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국내 상위권 벤처캐피털(VC)이 대규모 공동투자에 나섰다. 국내 대표 VC간 차기 유니콘 후보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스케일업 투자를 위해 적극 협업키로 한 것.
현재까지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기업 대부분이 외국계 자금을 받아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대형 VC 서너 곳이 유망 기업에 공동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스케일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 중심에는 화려한 포트폴리오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로 VC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HB인베스트먼트가 있다.
“성장성·지속성·경쟁력, 여기에 해외진출까지 가능하다면 투자를 망설일 이유가 없죠.”
1세대 여성 VC 심사역 출신인 안신영 대표는 SBI인베스트먼트와 대성창업투자를 거쳐 2018년부터 HB인베스트먼트(이하 HB)의 수장을 맡아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올해로 18년차인 안 대표는 그녀만의 오랜 경험과 뛰어난 안목으로 현재까지 76개사에 934억원을 투자해 467억을 회수했고, IRR(내부수익률)은 12.9%를 기록했다.
창업 초기 단계부터 투자해 부분 회수로만 150%의 수익률을 기록한 퓨처켐을 비롯해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 압타바이오까지 취임 이후 그녀가 결성한 펀드들이 연이어 ‘잭팟’을 터뜨리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안신영 대표는 “투자자들이 가장 매력 있게 보는 시장은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와 바이오, ICT(정보통신기술), IT서비스 분야”라면서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융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투자 유치가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HB가 투자한 회사 중 17곳이 상장(IPO)을 앞두고 있으며, 이중에는 셀비온, 브릿지바이오, 아이티엠반도체, 와이팜, 나딕게임즈 등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업체가 대거 포진되어 있다.
◇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와 균형 있는 투자 배분으로 수익률↑

HB는 스타트업 투자 시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투자 업종을 바이오, 하드웨어·소재, 소프트웨어·콘텐츠 등 세 분류로 나누고 투자금도 3분의 1씩 고루 배분하고 있다. 또 초기, 중기, 프리 IPO 단계에 해당하는 기업들에 균형 있게 투자하는 것이 HB만의 투자 원칙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선 IPO까지 갈 수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안목이 가장 중요한데, 이는 심사역 출신인 안신영 대표의 전문 분야다.
“매주 2회 이상 열리는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해 해당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어느정도인지, 내실이 잘 다져진 기업인지, 상장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시장 경쟁력과 성장가능성이 높은 회사인지 등을 따져본 후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온라인이나 SNS에서 핫한 업체들 가운데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직접 찾아가 설득하기도 합니다. 물론 거절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확신만 있다면 몇 번이고 찾아가 왜 투자를 받아야 하는지, IPO에 상장되면 어떤 점이 좋은지 등을 일일이 설명하며 설득하죠.”
얌테이블과 밀리의 서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월 매출 5∼6억 수준이던 수산물 신선 온라인커머스 얌테이블은 투자유치 6개월 만에 5배 이상 성장한 월 매출 22억9000만원을 달성했고, 1년 반만에 300억 매출을 기록했다. 월정액 독서앱 ‘밀리의 서재’는 HB인베스트먼트 등 5개 기관으로부터 65억의 투자를 받으면서 2018년 한 해 동안에만 약 100억원에 달하는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기업가치는 1000억원에 달한다.
안 대표는 “회사가 상장까지 급성장하기까지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VC 업계에서 검토하는 회사들은 급성장 하는 회사들이다. 단순히 상환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IPO까지 상장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장 후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해야 한다. 또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해선 IPO에 먼저 상장하는 것이 추가 투자 유치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HB인베스트먼트의 2018년 VC 투자순위는 13위(826억 투자), VC 회수순위는 7위(1182억 회수)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215개 기업에 5957억원을 투자한 결과 현재 운용자산(AUM)은 4173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