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번성했던 상권과 인기를 끌던 상업시설들이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와 물류·택배시스템 발달로 인해 그 위세가 점점 꺾이고 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자고 나면 임차료가 오를 만큼 콧대 높았던 곳이지만 지금은 유령 상권으로 변했거나, 공실이 넘쳐 임차료를 일정 기간 받지 않는 ‘렌트프리’를 1년 이상 제시하는 임대인도 생겨나는 추세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실업률 증가, 내수 경기 위축까지 더해지면서 상업시설의 생존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위태해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대형 유통사들은 물론 동네 골목에서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까지. 유통 관련 사업자들은 상업시설에 고객을 집객 시키고 오래 머무르게 하려고 다양한 테넌트 구성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요즘 자주 쓰는 전략으로 소위 ‘맛집’ 유치다. 맛있는 음식점이 많다고 입소문이 나면 상권과 상업시설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통 전문가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휴식, 음식, 즐거움(여가)이 한데 결합된 ‘휴미락(休味樂)’ 형태의 테넌트 시설까지 선보이고 있다. 서울 도심 대표 오피스빌딩인 종로구 ‘종로타워’에 지난해 마련된 ‘위치가든’이 대표적이다.
위치가든은 ‘위치네일스’라는 네일숍을 운영하는 회사 ‘위치비앤씨’가 네일숍, 카페, 꽃집을 한 공간에 조화롭게 모아놓은 복합문화공간이다. 네일숍은 업종 특성상 고객 수는 적지만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며 객단가는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다른 뷰티 관련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공간을 덜 차지하는데, 빈 공간에 꽃이 더해지면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면서도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적용했다. 특히 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품성이 좋지만 주변 공간과 상품을 더욱 돋보기에 만드는 역할을 하며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준다는 점에서도 꽃집이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숲’ 서울 종로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부띠끄’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꽃과 식물이 가득한 공간과 카페, 네일숍이 결합한 위치가든은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곳이다.
위치가든은 종로타워 1층에 위치해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을 비롯해 빌딩을 오고가는 사람들에게도 꽃향기에 잠시 멈출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꽃을 통해 빌딩의 내외부 모두 아름답게 만드는 셈이다. 종로타워 입주사를 대상으로 꽃꽂이 강좌를 열거나 경조사 사업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앞으로 위치가든은 1호점을 발판으로 헤어 등 다양한 뷰티 콘텐츠와 자연스럽게 결합해 한층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