수가 크게 감소했다. 한때 800개 매장을 자랑하던 미샤의 경우는 200여개로 급감한 상태다. 이외에도 에뛰드,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더샘, 잇츠스킨, 바닐라코 등 국내 대표 원브랜드숍 매장 수는 매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류 열풍과 함께 최대 수출국으로 오랫동안 원브랜드숍이 사랑 받던 중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국내 브랜드숍들이 잇달아 철수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해외 사업 전략이 수정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내실 다지기에 나서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겨냥한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 이들 원브랜드숍이 반등에 성공할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국내 최초의 화장품 원브랜드숍 명패 빼고 새 출발 나선 미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됐다. 이후 브랜드 재편, 내부 인력 감축, 부진 매장 철수 등을 거쳐 2021년부터 본격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2021년 MM오퍼레이션즈그룹 김유진 대표를 새로운 대표로 영입한 에이블씨엔씨는 온라인 중심 유통 변화, 해외 사업 확대, 브랜드 포지셔닝 강화 및 매장 관리 등의 운영 개선을 강도 높게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취임과 함께 개별 브랜딩 강화, 글로벌 시장 성장 확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3대 성장전략을 내건 김유진 대표는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혜진을 모델로 기용한 스틸라는 대대적인 옥외광고를 진행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는 어퓨는 트와이스 다현과 재계약을 체결,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2015년 미샤를 통해 런칭된 한방 화장품 브랜드 초공진을 별도 브랜드화해 배우 조여정을 모델로 공격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
해외 시장의 경우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국의 타오바오, 미국의 아마존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높은 일본의 경우는 드럭스토어를 중심으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추진 중이다. 중국 시장의 경우는 핵심 상품 중심으로 선별적 마케팅을 강화해 성장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자사몰 고도화 및 멤버십 개편, 라이브커머스의 적극 성장 등을 통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계속해 투자할 방침이다.
일단 올해 1분기 에이블씨엔씨의 새판짜기 노력은 긍정적인 성과로 돌아왔다. 에이블씨엔씨가 발표한 2021년 연결기준 매출은 2,657억원으로 전년 3,075억원 대비 13.6%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은 679억원에서 222억원으로 67.2% 축소됐다.
기업가치 개선 작업에 집중했던 본사 기준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21년 매출이 1,994억원으로 전년 2,255억원 대비 11.6%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은 전년 337억원 대비 58.7% 줄어든 139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에이블씨엔씨 미국 법인 역시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채널인 아마존에 직진출 하는 등의 노력에 힘입어 전년 대비 117% 성장을 기록했다.
꾸준하게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법인 역시 현지 고객의 취향과 특성을 적극 공략한 주력 제품이 인기를 끌며 매출이 전년대비 21% 성장했다.

사진=이니스프리
◇ 오히려 브랜드 아이덴티티 더 강화한 이니스프리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코로나 발발 이전 원브랜드숍 1위 자리에 올랐던 이니스프리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큰 폭의 매출 감소와 해외 매장 철수 등으로 온라인 중심 유통 환경 조성과 내실 다지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하지만 올해 1분기 실적도 부진한 상태다. 이니스프리는 ‘블랙티 유스 인핸싱 앰플’및 ‘레티놀 시카 앰플’ 등을 집중 육성하며 고기능성 제품군을 강화했지만 면세 채널의 매출 하락으로 1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19,3% 감소한 718억원을 기록했다.
이니스프리는 영업이익도 34억원으로 64,2%나 하락했다. 코로나 이전 매년 고성장을 이뤄왔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고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니스프리는 타브랜드숍과 달리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면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연주의 브랜드답게 2003년부터 공병수거 캠페인을 전개해 온 이니스프리는 2017년 첫 공병공간 오픈에 이어 계속해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라는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공병수거부터 업사이클링까지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선순환 과정을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환경 보호와 제주도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를 계속해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와 건대점에 원하는 양만 소분하여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잇달아 오픈 했다. 또한 올해 5월에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동구밭 with innisfree’팝업 스토어를 오픈해 7월 31일까지 운영 중이다.
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MZ세대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니스프리는 온라인 강화 전략에서도 가상 회사를 만들어 펀한 마케팅으로 MZ세대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MZ세대 인기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 ‘틱톡(TikTok)’과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MZ세대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장원영을 모델로 기용하며 캠페인 영상 공개, 포토카드 증정 이벤트 등을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 브랜드숍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변화 나선 토니모리
미샤가 브랜드 재정비로 새판짜기에 나서고, 이니스프리가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면 토니모리는 국내 원브랜드숍 중 가장 다양한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원브랜드숍이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토니모리는 글로벌 사업부문과 디지털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자사몰의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개시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사업부문과 글로벌 사업 부문의 합산 매출액 비중은 2020년 40%에서 2021년 50%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우선 자사몰인 ‘토니스트리트’에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 맞춤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쇼킹 라이브TV 기능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을 강화해 가고 있다.
또한 마켓컬리, 에이블리 등 버티컬 커머스 입점은 물론, 자사몰의 ‘쇼킹배송’ 서비스와 요기요 입점을 통한 배달 서비스까지 확대해 고객에게 더욱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뿐만 아니라 토니모리는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홍대 토니모리 월드(Hongdae TONYMOLY World)’를 런칭한데 이어 새로운 모델로 ‘스트릿 댄스 걸스 파이터’우승 크루 턴즈를 기용, MZ세대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 사업의 경우도 온라인을 강화해 아마존, 잎시와 같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 영업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티몰, Q10 플랫폼을 자사 운영체제로 전환해 매출과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토니모리는 지난해 3월 펫푸드 제조업체 오션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최근 핫아이템으로 떠오른 염색 샴푸를 개발, 튠나인(Tune9) 브랜드로 홈쇼핑에 런칭해 전량 완판되는 기염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토니모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6,3% 증가한 291억원이었고 영업손실도 14억원으로 적자 폭이 개선됐다.

◇ 1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성공한 네이처리퍼블릭, 공격적 행보 예고
올해 1분기 네이처리퍼블릭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한 2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맨 경영으로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코로나 여파와 비효율 매장 정리 등으로 외형 매출은 감소하였으나 체질 개선 및 국내외 온라인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것. 올해 초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및 일상 회복 움직임에 따라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 개발과 브랜딩 강화, 국내외 온라인 사업 확대 등 내실 경영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MZ세대 공략을 위해 모델인 NCT 127를 내세운 다양한 마케팅 전개와 제품 개발, 일반인 모델 선발대회 개최, 다이소 입점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국내외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주력 제품들을 중심으로 더욱 다양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방침을 밝혔다.
‘비타페어C 잡티세럼’과 ‘캘리포니아 알로에 보송 선스틱’ 등 시즌 주력 제품 라인업 확대를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전속모델인 NCT 127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할 계획인 것. 또한 야외 마스크 착용 해제에 따라 MZ세대를 겨냥한 신규 색조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유튜버 마케팅 및 각종 체험단 운영을 통해 제품력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4가지 컬러 구성의 아이 섀도 ‘데일리 베이직 팔레트’와 탱글탱글 탕후루 같은 입술을 연출해 주는 ‘바이플라워 글라스듀 틴트’등 최근 선보인 색조 제품들이 SNS상에서 ‘갓성비’템으로 입소문을 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앞으로도 고품질 제품의 확대로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며, 오프라인 소비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시장의 경우, 우선 일본은 온라인 쇼핑몰 큐텐과 라쿠텐에서 ‘비타페어C’라인과 ‘그린더마 시카’라인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지난해 현지 법인을 설립, 오프라인 매장 입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No.1 드럭스토어인 웰시아를 비롯해 돈키호테, 로프트, 도큐핸즈 등 현지에서도 손꼽히는 유력 유통 채널 입점을 통해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또한 현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전용 제품 출시 등 다양한 현지 마케팅과 온오프라인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동남아와 대만의 경우는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의 3개국(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에 입점하는 등 적극적인 이커머스 플랫폼 활용에 나선다. 해외 시장 공략 강화에 맞춰 글로벌 시장 마케팅도 강화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모델 NCT 127과 연계한 캠페인 등을 통해 매출 증대에 힘쓸 방침이다.

◇ 온라인 강화, 유통 다각화, MZ세대 겨냥 마케팅이 대세
미샤와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외에 에뛰드, 스킨푸드, 더샘, 바닐라코 등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온라인 강화, 유통 다각화, MZ세대 겨냥 마케팅 추진 등에서 공통된 모습을 보인다.
최근 매장 축소와 올리브영 등 타 유통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에뛰드의 경우는 틱톡과 업무제휴, 제페토 입점 등 적극적인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로 MZ세대를 겨냥한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 매각에 이어 대표와 모델을 교체하고 내실다지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스킨푸드도 올리브영에 입점하는 등 유통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MZ세대를 겨냥한 주력 라인 확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샘과 바닐라코도 브랜드 통합 자사몰 육성, 유통 다각화에 나서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모션 전개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화장품 원브랜드숍 한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끝나도 저가 화장품 성행, 중국 로컬 브랜드 성장 등으로 국내 원브랜드숍의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올리브영 독주 속에서 오프라인을 고집하기 보다는 앞으로도 온라인 중심으로 히트 제품 발굴에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