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이동통신업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활용한 음성 쇼핑’ 경쟁이 불붙고 있다.국내 최대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주요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앞다퉈 음성인식 기반 AI스피커를 내놓자 이들의 손을 붙잡고 스마트 쇼핑 시장 개척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인 곳은 온라인 유통업계다. 온·모바일 쇼핑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쇼핑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종합쇼핑몰 롯데닷컴은 최근 인공지능(AI) 스피커 국내 보급 1위 이동통시사 KT의 등에 업고 ‘음성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가지니를 통해 음성만으로 롯데닷컴 상품에 대한 주문과 결제, 당일배송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롯데닷컴은 KT와 지난 27일 인공지능 쇼핑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음성을 통해 상품을 검색, 주문하고 결제하는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 중 구현하기로 했다.
기존 인공지능(AI) 스피커의 쇼핑 서비스는 사전에 지정했던 상품을 재구매하거나 추천하는 인기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에 그쳤다면 KT의 인공지능 TV ‘기가지니’를 활용한 이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는 실질적인 쇼핑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게 KT의 설명이다. 양사는 전국 400여개 롯데슈퍼 체인 매장별 배송 가능 상품, 할인 프로모션 등을 검색하고 당일 내 구매상품을 배송하게 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또다른 인증수단 승인 없이 음성을 통한 화자 인증만으로 결제한 금액을 올레TV 청구서에 합산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KT가 K-쇼핑과 함께 선보인 대화형 홈쇼핑 서비스는 해당 홈쇼핑 채널에서 음성인식을 통해 상품 검색, 상품 추천, 다음상품 미리보기, 상담원 연결, 바로주문 하기가 가능하다. KT는 이 서비스를 2018년말까지 10여개 T-커머스 쇼핑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화자인증을 통한 올레 TV 합산 청구를 기가지니에 입점하는 모든 제휴 쇼핑몰에 적용할 방침이다.
11번가는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를 활용한 음성쇼핑 서비스를 운영하는 가운데, 최근 쇼핑 상품 수를 확대했다. 매일 선보이는 오늘의 추천상품은 5개에서 10개로 늘렸다. 또 생수·즉석밥·라면 등 반복구매가 잦은 생필품을 매일 5개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오늘의 추천상품 수와 고정상품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베이코리아도 내년 상반기쯤 기가지니와 연계해 G마켓·옥션·G9에서 음성쇼핑 서비스를 선보인다. 현재 두 회사는 이베이코리아의 3개 쇼핑몰 데이터를 정리해 기가지니에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도 IT 사업자와 유통업체가 협업해 AI 스피커를 통한 음성쇼핑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월마트 전용 ‘홈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하고 지난 9월부터 월마트 음성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음성으로 월마트에서 쇼핑하는 것. 아마존이 자체 AI 스피커 ‘에코’와 자사몰을 연계해 AI 스피커 생태계를 확대한 데 따른 대응이다. 구글의 AI 스피커 점유율(24%)은 아마존(76%)의 약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글은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아마존보다 열세인 월마트와의 연합작전을 통해 뒷심을 낸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