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프리고, 주신당, 토보키. 모두 독특한 스토리가 담긴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그 특별함에 이끌려 방문하게 되지만, 나중에는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돼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됩니다. 결국, 세심한 디테일과 스토리는 고객들이 2~3층까지 올라갈 목적이 되고,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설득력을 갖추게 됩니다.
장지호 TDTD 대표가 창업한 칵테일 바 ‘장프리고’, ‘주신당’ 그리고 떡볶이 브랜드 ‘토보키’는 독특한 스토리와 뛰어난 맛을 갖춘 브랜드 전략을 통해 신당동을 ‘힙당동’(힙하다+신당동)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신당동 지역의 전통 상점들과도 시너지를 일으키며,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장지호 TDTD대표의 브랜드들은 현대적인 감각과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고, 이를 통해 신당동은 점점 더 트렌디한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와 기업이 상생을 이루는 좋은 예시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공간

장 대표가 신당동에 처음으로 선보인 칵테일 바 ‘주신당’은 ‘신당’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십이지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독특한 공간으로 탄생했다. 옛날부터 신당동은 신을 모시는 동네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으며, 광희문(=시구문, 시신을 나르는 문) 주변에 무당들이 모여사는 지역으로 유명했다. 장 대표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주신당의 독특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주신당은 신선한 분위기를 창출하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신당동의 주방기기 판매점을 임대한 후, 주변을 둘러보며 지역의 사람들과 그들의 취향, 필요한 것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주변을 조사하다가 신당동에 점집이 아주 많음을 발견했고, 광희문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이야기들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러한 발견들이 주신당의 독특한 콘셉트를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결국 지역적 스토리를 담은 주신당의 독특한 콘셉트가 젊은 고객층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전통주와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칵테일과 위스키를 주신당만의 스타일로 제공하며, 파스타, 타파스 등 다양한 메뉴도 함께 선보였다.
주신당은 신당동에서 인기를 끌어 웨이팅이 필수인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높다.

떡볶이 전문점 ‘토보키’는 주신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이미 떡볶이로 유명한 신당동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만큼 독특하고 창의적인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다. 토보키는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핑크빛으로 가득 찬 공간은 1층부터 3층까지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마다 포토존, 굿즈 판매 공간,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토보키에도 독특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장대표는 “아폴로 13호는 달 착륙에 실패해 돌아온 우주선인데, 이 과정에서 달에 사는 토끼가 우연히 탑승해 지구에 정착하는 이야기가 ‘토보키’의 배경입니다. 주신당과는 달리 토보키는 가상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특히 토보키 캐릭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외식 브랜드에서 캐릭터 개발이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 궁금해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캐릭터의 눈썹 하나하나 등 세부 요소까지 신경 써가며 개발에 열중했다. 장 대표가 토보키 브랜드에 가상 스토리를 도입한 것은 처음으로, 그것 또한 스토리텔링 기반 매장으로 발전하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주신당과 토보키를 오픈하기 전에 장 대표의 첫번째 브랜드는 ‘장프리고’였다. 장프리고는 한국에서 ‘스피크이지바(Speakeasy ba)’ 개념을 대중적으로 만든 첫 모델이다. 신선하고 고품질의 과일이 안주로 제공되는 칵테일 바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장프리고는 ‘문 숨김의 이유(reason to hide the door)’를 제공하는 곳이다. 장프리고 기획은 고객들이 “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독특한 콘셉트를 만들고, 나중에 설명을 듣게 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장프리고를 오픈하기 전, 공간을 임대하고 지역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오래된 거주자들이 많은 지역이라 술집이 들어선다면 어르신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과일 가게의 모습으로 카테일 바의 이미지 세탁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실제 입구에 과일을 잔뜩 꾸미고, 주변 어르신들에게 과일을 싸게 팔기도 했습니다.”
장프리고는 매일 신선한 과일을 판매하는 신비로운 과일 가게 콘셉트의 칵테일 바(BAR)로, 출입구를 ‘냉장고 문’으로 디자인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예상치 못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러한 기획은 ‘이유 있는 문 숨김’을 만들기 위해 사전에 짠 스토리에 의해 계획한 결과이다. 다른 스피크이지 바에서는 ‘이유 없는 문 숨김’이 많은데, 이런 방식은 설득력이 부족하고, 결국 재미없다고 느껴 금세 식상해 한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항상 어떤 요소든 ‘왜’에 대해 고민하고, 그 답을 제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네 번째 브랜드 ‘메일룸’

(3D 조감도)
독특한 기획 장인으로 불리는 장 대표는 네 번째 브랜드로 ‘메일룸’ 카페를 4월 중순 오픈할 예정이다. 신당동에는 한가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메일룸을 기획하게 됐다. 이 카페의 콘셉트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체국, 우편함’으로, 지역 주민들이 편안하게 방문해도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담았다. 또한, 한때 유행했던 ‘행운의 편지’를 조작하는 조작단이 활동하는 공간이라는 독특한 스토리도 존재한다.
메일룸은 3층 건물로, 1층은 스탠딩 에스프레소 바, 2층과 3층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다. 2층은 큰 창문으로 내외부가 연결된 느낌이다. 이 공간에는 굿즈, 문구류, 필기구 등 자체 개발한 상품도 판매하고, 편지를 쓰기에 편안한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다. 또한 현장에서 편지를 쓰는 사람들을 위해 메일룸을 통한 편지 배달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한쪽에는 신당동 중앙시장이 있고, 반대쪽 끝에는 주신당과 하니칼국수가 있는데 그 중간 쯤에 메일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이를 연결해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커피 스탠딩 바가 트렌드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약수동에 위치한 스탠딩 에스프레소 바 리사르커피에서 지역 어르신들이 스탠딩으로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확인하고, 약수동과 신당동의 위치적 컨디션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에 스탠딩 에스프레소 바를 오픈하면 양쪽을 연결하는 역할이 가능하겠다라는 판단을 했습니다.”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존에 운영 중인 브랜드 대부분이 주류 위주였던 만큼 커피
특히 장지호 대표는 첫 카페 브랜드 런칭을 위해 커피의 관련 분야의 새로운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전문적인 매니저를 비롯해 파티쉐 등을 영입해 기존 에스프레소 바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메뉴까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메일룸이 지향하는 차별점은 ‘커피와 칵테일의 융합’이다. 기존 주류업장에 포진된 전문 믹솔로지스트에 의해 만들어진 변형된 에스프레소 음료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픈 키친을 채택해 시각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에스프레소와 칵테일을 만드는 과정을 공개해 보는 재미도 제공할 계획이다.
“날씨가 풀리면 가까운 중앙시장 쪽에는 야장(夜葬)이 장사진을 이룹니다. 시장 안에도 새로운 식당, 술집들이 계속해서 문을 열고 있는 추세라 올해 말쯤이면 야장이 상당히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앙시장은 비가 와도 괜찮기 때문에 바깥에 테이블을 펼쳐 놓고 의자에 앉아 술을 즐기는 야장이 활성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스탠딩 형태의 메일룸은 그런 야장 분위기와도 잘 맞을 것으로 보이고 애초 계획대로 중앙시장과 주신당 사이에 위치해 두 곳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도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입니다.”
◇ “오래 머물 수 있는 곳 돼야”
장 대표는 핵심 스토리가 각 층별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층 매장을 운영할 경우 고객이 위로 올라가는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매장의 경우 2층의 매출이 1층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장 대표는 이색적인 이야기를 공간 곳곳에 담아 고객이 각 층마다 즐길 수 있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명확한 콘셉트나 방향성을 브랜드화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면 더 많은 방문객들이 모일 것입니다. 특히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고, 편안한 느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메일룸은 1~3층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2~3층을 사진이 멋지게 나오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특히 3층은 기획의도에 따라 편지조작단이 일하는 공간을 꾸미는 등 메일룸의 상징이 되는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