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시장이 고급화와 다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다양한 커피를 접하고, 맛과 향을 느끼는 수준이 올라가자, 점차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프리미엄 커피를 찾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커피를 찾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커피 시장인 일명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원산지별 다양한 원두를 개인별 입맛에 맞게 로스팅한 커스터마이징 커피 시장은 까다로운 사람들을 입맛을 만족시키면서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원래 스페셜티 커피란 지리, 기후, 생산지 등의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커피 중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 의 평가를 거쳐 기준 점수 80점 이상을 받은 우수한 등급의 커피를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보다 범용적인 의미로 원산지별 로스팅한 원두를 고객이 선택하고, 그 원두를 머신이나 핸드드립 방식을 통해 추출하는 프리미엄 커피 시장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얼마전 국내 대표 커피 브랜드 중 하나인 ‘폴바셋’의 창업자 폴 바셋이 한국을 방한해 고객과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 시장은 앞으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타벅스 글로벌커피 앰배서더이면서 스타벅스 바리스타 챔피언십 수석 심사위원으로 활동중인 코웬이 최근 방한했다. 커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그 또한 한국이 향후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애틀, 포틀랜드처럼 스페 셜티 커피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이렇듯 현재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뛰어 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매출 1위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별도로 선보이면서 스페셜 티 시장에 뛰어 들었다. 리저브 매장은 단순히 드립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추출 기구를 갖춘 프리미엄 커피 매장으로 현재 70개가 넘는다. 폴바셋은 자신의 브랜드 자체가 스페셜티 커피라고 말한다. 폴바셋 매장은 6월 초 기준 전국에 100호점을 오픈했다. 할리스커피는 ‘할리스 커피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탐앤탐스는 ‘탐앤탐스 블랙’, SPC그룹은 ‘커피앳웍스’이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이 시장에 진입해 있다.

국내 대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는 ‘테라로사’ 커피다. 테라로사의 커피 원두는 생산지에서부터 깨끗하게 위생적으로 관리가 잘 된 것만을 엄선해 국내에 들여온다. 국내에서의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완벽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관리된 원두는 전문 로스팅 기술을 통해 정제된 과정을 거친 후 고객에게 전달된다. 커피를 판매하고, 즐기는 카페 공간 또한 특별한 장소로 구현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테라로사’ 커피는 최근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빌딩 1~2층에 14번째 포스코점을 열어 눈길을 끈다.
이번 포스코점은 1층 층고가 6m가 넘고 2층 도 한 4m되는 곳으로 가운데 1층과 2층 사이 천정을 뚫어 서로 연결되도록 중정을 만드는 등 공간에서 주는 압도감을 높인 게 특징이다. 포스코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로 ‘철’과 포스코가 보유한 1만여 권의 책으로 대형 커피 공간을 웅장하게 만든 것이다. 포스 코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단어가 ‘철’이다. 이 철이 지금까지 차갑고 거칠었다면 ‘테라로사’는 철이 부드럽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오도록 마감 작업시 모든 면을 부드럽게 처리한 인테리어 요소도 눈에 띈다.

‘테라로사’는 지점을 추가할 때마 다 공간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반영해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기 기획 당시 포스코가 우리나라의 기간 산업을 이끌었던 대표 기업임을 떠올리며 기업의 정신에 맞는 철을 소재로 한 공간을 구성 하면 의미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 따라서 바닥이 금속 타일처럼 만들어 졌고, 여기에 색깔을 넣어 잘게 나눠 일일이 배열하는 방식을 인테리어에 사용했다. 부산 고려제강 폐공장을 문 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테라로사’ 부산 수영점 또한 마찬가지다. 공장 바닥에 있던 철판을 펴서 커피 바(BAR)의 전면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배에 사용되는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던 점을 살리기 위해 와이어를 소재로 한 설치 예술 작품을 만들어 매장 오브제로 활용하고 있다.
‘테라로사’ 포스코점은 지하 1층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더블러 드440’과 함께 오픈했다. ‘더블러드440’에는 영풍문고와 함께 다양한 브랜드가 모인 셀렉 다이닝 공간으로 커피 외에 베이커리와 F&B 아이템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최대 원두 수입업체이면서 50년 커피 역사를 지닌 동서식품도 서울 이태원에 ‘맥심플랜트’를 열고 스페셜티 커피를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맥심플랜트’는 전체 8개 층(지하 4 층~지상 4층)에 연면적 1636m²(495평) 규모다. 이곳의 핵심 시설은 지하 2층에 위치한 로스팅 룸(Roasting room)이다. 방대한 커피 공정의 일부를 옮겨놓은 곳으로 맥심의 커피 전문가들이 원두의 맛과 향, 속성을 연구하는 공간이다. 여러 산지의 생두를 저장하는 9개의 사일로(원통형 저장소)에서 로스터(생두를 볶는 기계)로 원두가 자동 투입되는 모습이 볼거리로도 충분하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라이브러리, 카페 및 문화 공간으로 구성했다. 3층이 바로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더 리저브’다. 지난 50년간 수십만 톤의 원두를 다뤄온 맥심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원두 아카이브(Archive)에 기초해 엄선한 24개 의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인다. 특히 ‘공감각 커피’(Synesthesia Coffee)로 명명된 ‘맥심플랜트만’의 커피 브랜드는 각각의 커피 가 지닌 향미, 산미 등의 특성에 기반해 이와 어울리는 디자인, 음악, 적절한 글귀를 함께 제공해 커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주문한 커피와 함께 음악을 선별해 주고,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이어폰까지 제공한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한층 끌어 올리고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개인별 기호에 맞는 커피를 찾는 인구가 점차 증가하자, 기업들도 이 시장에 투자와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커피 문화가 향상되고, 커피 인구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 라면서 “하지만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20년이나 된 지금까지도 성장을 계속하는 것 같이 스페셜티 커피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개인별 취향에 맞게 원두를 선별하고, 추출하는 것은 많은 인건비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스페셜티 커피 사업에 뛰어들 때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