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1000억 가야죠, 자신 있습니다.” 완벽한 피보팅을 통해 돌아온 디자이너 최범석은 자신있으면서도 한층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17년 넘게 뉴욕 컬렉션 런웨이를 누볐던 그가 모든 것을 리세팅하고 완벽하게 터닝하는데 성공했다. 지금 최 대표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바로 ‘디자이너가 만드는 D-SPA(디자이너 SPA)’ 브랜드다.
‘합리적인 가격대’와 ‘고퀄리티’가 이번에 새롭게 변신한 제너럴아이디어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사명을 지아이홀딩스에서 포이닉스로 바꾸었다. 오늘의 제너럴아이디어의 성공적 변신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8년도 뉴욕 쇼케이스를 진행하던 중 어느날, 한국에 들어와 회사를 살펴보니 회사(재무,매출 등등)가 엉망이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최 대표는 신규 론칭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보았지만, 지금 전개하고 있는 제너럴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게 낫겠다고 최종 판단했다.
최 대표는 “모든 것을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바꾸어야만 했죠. 그때부터(2019년) 무신사 전 입점 브랜드를 훑기 시작했어요. 또, 네이버 디자이너 브랜드를 써치해서 어떤 조닝, 포지셔닝을 잡아야 할지 고민했죠. 온라인쪽을 살펴보니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는 영 브랜드들 경우, 찜 2만 이상을 넘었고 가격대도 6~7 만원대로 책정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옷으로 바꿔야 되겠다’라는 결심했죠”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획 방향부터 생산처 등 모든 시스템을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상품가격이 10만원이라면 3만원으로(70%다운) 가격대를 낮추는 작업에 들어갔고 고객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로 ‘대중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결심…대중이 좋아하는 옷을 만들자
제너럴아이디어의 생산을 핸들링 하는 업체(파트너사)는 현재 6-7사 정도 된다. 대부분의 물량은 중국에서 담당해 생산하고 한 스타일에 니트 기준 최소 2000장 뽑을 수 있으며 14만장까지도 거뜬하다. 2주면 리오더했던 상품이 나올 정도로 스피드한 생산 라인을 구축한 점도 제너럴아이디어의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속도와 물량을 쳐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생산에 자신 있었던 동대문 시절, 리오더와 생산프로세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9년에서 2020년까지는 거의 마진없이 판매가 이뤄지면서 사실 적자폭이 컸다. 하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 자세로 최 대표는 본인 자신을 믿고 현재 2024년까지 달려왔다. 올해 매출 560억원, 내년에는 1000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과거에는 특정 고객들을 위한 하이엔드 컬렉션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싶어졌다. 기획 생산 시스템과 유통, 이익 구조에 이르기까지 체질개선을 했고, 최 대표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최 대표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돌아온 것 같아요. 중저가 상품의 기획 생산 딜리버리 등 너무 잘 알고 있죠(웃음). 그래서 사실 잘될 것이라고 확신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너럴아이디어의 유통망은 네이버 스토어를 포함해 온라인 플랫폼 26곳에저 전개 중이다. 하반기에는 최근 오픈으로 화제가 된 한남동과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 외에도 더현대 서울 등 오프라인의 주요 유통망을 공략할 생각이다.
◇ 중국 온라인 틱톡, 샤오홍수, 타오바오…잭팟 이어져
중국 온라인 마켓 반응도 뜨겁다. 틱톡을 비롯해 샤오홍수, 타오바오 등 월 5억원을 뛰어넘는 매출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온라인 자사몰 역시 오픈한 지 얼마 안돼 월 2억원의 매출을 나타내며 상승세다.
잘 팔리는 아이템을 분석해본 결과, 중국 경우에는 컬러감이 있는 튀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반면 일본 고객들은 한국과 비슷하게 무난하면서도 심플한 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대표는 “일본 MZ들의 온라인 소비 비중이 커지는 흐름을 봐서 첫 달에 약 1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했는데,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월 1억대의 매출을 기록했어요. 여성 라인이 95%의 판매율을 나타냈죠. 앞으로 일본 시장을 좀 더 조사해 제너럴아이디어의 팬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또한 일본 인스타 등 온라인 마케팅도 꾸준히 하고 있어 점차 일본에서도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제너럴아이디어의 이러한 성공에 대해 “새롭게 들어온 지금의 디자이너들이 없었더라면 제너럴아이디어는 없었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제너럴아이디어 매장 직원 평균 에이지는 20대 초 중반이다. 최 대표는 직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눠보면서 좀 더 친근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상하조직이 아닌 수평조직을 만들자는 주의다.
최 대표는 “옛날에는 제가 전부 다 했어요(웃음), 지금은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직원들이 디자인한 것을 살리고 제가 한 것은 드롭시켜요. 그 이유는 직원들이 한다고 하는 것을 하게끔 진행했을 때 결과물이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가장 가까운 1차 소비자이기도 하니까요.”
◇ ‘최범석을 빼고 제품을 보여주자’… 1000억 목표 세웠다
최 대표는 제너럴아이디어에 변화를 주면서 본인 스스로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 동안 제 자신의 얼굴을 방송이나 미디어 매체를 통해 마케팅용으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스스로를 낮추면서 제품만 보이게 하자는 전략을 썼던 것. 바로 ‘제너럴아이디어에서 최범석을 빼고 제품을 보여주자’에 집중한 결과다.
중국은 현지에 직접 법인을 낼 정도로 중국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다. 일주일에 2~3번 정도 중국 라이브 방송을 한국에서 진행하는데 온라인 매출이 폭발적이다. 이러한 반응에 따라 내년 매출 목표 1000억원 중 800억원 정도를 온라인부문 매출로 예상하고 있다.
최 대표는 향후를 위해 세컨 브랜드도 계속 고민 중에 있지만 현재는 제너럴아이디어 라인 확장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 열정과 실력을 갖춘 직원들에게는 사내 벤처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일하면서는 실무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주면서도 경영자로서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는 최범석 대표, 그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 나서 엔딩 크레딧에 감독 이름이 딱 나오는게 가장 멋있잖아요. 과거 제너럴아이디어는 뉴욕에서 하이 오브 하이엔드 브랜드였는데 지금 제너럴아이디어는 대중과 공감하는 브랜드로 변화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옷이라는 주제로 독립영화, 해외로케, 미쟝센 모든 씬의 영화는 다 찍어본 것 같아요. 이제는 1000만 영화시대인데 저도 도전해보려구요.” 짧고 강렬한 그의 마지막 멘트에서 앞으로 펼쳐질 최범석 대표의 다음 행보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