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토끼 친구들이 싱싱한 풀과 신선한 당근이 가득한 세상을 꿈꿀 때, 저는 달랐어요. 진정한 행복은 잘 준비된 옷장에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런던에서 활동중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피피라핀(FIFI LAPIN)’의 스타일북은 이런 메시지로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토끼를 만들어 낸, ‘피피라핀’이 국내에 라이센스 패션 브랜드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몇몇 마니아만 아는 사실이다.

패션기업 알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조경난)이 2016년부터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국내에 전개해 왔지만, 나름 완성도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키 위해 상품개발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알제이커뮤니케이션은 현재 서울 명동과 두산타워(일명 두타) 두 곳에 ‘센(sen)’이라는 편집숍을 통해서 이 ‘피피라핀’을 선보이고 있다. 이 편집매장에는 ‘피피라핀’과 더불어 자체 개발 브랜드인 ‘몽키플라워’와 ‘앤센’이 작년 가을부터 함께 구성되어 있다.
‘피피라핀’은 스타일리시한 일러스트디자인이 돋보이고, ‘몽키플라워’는 오롯이 디자이너 길을 걸어 온 조경란 대표의 캐릭터 디자인을 살린 유니크한 브랜드다. 여기에 ‘앤센’은 살짝 얌전하면서도 퀄리티감이 느껴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다. 세 브랜드를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스포츠 감성을 살린 프리티한 스트리트웨어다. 상품가격은 현재 국내 소량생산에 좋은 소재를 사용하고 있어 중가대를 제시하고 있다. ‘자라’보다 싸지 않은 정도로 보면 된다.
이 편집매장 ‘센’의 미래는 다소 특별하다. ‘센’은 오는 5월에 중국 광저우와 상해 두 곳에 거점 매장을 확보하고 중국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행보 또한 국내 유통시장 보다는 중국시장을 겨냥해서 준비된 것으로 설명된다.
알제이커뮤니케이션의 조경난 대표는 최근 중국패션시장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보이런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이다. 그 전에 YK038, 대현, 대하패션, fnf, 휠라 등에서 여성 영캐주얼과 유니섹스 캐주얼 디자이너로 경력을 탄탄히 쌓은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조대표의 전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은 ‘보이런던’ 때 맺어진 자금력과 유통시스템을 갖춘 중국파트너들이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주요 도시의 거점 매장과 수주 쇼비즈니스를 통해 폭발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 현재 이들 브랜드들로 구성된 편집숍 ‘센’도 그 간 차분히 준비해 온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도 하나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명동과 두타 매장의 중국 관광객을 통해서 상품 기획에 필요한 데이터를 쌓아 온 것. 특히 ‘피피라핀’의 경우 그 동안 ‘레스포색’, ‘쥬시꾸뛰르’ 등과 협업 중심으로 전개되어와서 패션브랜드로 신규 론칭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또 온라인 유통을 통해서도 피드백을 꾸준히 해왔다. 국내에서는 무신사를 중심으로 반응을 체크하고 중국과 일본의 온라인숍에서도 진행해왔다.
‘센’의 현재 드러난 모양새를 놓고 점수를 매긴다면 사실 크게 두드러진 건 없다. 두타 2층에서 손가락에 안쪽 순위의 매출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올해 시작되는 패션 브랜드 비즈니스를 놓고 볼 때는 “매우 새롭고 기대된다”로 평가하고 싶다.
그 이유는 사업의 시나리오가 억지 없이 잘 준비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력과 경험, 자금, 유통시스템 등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
“혹시?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쉬한 토끼와 유니크한 몽키 본적 있나요?”하고 묻는다면, “아!. 애네들 중국 패션 스트리트에 가면 어디든 있어요!”. 이런 스토리, 내년쯤 가능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