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유통의 쇠락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백화점 유통이 시대적 트렌드와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과거의 유통 프레임에 갇혀 변화를 캐치하지 못하고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또 어떤 트렌드가 뜨고 지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상업, 주거, 복합문화시설 디벨로퍼이면 서비즈니스 컨셉 개발자, 브랜드 디렉터로 활동해온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김지한 대표를 만나 백화점과 쇼핑의 현재와 미래, 그 대안에 대해 의견을 요청했다.

1. 백화점유통은 왜? 쇠락하고 있는가?
현재 세계 경제는 제 2의 금융 위기설이 지배적인 저성장 장기불황 상태이다. 더욱이 국가간 업종간 경계가 무너진 치열한 무한경쟁시대에 인구절벽, 일자리절벽, 소비절벽의 심각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이러한 현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아포리아(Aporia – 해결책 없는 난관)시대라고 하며, 한편으로는 위협요인과 기회 요인이 혼재하는 라이프 3.0, 마켓 4.0, 산업 4.0시대에 봉착해 있다고 말한다.

즉, 사회, 경제, 문화, 예술, 산업, 테크놀로지등 전반의 패러다임에 파급적 영향을 미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관하여 더욱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고민과 솔루션이 절실한 시대적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매우 안타깝게도 막강한 유통파워로 랜드마크 기능을 자랑하던 백화점 폐점소식이 줄을 잇고 있으며, 매각된 백화점은 결국 부동산자산인 주거시설이나 업무시설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미국,영국,일본,중국과 함께 한국에도 나타나는 글로벌 공동 현상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직면한 백화점과 일부 쇼핑몰의 표면적 쇠락원인을 간략히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시장 축소. 둘째. 대형할인점의 백화점 공략과 편의점 활성화. 셋째. 카니발리즘을 유발하는 프리미엄아웃렛 개발. 넷째. 높은 수수료 부담으로 인한 입점 업체 이탈과 백화점 기피현상. 다섯째. 온라인시장 진출 가속화로 방문 고객과 매출 감소. 여섯째. E-커머스의 급성장(PC기반 전자상거래). 일곱째. T-커머스(홈쇼핑)의 생활화. 여덟째. M-커머스(모바일퍼스트)로의 전환. 아홉째. O2O 플랫폼 비지니스 확산. 열째. 쇼셜네트워크(SNS) 서비스 내 판매 컨텐츠 강화 등이다. 이와 같은 내용들이 직간접적 원인들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고객의 ‘인생’과 ‘삶’에 대한 의식과 취향의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둘 수 있다. 초지능, 초연결, 초융합을 지향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정치, 경제, 금융, 테크놀로지, 건설, 부동산, 문화, 예술, 미디어, 리테일, 패션, 리빙, H&B(헬스, 뷰티), F&B(식음료), 의료, 보건, 교육, 농수축산 등 모든 산업분야가고객생애주기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밀접하다.
이러한 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참신한 컨텐츠, 고객지식 욕구, 고객사용가치, 고객 혜택성을 신속하게 연결하고 가치 있게 융합하고 감동 있게 확장해야 하는 시대에 지금까지 백화점은 라이프스타일의 정확한 이해 부족, 컨텐츠 확장의 부재, 획일화되고 보편화된 MD구성, 소비 행태 변화의 부분적 단면만 보는 프레임에 갇혀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내점 고객 감소와 매출 저하로 시름시름 앓다가 매각되거나, 주거 또는 업무시설로 전환되는 사태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백화점 존폐 위기는 오래 전부터 예측되어 왔고, 대응책이 미비하거나 단기적 조치에 불과하기에 벌어지는 결과다.
2. 이제는 무엇을? 채워야 할 것인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 적응 솔루션이 절실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컨셉과 컨텐츠에 목마르며, 지속성장 가능한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에 암담해하고 있는 백화점은 이제 무엇을 채워야 할까.? 현대사회는 뉴이즘(Newism)과 서드웨이브(Third Wave)라는 두 개의 큰 변화의 축이 공존하며 새로운 기술, 새로운 의식, 새로운 취향,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즉, 동시다발적으로 창조, 파괴, 혁신을 일으키는 뉴이즘이라는 변화의 태풍과 대량생산, 대량소비, 소비지상주의에 회의적인 서드웨이브(제 3의 물결-탈물질주의)라는 상반된 변화의 허리케인이 동시에 몰아치고 있는 모순적 공존의 시대이다.
따라서 뉴이즘이라는 태풍과 서드웨이브라는 허리케인을 동시에 조화롭게 연결하고 융합하고 확장하여 스펜드 시프트(Spend shift – 소비 패러다임 변화)를 창출하므로 새로운 시대적 기준을 창조해야 살아남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인 것이다. 결국엔 심혈을 기울여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에 대응하고 변화를 창조해야 하는 절박한 시기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백화점을 비롯한 대다수 유통기업은 70~80년대 공급자주도의 상품과 서비스를 팔던 시대에 호황을 만나 급성장했고, 90~2000년대 고객의 시간과 체험을 팔던 시대를 창출하며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기에 접어든 현재는 뉴이즘의 출산물인 킬러앱(Killer APP, 혁신적인 핵심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기술(모바일,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드론, 3D프린터,IoT, IcT, AR, VR) 등을 적극 활용하여 서드웨이브의 출산물인 미니멀리즘이라는 메가트랜드에서 파생되는 보다 인간적, 친환경적, 지역적, 도덕적, 책임감 있는 삶을 중요시하는 소비의식과 취향을 판매공간에 적용해야하는 수요자 주도시대이다.
즉, 인터랙티브한 새로운 핵심기술을 동원하여 스마트(Smart), 휘게(Hygge), 라곰(lagom), 로컬(Local), 팜(farm), 페어(Fair), 셰어(Share), 네트웍(Network)이라는 울트라 키워드로 가득 채워진 감성테크놀로지 쇼핑공간을 에디팅하고 큐레이팅하는 새로운 시대적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을 비롯한 대다수의 쇼핑몰 운영업체는 지금껏 고객 의식 변화와 취향 변화에 충분한 고민과 이를 통한 지속 경쟁 우위 방안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듯하다.

3.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첫째, 휴먼노믹스(Humanomics)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미래소비사회는 소비전문가보다 휴먼전문가가 더욱 필요하다고 미래학자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스펙과 지식보다는 창의성과 의사소통능력, 매뉴얼과 지능보다는 진정성 있는 컨텐츠를 창안하여 고객과의 접점을 찾아내므로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므로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식과 윤리와 도덕을 중요시하며 공의로운 가성비와 가심비로 무장한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숙명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랜드마크에서 컬쳐마크(Culturemark)로 변화해야 한다.
상품, 브랜드, 서비스, 체험으로 가득 채워진 랜드마크 기능은 정점에 도달하자마자 쇠락하기 시작했다. 고객은 점점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자신의 인생과 삶에 더욱 새롭고 특화된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취향을 추구하고 있다.
침체의 늪에 빠져버린 암담한경제현실과 일상의 상념을 의식적으로 위로 받고, 취향으로 보상 받는 문화적 소비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컬쳐노믹스(Culturenomics)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티브와 감성 컨텐츠로 가득 채워진 컬쳐마크(Culturemark)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몰링(Malling)에서 플로잉(Flowing)으로 전환해야 한다.
뉴이즘과 서드웨이브의 영향으로 변화되고 있는 고객의식과 취향의 변화를 간단히 정의하면 SPF(Small-작은, Private-사유하는, Favorite-총애하는) 라이프라고할 수 있다. 기존의 획일성, 동질성 위주 테넌트 구성과 동선으로 대형화를 추구하는 복합쇼핑몰로 대변되는 몰링 개념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휴먼 스케일 공간의 힘과 집약적인 테넌트, 확장된 판매공간으로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규모가작은 백화점과 쇼핑몰은 고객이 물흐르듯 몰입할 수 있도록 작지만 감성적인 것에 집중하고, 특화된 취향의 사유욕구를 충족시키고, 총애하는 컨텐츠에 공감하고 감동하며 자발적인 인플루언서와 팬덤이 되어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즉 층간, 복종간, 업종간 경계를 허물고 연령별 고객의식과 고객취향에 부합한 삶의 가치와 인생가치가 깃들어 있는 컨텐츠를 디자인하고 연결하고 융합하고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 하고 숙련된 하이 컨셉, 하이터치 전략을 플로잉이라고 한다.

따라서 백화점은 복종별 MD가 아닌, 생애주기별, 연령별 MD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요즘 2030 밀레니얼세대는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크래프트비어(수제 에일맥주)를 마시며 기존의 치맥(건강에 치명적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보다 분맥(분위기 있는 수제맥주)을 즐긴다.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4050 X세대도 크레프트비어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즉 ,소비 의식의 변화, 고객취향의 변화로 인하여 비용 예산형 비일상적 소비가 소비예산형 일상적 소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이를 위해 감성 충만한 크래프트비어 전문숍 또는 브루윙 전문숍을 테넌트로 구성하는 것은 어떨까? 현대사회의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6070 베이비 부머세대가 창달했던 지나친 음주 문화를 거부하고 ‘긍정신(노홍철과 콜라보), 홍석천의 ‘허니비어’, 유명 골목상권 연트럴파크(연남동의 애칭)를 떠들석하게 했던 ‘제주에일’ 등 수제 맥주에 열광하며 취향이 충만한 분맥을 즐기는것이다. (요즘 이런 수제맥주를 모르면 꼰대 소리 듣는다.)
또한 같은 층에 2030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패션, 리빙, 친화경 F&B와 H&B, 커피부르어리, 액자 정기구독숍, 독립서점, 프리미엄 독서실, 도시농부의 파머스코너,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단순성형 메디컬(과감한 성형 노출족을 위한 간편 시술병원), VR체험공간을 구성하므로 고객이 차별화된 감성에 집중하고 새로운 일상의 취향을 사유하고, 새로운 컨텐츠에 감동하므로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어 주는 팬덤 현상이 일어나며 결국 매출은 증가하고 컬쳐마크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사료된다.

왜? 화장품코너는1층에만 있어야 하는가? 크레프트비어는 음료코너 한편에만 있어야 하는가? 건강하고 신선한 야채는 재배한 장소에서 직접 따서 구매하지 못하며 그 장소에서 맛 있는 요리로 즐기지 못하는가?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있는 프리미엄 독서실에서 공부하면 안되는가? 서점은 일본의 츠타야만 벤치마킹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백화점은 브랜드 유치를 위한 MD를 구성한 것일뿐, 새로운 고객가치 창조를 위한 MD를 개발한 것은 아니라고 사료된다.
이제는 MD유치의 개념에서 MD창조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입점 개념의 단순한 MD유치방식
으로는 결코 고객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차별화된 MD를 창출할 수 없다. 이제는 새롭고 특화된
취향이 가득한 에디팅 전략과 감성 충만한 큐레이팅 전략을 통해 구습을 벗고 과감하게 변신해야
할 때이다. 참고로 에디팅 전략이란 MD믹스 역량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