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에 들어서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마트폰 속 사진을 보여주며 한 스폿을 물어본다. 외국인 관광객이 보여준 곳은 바로 탬버린즈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한 쪽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탬버린즈 모델 블랙핑크 ‘제니’의 화보 앞이다.
탬버린즈 매장 외관의 제니 화보 앞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포토존이 됐고,이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세로수길은 탬버린즈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르라보, 호텔도손, SW19, 바이레도, 논픽션 등 여러 니치향수 매장이 줄지어 있어 ‘니치향수 거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러 향수 브랜드 매장들이 세로수길과 더불어 가로수길에 생겨나면서 니치향수의 타깃층인 소비력 높은 2030세대들이 가·세로수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에 테넌트뉴스는 가·세로수길의 주요 뷰티 브랜드들 소개와 맵을 통해 향수 상권에 대해 알아보았다.

◇ 포토존으로 발걸음 끊이지 않는 ‘탬버린즈’
탬버린즈(Tamburins)는 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브랜드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카카오톡 선물하기 상위 랭킹에 자리잡고 있는 쉘 모양의 쉘 퍼퓸 핸드부터 작년 11월 출시된 계란을 연상시키는 타원형의 에그 퍼퓸까지 기존 제품 디자인 틀에서 벗어난 공감각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탬버린즈는 젠틀몬스터의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대표 김한국)가 지난 2017년 론칭한 브랜드로 제품뿐만 아니라, 탬버린즈의 내부 공간 디자인 또한 눈에 띈다.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하면 매장 한켠에 전시돼 있는 그림부터 실제 살아있는 것 같은 말 모형의 키네틱 아트까지 향수 매장을 방문했을 뿐인데 마치 전시회를 들렸다 온 경험을 만끽하게 해준다.

특히, 지난 2021년 가로수길 매장을 새롭게 리뉴얼 오픈하면서 등장한 말 모양의 키네틱 아트는 SNS에서 인증샷 열풍이 불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오브제를 통해 탬버린즈가 고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탬버린즈는 향의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고객이 직접 시향하면서 느끼는 감정, 이미지 등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하나의 소통 매개체로서 활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탬버린즈 모델 제니의 원픽으로 알려져 인기인 ‘퍼퓸 카모’부터 최근에는 배우 변우석이 즐겨 사용하는 향수로 소개된 ‘퍼퓸 밤 홀리메탈’이 공식 홈페이지 상에서 일시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 르 라보, 장인 정신의 힘으로 향을 연구하다
탬버린즈를 따라 신사중학교 방향으로 세로수길을 따라 걸으면 또다른 향수 매장 ‘르 라보(Le labo)’를 만날 수 있다.
이엘씨에이한국(대표 Teng, Hsiao-Hua)에서 전개하는 르 라보는 프랑스어로 ‘연구실’이라는 뜻으로 연구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장 내부는 엔틱한 조명과 가구들로 인해 향 연구실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러한 엔틱한 분위기는 르 라보의 와비사비 정신을 잘 보여준다. 와비사비 정신은 단순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의 아름다움에 관한 미학을 뜻한다. 르 라보 가로수길지점은 약 16평가량의 작은 매장이지만 회색빛의 벽 페인팅부터 부서진 타일 연출까지 가공되지 않은, 빈티지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르 라보는 2006년 뉴욕에서 첫 문을 열었으며 서울 가로수길지점은 지난 2016년에 오픈했다. 르 라보 가로수길지점은 서울에 문을 연 첫 번째 ‘르 라보 부티크’ 매장으로 구매 시 바로 수작업으로 신선하게 블렌딩된 향수를 제공하는 블렌딩 서비스부터 구매 시 원하는 문구를 새길 수 있는 라벨링 서비스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르 라보의 베스트셀러 아이템 중 하나인 ‘상탈33’ 오 드 퍼퓸은 샌들우드(상탈)을 주 원료로 하여 33가지의 원료가 들어갔다. 상탈 33은 바이올렛, 아이리스와 스모키한 우드 향이 어우러져 스파이시하고, 가죽 향이 맴도는 것이 특징이다. 르 라보의 향수 제품은 향수에 들어간 재료의 ‘개수’를 제품명을 지을 때 뒤에 붙여 사용한다. 또다른 베스트셀러 아이템인 ‘어나더 13 오드퍼퓸’은 자스민, 이끼, 카탈록스 등 유니크하면서 중독성이 강한 13개의 원료가 들어간 제품이다.

◇ SW19, 스포츠 콘텐츠 기업에서 향수 브랜드로
르 라보 근처에 위치한 SW19는 젠틀몬스터 건물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내국인뿐만 아니라 여러 관광객들이 접근하기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브랜드명인 ‘SW19’은 영국 런던 윔블던 지역의 우편 주소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윔블던 파크의 향을 6am, Noon, 3pm, 9pm, Midnight 5가지 시간대로 나눠 향수에 담았다.
스포츠 콘텐츠 기업인 왁티(대표 강정훈)는 골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마케팅의 일종으로 ‘향’을 활용하기 위해 SW19를 론칭했다.

SW19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는 SW19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로 지난 2023년 9월 오픈했다. ‘시간’을 매개체로 하는 향수 콘셉트에 맞춰 브랜드 슬로건 ‘JOURNEY TO THE MOMENTS, 행복한 시간들로의 여행’을 공간에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매장 중앙에 위치한 벽시계는 SW19가 브랜드 스토리로써 중요한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배치됐다.
또한, 보이지 않는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내부를 꾸몄다. 각각의 향에 담긴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상과 함께 음악 소리를 들으며 시각, 청각,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시네마틱 존, 향수들의 이미지를 표현한 엽서를 간직할 수 있는 공간까지 향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 바이레도, 뷰티 특화 플래그십스토어로 고객 소통 강화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윌리엄 김)이 수입·판매하는 바이레도(BYREDO)의 ‘가로수길 뷰티스토어’는 바이레도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단독 매장이다.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도산점과 달리, 이 곳에서는 향수와 바디케어, 홈프래그런스 및 메이크업 등 바이레도의 뷰티 제품만 판매하는 ‘뷰티 특화 플래그십 스토어’이다. 이 곳에서는 뷰티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모든 제품을 자유롭게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가로수길 매장은 차분한 그레이 색상의 핸드 메이드 벽돌을 사용한 건물 외관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돌담 쌓기 방식으로 제작됐으며, 전면의 커다란 통창을 통해 스며드는 자연 채광은 브랜드의 미니멀한 이미지와 대조되는 자연스러운 색조를 완성했다.
매장 내부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현대적인 느낌의 차가운 알루미늄 프레임과 강렬한 레드 색상의 소나무 테이블이 조화를 이룬다.

창업주 벤 고햄(Ben Gorham)이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한 럭셔리 니치 향수 ‘바이레도’의 브랜드명은 ‘By(~에 의한)’와 ‘Redolence(향기,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를 결합해 바이레도(BYREDO)라 짓게 됐다. 인기있는 향수 제품에는 블랑쉬 오 드 퍼퓸, 모하비 고스트 오 드 퍼퓸, 로즈오브노맨즈랜드 오드 퍼퓸 등이 있다.
◇ 딥티크, 프랑스 파리 가정집 느낌 그대로…예술적 가치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윌리엄 김)이 수입·판매하는 딥티크(Diptyque)는 1961년 프랑스 파리에서 세 명의 아티스트가 함께 공동으로 설립한 브랜드다. 2022년 3월에 오픈한 딥티크 가로수길 전문점은 국내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복층으로 지어진 ‘체험형 매장’이다.
매장 내부는 파리의 아늑한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구성했다. 식당, 부엌, 세탁실, 거실, 욕실 등으로 구분돼 각 공간에 어울리는 제품들을 프레젠테이션 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접시와 오브제 등의 데코레이션 컬렉션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게 된 이유에 대해 딥티크 담당자는 ‘딥티크의 첫 매장은 파리 문화의 구심점이자 수많은 작가와 예술인들이 주거하고 활동하는 파리 생제르망 거리에서 6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의 Art of Living(생활 속 예술) 정신을 이어받아 2000년대 초, 빈티지 가게들과 예술가들의 공방&화방, 그리고 디자이너숍이 성행했던 가로수길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가로수길이 해외에서 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만큼, 딥티크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국과 외국인 방문 고객 비율이 5:5이며, 구매까지 이어지는 고객의 비율은 한국인이 65%, 외국인이 35% 정도이다.

특이한 점은 해외 고객은 국내 고객보다 캔들이나 디퓨저 같은 홈 프래그런스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들은 데코레이션 카테고리도 높은 흥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판매하는 ‘서울 캔들’이 해외 고객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와 함께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롬브르 단 로 오 드 뚜왈렛 50ml, 필로시코스 오 드 뚜왈렛 100ml도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 논픽션, 화려한 매장들 사이…스몰 럭셔리의 완결판
화려한 매장이 가득한 세로수길 한가운데, 라이프스타일 뷰티 브랜드 논픽션(Nonfiction, 대표 차혜영) 매장이 자리 잡고있다. 마치 누군가의 작업실을 연상케 하는 ‘도심 속 은신처’와 같은 공간이다. 요즘 논픽션의 핸드워시 제품은 핫한 카페의 화장실에는 모두 구비돼 있다. 핸드워시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논픽션 신사에서는 여러 핸드워시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넓은 싱크가 만들어져 있다.

매장 한 켠에는 논픽션의 취향이 담긴 특별한 오브제가 전시돼 있다. 한 벽면을 가득 채운 논픽션 향수 제품은 논픽션이 걸어온 창작과 탐구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주기적으로 선보이는 매장 윈도우 파사드의 인스톨레이션(Installation)은 고요하면서 선명한 목소리로 논픽션의 미학을 소개하고 있다.
차혜영 대표는 샤워하는 시간이 핸드폰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에서 브랜드명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이를 출발점으로 논픽션의 팀원들과 진짜 삶과 가짜 삶에 대해 심도있게 대화를 나눠, 셀프 케어(self-care)의 소중함을 브랜드 메시지로 나타냈다. 이에 논픽션은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일과 삶을 명확히 분리하는 시간의 매개체가 되고자 한다.

고감도의 디자인으로 MZ세대 사이에서 ‘스몰럭셔리’ 유행을 한창 이끌기도 한 논픽션은 젠틀 나잇, 상탈 크림, 포겟 미 낫, 인 더 샤워, 포 레스트, 오픈 암스, 네롤리 드림, 심플 가든, 가이악플라워, 오도라마 시티 등의 향수 제품이 있다.
◇ 가로수길 메인 거리…향수 거리의 시작을 연 ‘이솝’

이솝(Aesop)은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 위치해 있다. 국내에서는 이솝코리아(대표 앙트안삐에르부르주아)가 전개하고 있으며 이솝의 첫 시그니처 스토어인 이솝 가로수길점은 지난 2014년 오픈해 이솝을 시작으로 가로수길에 다양한 향수 매장들이 들어섰다.
이후 새롭게 단장한 이솝 가로수길 시그니처 스토어는 식물성 소재로 지속 가능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과 맞게 디자인 스튜디오 MLKK와의 협업으로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디자인에 담아냈다. 그 중에서도 루프탑은 가로수길의 사계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쁜 가로수길 속 자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브랜드 철학에 맞춰 린스 앤 리턴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린스 앤 리턴 캠페인은 이솝의 공병들을 재활용 공정을 통해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 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소비자들은 가로수길 매장에 깨끗이 세척한 공병을 전달해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다.
이솝의 오 드 퍼퓸은 우디, 오퓰런트, 플로럴, 프레쉬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오퓰런트 계열은 세련된 플로럴 향과 발사믹 노트가 두드러지며 프레쉬 계열은 허브, 시트러스 류의 과일에 유자, 베르가못이 활용된다. 이솝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테싯 오 드 퍼퓸’은 프레쉬 계열의 향수로 유자, 베티버가 주 원료로 사용됐다.

이솝 가로수길 매장은 지난 2023년 6월 매장 내부를 도서관처럼 구성해 책과 책을 담는 가방에 이솝 향수를 뿌려 증정하는 ‘이솝 우먼스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팝업 전시회, 캠페인을 함께 진행해 고객들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