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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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등 대형마트… 불황 장기화에 ‘몸집 줄이기’

살얼음판 유통가 ‘구조조정 칼바람’ 분다!

“이커머스 산업이 성장하고 가상자산과 메타버스가 뜰 때만 하더라도 유통업계에서 개발자 몸값은 부르는 것이 값이었습니다. 엔지니어부터 앱개발, 플랫폼 개발, 풀필먼트 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 고급 전문가를 찾는 움직임도 상당히 분주했습니다. 기존 직원과는 차원이 다른 복지 혜택을 따로 주는 대기업이 있다는 얘기가 돌 만큼,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가요. 개발 인력들이 다수 투입되고 어느 정도 시스템이 안정화되니까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부는 유통업계 구조조정 칼바람에도 다수의 개발자가 잘려나갈 것입니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던 30대 직장인 김형욱(가명)씨의 한탄이다. 김씨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잘 나가던 B2C 플랫폼 기업에서 이커머스 업체로 이직했다. 상당한 액수의 사이닝보너스와 연봉, 그리고 탄탄한 복지에 끌렸기 때문인데, 현재는 퇴사를 한 상황이다. 윗선의 이런저런 반대 의견에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일쑤였고, 조직 내에서 김씨를 끌어줄 선배 개발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회사에서 쓸모가 없어지자 결국 지난해 말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김씨는 “이러한 결과로 이어질 줄 알았다면 그냥 다니던 IT 회사를 다닐 걸 그랬다”고 푸념했다. 그나마 제 발로 나온 김씨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올해 들어 한국 유통업계에서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불게 됐는데, 여기에 휩쓸려 나오게 될 개발자의 숫자가 적잖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먼저 한국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현황을 살펴보자. 칼바람이 가장 세게 불어 닥친 곳은 오프라인 채널이었다. 올해 초 대형마트 1위 업체 이마트가 창사 31년 만에 처음으로 인력 감축에 돌입한 건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이마트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40개월 치의 특별퇴직금과 2500만원의 생활지원금의 내용이 담긴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 배경과 관련해 수년간 이어진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제 실적 부진이 이유였다.

연결 기준으로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두고도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마트는 인력만 줄인 것만은 아니었다. 사업 구조도 수술대에 올려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지난 4월 이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계열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기일은 6월 30일이었고, 7월 1일 등기를 마치면서 통합 이마트 법인이 출범했다.

이마트가 여러 유통채널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의 이마트와 SSM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서로 합치는 이유는 매입·물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다. 통합 이마트는 매입 규모를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마트와 협력사 모두,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제공할 여력도 커진다.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다만 합병 과정에서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회사 역시 희망 퇴직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신세계 롯데 등 대대적 감원 나서
이마트는 이커머스 대표 주자인 쿠팡과의 경쟁에서 밀려 유통업체 연매출 1위 자리를 내줬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진출을 본격화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로 점점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 전반에서 가격 경쟁이 심각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는데, 이 문제를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꺼낸 것이다.

현재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2만2000명 수준이다. 10년 전엔 2만8000명 안팎이던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고, 올해 희망퇴직으로 인한 추가 감원이 이뤄질 경우 이마트의 인력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이마트가 적자를 내게 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 역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법인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SSG닷컴 희망퇴직 대상은 2022년 7월 1일 이전 입사한 근속 2년 이상 본사 직원이다.

SSG닷컴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SSG닷컴은 수년째 적자만 쌓고 있다

근속연수에 따라 6~24개월 치 급여 상당의 특별퇴직금을 받는다. SSG닷컴의 희망퇴직은 최훈학 신임 대표가 취임한 지 약 보름만에 실시됐다. 앞서 지난달 19일 신세계그룹은 SSG닷컴과 G마켓의 대표를 동시에 교체했다.

최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인력 감축에 나선 건 SSG닷컴이 좀처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2019년 81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래 줄곧 수익성이 악화했다.

2021년을 기점으로 연 적자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도 1030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도 139억원의 마이너스 이익을 냈다. 또 최 대표는 취임 직후 조직 슬림화 진행 중이다. 기존 4개 본부(D/I, 영업, 마케팅, 지원) 체제를 2개 본부(D/I, 영업)로 줄였고, 마케팅본부는 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지원본부 부서들은 대표 직속으로 변경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유통업계 맏형으로 꼽히는 롯데그룹도 불황 장기화를 대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역대 세 번째 희망퇴직으로 전 직급별 10년 차 이상 사원으로 대상으로 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0년 부진 점포 12곳을 정리한 데 이어 2021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SSG닷컴과 마찬가지로 실적에 뚜렷한 반등 신호를 내지 못한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롯데온 역시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5월 근속 3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21년 6월7일 이전 입사자 중 재직 또는 휴직 상태라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롯데온은 주요 부문장을 교체하고 조직 개편도 실시했다. 기존 마케팅 부문장이었던 권오열 상무보가 보직이동과 함께 박익진 롯데온 대표가 마케팅 부문을 겸직하게 됐다. 또 뷰티팀과 패션팀을 각각 ‘실’로 격상했다. 아울러 현재 사용 중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무실을 줄이 고강남으로 둥지를 옮길 계획이다.

롯데온 역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의 희망퇴직과 조직개편은 실적 개선을 위해서다. 서비스를 시작한 2020년 950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1560억원, 2022년 1559억원, 2023년 856억원까지 4년간 49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롯데면세점도 전사적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해 전 임원 급여 20% 삭감 등 대규모 조직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비상 경영 선언문’을 게시했다.

롯데면세점은 선언문을 통해 경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사업부 구조개선 △상품 원가와 경쟁 비용 통합 관리 △1본부로 체제 전환 및 3개 부문과 8개팀 축소 △전 임원 급여 20% 삭감 △희망퇴직 등 전사적 인력 구조조정 등을 제시했다. 롯데면세점은 2022년 12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약 1년6개월만에 올해 하반기 희망퇴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을 받고 조직과 영업점 면적 등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코로나 이후 힘든 시간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견뎌왔지만, 고물가와 고환율 그리고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성장은 멈췄고 수익성은 악화됐다”라면서 “회사를 이끄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선제적인 비상 경영체제 전환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났다.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객은 증가했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방문은 기대치를 밑돌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디지털 혁신 신통치 않았던 유통가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롯데와 신세계가 흔들리고 있는데, 나머지 업체들이라고 안전한 상황일리 없다. 이마트에브리데이와 경쟁하는 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아예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홈플러스의 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MBK는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내년 홈플러스 인수 10주년을 앞두고 재매각을 추진하던 MBK는 우선 슈퍼마켓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310여 개를 분할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도 선정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시장의 매물로 나왔다.

2004년 출범한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GS더프레쉬(GS리테일),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롯데쇼핑)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대표 SSM 업체다. 매장 대부분(235개)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고 경기권 2곳에 자체 냉장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퀵커머스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국내 유통기업은 물론, 이커머스 업체도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이렇다 할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도 많은 유통사들이 경영 효율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군살 빼기’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런 덩치 큰 회사를 인수하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어서다. 그나마 재무적으로 여유가 있어 인수 유력 후보로 꼽혔던 알리익스프레스난 쿠팡 같은 기업들도 연달아 인수설을 부인하면서 매각 과정이 난항에 빠져 있다.

계속 이런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구조조정을 통해 몹집을 줄여 다시 후보자를 찾는 시나리오가 검토될 수 있다. 현재 투자업계가 예상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몸값은 8000억~1조원으로, 이를 감당할만한 인수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유통업계가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중국 플랫폼이 시장 점유율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각을 추진하다 잘 되지 않아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도 있다. 바로 SK그룹의 11번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3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으며 올해 들어선 11번가에 투자한 FI(재무적투자자)들이 나서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유통기업들 사이에서 인건비를 아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경영 상황이 녹록지않은 만큼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통업체들은 경기 흐름의 바로미터인 소비가 줄어 수익이 악화하면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을 우선 고려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구조조정은 경기 장기침체에 대비하는 불가피한 경영 전략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고금리와 소비 심리 침체로 업황이 좋지 않다. 여기에 이른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제대로 생존해 내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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