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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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 누렸던 ‘골프시장’ 어디로?

골프 브랜드 선방 속…스크린 골프는 역 신장 ↓

승승장구하던 국내 골프 산업의 성장성이 슬슬 둔화하는 모습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가 지난해 전국 골프장·이용객 조사(대상은 6홀 이상 522개 골프장)에서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 522개 골프장에 내장객 4772만 여명이 찾았다.

이는 2022년 5058만 여명보다 5.7% 감소한 수치다. 1년 전보다 무려 286만명이 감소했다. 1홀당 평균이용객은 4610명으로 2022년 5006명에 비해 396명 감소했다.

골프와 연관된 기업들의 실적도 안좋아졌다. 스크린골프 1위 골프존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18억원으로 지난해 415억원 대비 2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821억원으로 전년 동기(1870억원) 대비 2.6% 줄었다.

지난해 골프장을 찾는 고객이 전년보다 줄었다.

주력 사업 영역인 골프 시뮬레이터 시장이 정체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골프 호황이 꺾여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중론이다. 골프존은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3.0% 감소한 실적을 냈다. 주가 역시 상황은 좋지않다. 한때 19만원을 웃돌던 골프존의 주가는 현재 7만70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업계 2위인 카카오VX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471억원, 영업손실 77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매출 1777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카카오VX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 3위 ’SG골프’를 운영하는 에스지케이는 지난해 488억원의 매출액과 10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전년 대비 각각 30%, 49%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당기순이익 역시 237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골프의 인기가 줄어든 건 엔데믹이 시작된 영향이 크다.

스크린골프가 전체 골프시장의 선행지표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다. 새롭게 골프를 배우려는 이른바 ‘골린이’들이 처음 찾는 장소가 스크린골프장이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의 경우 골프장과 달리 PC방처럼 접근성이 좋고 장비 없이도 즐길 수 있어 입문 장소로 제격이다.

이처럼 국내 골프 산업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건 경기 침체 탓이 크다. 지갑이 얇아진 골퍼들이 더는 골프를 찾지 않게 됐다는 거다. 골프를 통해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던 사회 분위기도 많이 위축됐다.

골프존은 올 1분기 실적이 악화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최근 임직원들에 회사 돈을 사용한 골프 금지령을 내린 소식이 재계에서 화제가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마트는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도 최소화하도록 조치했다. 롯데그룹도 비슷한 시기 주중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이런 움직임은 산업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각 주 6일 근무와 토요 사장단회의를 부활시키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한 삼성과 SK를 비롯해 주요 수출 기업들도 골프를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면서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과 관련한 불확실성까지 가중되면서 기업들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골프웨어, 필드 넘어 일상룩 착장으로 확장 분위기

골프존의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팬데믹 때만 해도 상상을 뛰어넘는 호황을 누렸기에 최근의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 코로나19로 많은 여가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골프산업은 오히려 이례적인 호황기를 맞았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떨어지는 야외 운동이라는 점이 힘을 받았다.

특히 2030 젊은 층이 각종 실내 활동이 제약을 받자 야외 레저 활동 중 하나로 골프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과거 젊은 세대는 여윳돈과 여유시간을 해외여행에 소비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대체재로 골프장을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회식 금지와 주 52시간제 정착 등으로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이 생긴 것도 주요 이유였다. 여기에 해외 골프를 나갈 수가 없게 돼 기존의 골프인구가 국내 골프장으로만 몰렸다.

스크린골프 시장은 골프 산업의 선행산업으로 불린다.

골프장만 잘된 것은 아니다. 새롭게 골프시장에 유입된 골린이들은 고가의 골프웨어·골프용품 등에 소비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패션산업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개성과 SNS를 중요시하는 MZ세대들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골프웨어 업체들도 사상 최대의 성장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골프웨어 론칭도 잇따랐다. 패션기업들이 너도나도 골프웨어 시장에 진출했다.

팬데믹으로 치솟았던 골프의 인기는 팬데믹이 끝나고도 한동안 유지됐다. 이 때문에 골프 산업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40~50대 남성의 전유물에서 젊은 층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카카오VX는 스크린골프 업계 2위로 꼽힌다

그런데 엔데믹 본격화로 골프에 몰렸던 수요가 해외여행 등으로 분산되기 시작했다. 골프 열풍을 이끌던 MZ세대의 관심사가 테니스와 볼링, 낚시 등으로 다양해진 것도 결정적이었다.

고물가 상황은 더 치명타였다. 새롭게 골프를 시작하는 인구까지 폭증하면서 골프장은 ‘장삿속’만 내세웠다. 그린피에 카트피, 캐디피가 오르면서 골프를 치는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었다. 골프는 원래도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수년 사이 더 심해졌다. 비용 때문에 골프를 그만둔 골퍼가 많다. 근래 골프를 시작한 MZ세대의 이탈 외에도 오랜 시간 골프를 즐긴 베테랑 골퍼의 이탈도 두드러지고 있다.

◇ 패션그룹형지 골프웨어 ‘까스텔바작’ 1분기 흑자전환

까스텔바작은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런 침체의 여파가 골프패션 산업까진 닿지 않는 모양새다. 많은 패션 업체들이 여전히 호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싸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국내 골프장과 달리 골퍼들이 해외라도 나가서 골프를 즐기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에선 경제적인 비용으로 라운드를 할 수 있다. 골프도 즐기고 여행을 할 수 있는 패키지가 넘쳐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엔저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찌됐든 골프를 치려면 골프웨어는 필요하다.

최근 골프복 브랜드가 딱히 ‘골퍼’들만을 노리는 게 아니란 점도 주효했다. 필드가 아닌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평상복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대 초반 등산복 중심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국민의 일상복을 점령했던 것과 비슷한 트렌드다.

휠라홀딩스가 타이틀리스트 판매 호조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제이린드버그, 필립플레인 골프 등 럭셔리 골프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1분기 매출액 309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8.9% 증가하며 소비 침체 속 선방했다.

휠라홀딩스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조1826억원, 영업이익은 1633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 1.8% 증가했다. 골프 관련 자회사 아쿠쉬네트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강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간 대비 한 자릿수 증가한 매출 9399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출시한 골프 클럽을 비롯 골프공 전 모델이 큰 인기를 얻으며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타이틀리스트는 휠라의 실적 버팀목이다.

헤지스 골프, 닥스런던을 내세운 LF의 최근 실적도 좋았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18억원) 대비 107.8% 증가한 246억원으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매출은 1.2% 확대된 4466억원을 기록했다. 패션그룹 형지의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은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아무래도 주요 타깃층인 골퍼들이 지갑을 덜 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골프산업 관계자는 “최근의 부진은 팬데믹 특수의 종료, 경제적 부담 증가, 시장 포화, 인구구조 변화, 환경 문제 및 규제 강화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골프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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