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는 서로 상이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컨셉을 만들어 내는 곳입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곳이라고 할까요. 모든 구성 요소들이 정형화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수피’는 개성있는 요소들을 모아 서로는 다르지만, 전체가 독특함이라는 주제로 하나로 연결되는 컨셉스토어를 지향합니다.”
‘수피(SUPY)’를 운영하는 이계창 대표는 ‘수피’를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의 컨셉으로 묶어낸 컨셉스토어라고 말한다.정형화되고, 획일화된 것이 아닌,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남들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기만의 컨셉을 지켜낸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 맞은 편에 자리잡은 컨셉스토어 ‘수피’는 작은 세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세 개의 건물은 다시 각각 패션 편집숍과 카페, 그리고 곧 레스토랑으로 바뀔 예정인 펍(PUB)으로 구성됐다.
“’수피’는 처음 의류 편집숍으로 출발했어요. 2015년 10월인데 그때 당시 주변에 공장과 기계들만 즐비했고, 아무것도 없었죠. 대림창고가 그땐 지금처럼 카페와 전시공간이 아니라, 그냥 이벤트만 간혹하는 곳이었죠. ‘수피’가 성수동 1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처음 이곳 성수동을 둘러보고 바로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션 아이템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이한 곳, 공장과기계가 넘치는 이곳이 애초 생각한 수피 편집숍과 가장 잘 맞는 곳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 대표는 처음 편집숍으로 쓰는 건물만 계약했다가, 이후 나머지 건물 두 개를 계약하고, 2016년 12월에 그 중 한 건물을 펍으로 오픈했다. 바로 다음달 1월에 나머지 한 개 건물에 지금의 카페를 연이어 오픈한 것이다. 이중 1~2층으로 된 ‘수피’의 편집숍 건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대표가 말한 상이한 것들의 조화라는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패션 편집숍 1층과 2층은 각각 상이한 아이템들로 나눠 구성을 했어요. 1층은 스트리트와 유니섹스 캐주얼 아이템을 중심으로 구성했고, 2층은 감도 높은 디자이너 아이템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죠. 이처럼 1층과 2층이 서로 상이한 아이템들이지만 편집숍이라는 이름으로 전체가 하나의 컨셉을 만들어진 것이죠.크게 두 개의 상이한 컨셉이 하나의 컨셉으로 조화를 이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같은 이 대표의 컨셉스토어의 방향은 실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점차 사람들의 방문이 늘고 있고,이에 따라 매출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번 방문한 고객이 다시 들르는 재방문율이 높게 나타나 더욱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 진다. 또한 감각 있는 트렌드세터들이 즐겨 찾기도 하고, 럭셔리 브랜드의 관계자들을 포함해, 해외 패션 비즈니스 관계자들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하나같이 정말 멋진 곳이네요.’라고 말합니다. 영국의 멋진 곳과 닮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파리의 뒷골목 같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일본 신주쿠에 온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모두가 어느 한 곳을 지칭하지 않고, 각자 다른 곳을 말하는 것을 보면 ‘수피’가 어디를 따라한 게 아니라,독특한 수피만의 컨셉을 지닌 곳이라는 평가로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독특한 컨셉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로 부상한‘수피’의 과거 인테리어 공사의 경우 누구에게 맡긴 게 아니라,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본인이 직접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직접 인테리어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 대표가 여러 미팅 후 고민 끝에 타인에게 맡기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하는 게 더 추구하는 컨셉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목공을 배웠어요. 또 용접하는 것도 배웠고요. 어릴 때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 다니면서 시간 날때마다 인테리어 관련 잡지도 매일 봤고요. 그리고 집을 꾸미는 것을 좋아해 유학 당시 혼자살면서 이사를 자주 했는데 이때마다 페인트 칠하고, 집안을 가꾸는 일을 하곤 했죠. 이후 ‘수피’의 인테리어를 직접하게 되었을 때 이러한 경험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독특하고, 감도 높은 스토어 구현에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이 대표는 LA에 있는 파사데나 아트센터에서 디지털미디어와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은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으로 옮겨 사회학과 경영학으로 했다고 한다. 두 대학을 다니면서 배운 디자인과 인문학 모두 지금의 ‘수피’ 사업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피’의 편집숍 공간에 입점된 브랜드는 대중적인 트렌드를 반영하기 보다는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잘 정립한 유니크한 아이템을 갖춘 브랜드 일색이다.‘스텐스(STANCE)’와 ‘NBNO(No Brand No Concept)’가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들은 대중이 즐겨 찾는 유명 온라인몰이나 대형 오프라인 공간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러한 브랜드들이 자생력을 갖고 계속 사업을 유지하거나 성장하려면 이들을 이해하고,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컨셉이 명확하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기만의 색깔을 주장하는 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비즈니스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 로컬 브랜드들이 처음은 독특한 브랜드 고유의 컨셉을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업의 어려움으로 시장과의 타협하게 돼 결국 대중적인 브랜드로 전락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나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수피’는 자기만의 컨셉을 지닌 브랜드들과 함께 오랫동안 성장하는 것을꿈꾸고 있습니다. 이들이 일반 브래드처럼 획일화된 브랜드가 되지 않을 때 ‘수피’ 편집숍도 성장하고, 해당 브랜드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컨셉스토어 ‘수피’는 핫한 상권이 되고 있는 서울 성수동 1세대로 출발해 국내 트렌드세터들과 힙스터들이 애착을 갖고 즐겨 찾는 대표적인 장소로 한 발짝씩 발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이대표는 ‘수피’가 로컬 브랜드들과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곳이면서 결국 함께 성장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