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드 하나로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새로운 수요 창출도 할 수 있으니까요.”
김현상 디자인조이 대표가 힘주어 한 말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파사드, 크게는 유통, 작게는 매장에 이르기까지 ‘파사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다. 코로나 이후 국내외 환경적인 영향으로 실질적인 경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와중에도, 파사드(간판)는 지속적으로 진화 중이다.
최근 팝업들이 곳곳에 늘어나면서 그 공간을 잘 표현해주는 각양각색의 ‘파사드’들이 눈길을 끈다.
규모가 크고 노출되는 광고면이 많을수록 파사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창문의 유리면도 파사드로서 활용을 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창문에 무엇인가 붙이면 외부가 보이지 않았으나, 지금 나오는 필름 소재는 파사드 역할을 하며 광고면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외부 풍경도 모두 볼 수 있도록 개발되는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앞으로 변화를 거듭할 파사드의 세계, 김현상 디자인조이 대표를 만나보았다.

◇ 크기만 큰 간판보다 이목 집중시킬 수 있어야 성공
과거 2009년부터 서울시 간판 간소화 정책의 하나로 1 업소 1 간판 원칙으로 변경되면서, 옛날처럼 간판의 크기나 개수를 원하는 대로 할 수는 없지만 저마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고객들의 시선을 끄는 작지만 예쁜 간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강남, 홍대 등의 메가 상권뿐 아니라 이태원, 연남동, 삼청동, 익선동 등 핫플레이스에 가보면 가게마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멋진 간판들을 볼 수 있다.
김현상 대표는 “크기만 크다고 좋은 간판이 될 수 없습니다. 고객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어야 좋은 간판이죠. 핫플레이스 지역들에서 만들어내는 간판들을 보면 확실히 과거보다 다양해진 트렌드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판만 봐도 이 매장이 얼마나 감각적인지,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미리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됩니다. 잘 만든 간판 하나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큰 매출을 만들어주는 일등공신인 셈이죠.
간판이 매출을 올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미 대기업들은 알고 있기에, 그 시대에 가장 좋은 소재와 최신 트렌드의 간판을 매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T, 파리바게뜨, 투썸플레이스 등이 그 예죠. 좋은 소재의 간판을 사용해 트렌디함을 보여준데다 고객의 눈까지 사로잡아 브랜드 이미지의 상승과 매출, 두마리 토끼를 잡았으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간판은 그 브랜드의 이미지는 물론 고객들과의 소통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의 간판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였을까.

우연히 군대에서 다양한 표지판 부류의 간판 만드는 일을 배우게 됐다는 그는 그로부터 2년 후 돈을 벌며 일할 수 있는 호주에서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 기간 동안 시드니 간판공장에서 다시 한번 일하게 돼 간판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됐다.
대학 졸업 후 IT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동료의 집들이 중 문 앞에 걸려있던 가족 문패를 보고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판매가 직장 수입보다 높아지자 기존 웹디자이너를 사직하고, 지금의 디자인조이를 창업해 작은 간판 등을 만들어 판매하다가 규모를 키워가 현재의 간판사업을 20년째 하고 있다.
◇ 우연히 군대에서 해본 간판 작업…20년째 이어오다
김 대표는 “사람들은 간판 하나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이라고 하면 간판에서 풍기는 깔끔한 이미지를 보고 음식 자체도 깔끔할 것으로 판단하고 들어가는 것이죠.
내부 인테리어가 아무리 멋지고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간판 자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거나 판매하는 매장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다면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간판은 매장의 얼굴이고, 매출에 아주 큰 역할을 하는 마케팅 수단이자 도구입니다.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다 보면 간판에 투자할 자본이 모자라서 저렴한 비용으로 대충 마무리하고 오픈하는 때도 있는데, 이것은 향후 매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큰 변수가 될 수 있으니까요”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누군가 사업을 계획한다면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간판에 대한 예산을 어느 정도 확보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첫인상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매장 간판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해 매출이 저조하던 곳의 간판을 바꾸니 매출이 2배 이상 오르게 되는 경우들을 실제로 많이 봐왔습니다. 그러한 곳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는 김 대표는 곤지암의 한 치과를 예로 들었다.

“곤지암에 있는 한 치과는 새로 개업을 하면서 기존 동네에 있는 치과의 환자들을 뺏어오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차량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에 있는 건물을 임차했고, 눈에 띄면서 시인성과 심미성을 갖춘 큰 간판을 만들게 되었는데요. 그 건물의 건물주처럼 보이게 해달라는 요청대로 가성비 있게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동네에 있던 병원의 환자를 뺏어오지 않고 신규 환자를 늘리는 형태로 큰돈을 벌게 되면서, 실제 그 건물을 사들여 건물주가 됐죠(웃음). 누가 봐도 간판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었기에 특히 보람이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감시킬 수 있는 간판으로
우리나라 과거 간판 역사를 보면 그리 오래됐다고는 볼 수 없다. ‘예전에 손으로 그려서 만든 수작업 위주의 간판을 사용하던 시대를 지나, 간판 분야에서 혁신적인 파나플렉스라는 소재가 개발되면서 조명 투과율도 좋고, 가공하기 쉬우면서도 저렴했다.
여기에 내구성까지 뛰어난 파나플렉스 간판의 그야말로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금처럼 LED가 대중화되기 전에 파나플렉스 간판이 꽤 오랜 시간 인기 간판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그렇지만 광원으로 사용하는 형광등의 교체주기가 기대보다 짧고, 누전의 위험이 많으며,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파나플렉스 간판은 최근에는 많이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력 소모도 낮고 오래가는 LED를 사용한 간판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크기도 기존보다 작아지고 환경적으로도 과거보다 낮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장점도 있으며 폐기물도 적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는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서 좀 더 가볍고, 좀 더 밝으며, 좀 더 내구성이 좋은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여 아름답고 깔끔한 간판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탄소 저감 기조와 함께 ESG 경영을 기업의 생존과 연결한다면 좀 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를 절감시킬 수 있는 간판으로 계속 변화할 것으로 기대되며,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방향이라 생각됩니다”라고 말했다.
간판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우선 얼마나 그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면서도 트렌드에 맞는가를 꼽았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만 해줘도 디자인이 전혀 트렌디하지 못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디자이너가 원하는 방향 대로만 가다가는 고객의 만족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객은 큰 글씨를 원하고 디자이너는 작은 글씨를 예쁘다고 생각한다. 간판은 시인성과 심미성 두 가지를 모두 잡아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접점을 잘 찾아서 조율하는 대화와 경청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는 가격이다. 당연히 견적을 줄이기 위해 간판 회사는 노력해야 하고, 고객은 적절한 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마음이 있다면 서로 윈윈하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은 디자인이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진 시대이므로 적절한 비용을 디자인에 투자한다면 훨씬 더 나은 환경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단순한 비교 견적으로 최저가만 고집한다면, 잘 된 디자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래의 간판 형태는 지금과 아주 다르지는 않겠으나 서서히 디지털 전광판 형태로 변화될 것을 예측했다. 이미 건물 최상단 광고톱들이 이제는 디지털 전광판 형태로 모두 대체가 되고 있으며, 이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 광고판의 경우 교체 비용도 비용이지만 거기서 나오는 환경 폐기물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파사드의 미래는 디지털로 거의 모두 교체될 것이라는 것. 김 대표는 “옥외광고 종사자들은 그에 따른 준비를 잘 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지구 환경에 맞는 디지털 파사드로 변화되지 않을까요”라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