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여파로 인해 중국시장에 진출한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으면서 한때는 ‘차이나 드림’으로 일컬어졌던 중국시장 진출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중국시장에 손을 든 건 이마트다. 지난 1997년 국내 마트로는 최초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마트는 20여년만에 본격적인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적자를 기록하던 이마트는 최근 4년간 누적 적자액이 15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가 사드배치로 인해 한중 간의 갈등이 고조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마트는 현재 중국에서 운영중인 6개 점포를 연내 모두 매각할 방침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5개는 태국 최대 유통기업인 CP그룹에 넘기는 것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CP그룹은 동남아시아 내 최대 유통기업으로 통신, 미디어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슈퍼마켓 브랜드 ‘로터스’를 운영하며 중국 내 45개 가량의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가 CP그룹에 매각되면 로터스 간판을 달고 새롭게 영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중국시장 철수카드를 꺼내든 이마트와는 달리 롯데마트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내 112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상대적으로 매장 숫자가 많아 쉽사리 철수를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롯데마트의 중국 매장은 87곳의 매장이 영업정지된 상태이며, 나머지 매장들도 사실상 휴점 상태나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롯데는 지난 2월 성주 롯데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주기로 결정하면서 롯데백화점, 면세점 등 계열사의 국내 매출에도 타격을 입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중국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계열사를 포함하면 그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제과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오리온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오리온은 한때 중국 제과시장 2위에 오를 정도로 중국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지난해 매출 2조3863억원 중 절반이 넘는 1조3460억원(56.4%)이 모두 중국에서 거둔 매출이었다.
그러나 오리온은 사드배치 문제로 대형마트 등에 제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되자 결국 중국 법인 소속 계약직 판촉사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법인 인력 1만3000명 중 20%인 2600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판촉이나 시식행사 등이 중단된 데에 따른 인원감축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K-뷰티’라는 명칭을 얻으며 상승세를 타던 뷰티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소비자를 잡으며 매출이 크게 성장했던 아모레퍼시픽의 상반기 화장품사업 부문 매출은 2조52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대량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보따리상에게 구매수량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최근 보따리상이 성행하면서 가격 정책이 흔들리고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이 판매되는 등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자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감행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드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중국시장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손해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안정화 추친과 대책이 필요한 때”라면서 “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나아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제3의 시장으로 선회해 중국시장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