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화장품 편집매장인 ‘시코르’가 지하에서 젊은층에게 대히트를 치자 ‘샤넬·맥·아르마니’ 등 글로벌 최고급 브랜드들까지 줄줄이 지하로 움직인다. 명품화장품 코너의 1층 불문율이 깨진 것.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4일 맥을 시작으로 12월15일 ‘샤넬’, 1월 중순엔 ‘아르마니’가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 새 매장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화장품 럭셔리 브랜드가 백화점 지하에 매장을 내는 것은 국내 최초다.
신세계 강남점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쇼핑공간인 ‘파미에스트리트’와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식음전문관 ‘파미에스테이션’이 있다. ‘파미에스테이션’과 ‘파미에스트리트’가 2014년, 2015년에 각각 문을 열면서 센트럴시티의 유동인구는 재개장 전에 비해 10~15%가량 늘었다. 특히 ‘파미에스트리트’는 대형 유통업체 최초로 국내외 스트리트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영 고객들의 쇼핑 메카로 자리잡았다. 패션부터 시계, 향수, 캐릭터샵, 카페까지 다양한 장르를 한곳에 배치한 게 주효했다.
올해 ‘시코르’ 매장이 생기면서 ‘파미에스트리트’의 2030 고객 수는 크게 뛰었다. ‘시코르’는 ‘코덕(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들의 놀이터’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오픈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브랜드와 체험형 이벤트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시코르 강남점이 첫 선을 보인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파미에스트리트 구매 고객 수를 분석한 결과 20대는 전년 대비 2.5% 늘었고 30대는 6.9% 신장했다. 특히 화장품 장르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강남점의 경우 2016년까지 화장품 장르의 20대 매출 비중이 7.1%에 머물러 있었지만, 올해 5월 시코르 오픈 이후에는 11.8%까지 올랐다. 30대 비중도 26.9%에서 31.4%로 5%포인트 뛰었다.
지하에 문을 연 시코르가 2030 젊은 고객 유입에 성공하면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입지 선호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샤넬과 맥은 백화점 1층에 본 매장을 운영하되, 지하 1층에선 젊은 층에 맞는 새로운 콘셉트와 포맷의 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미 1층에 본 매장이 있는 이들이 지하 1층에도 매장을 또 내는 이유는 ‘시코르’의 성공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샤넬’과 ‘맥’은 1층에 본 매장을 두되, 지하 1층에서는 젊은 층에 맞는 새로운 콘셉트 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샤넬’은 ‘시코르’의 가장 큰 특징인 ‘메이크업 셀프바’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매장처럼 직원이 좇아 다니며 추천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편안한 자유롭게 제품을 발라보고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샤넬’은 지하 1층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시코르’ 매장 근처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맥’은 ‘시코르’의 ‘코덕 마케팅’을 적극 차용키로 했다. 23일부터 프리 오픈 이벤트를 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에서 인기가 많은 유명인을 초청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매년 2~3회씩 코덕들을 불러 신제품 프리뷰와 론칭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시코르’는 로드숍으로도 진출을 시작해 현재 서울 강남역 대로변에 대형 크기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준비 중이다. 오는 12월 22일 오픈 예정인 이곳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상권에 순차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