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리이의 고객들이 ‘이 브랜드는 이런 세심함까지 갖고있구나’라고 느끼게 할 정도로 디테일을 챙기고 있습니다. 좋은 품질이 리이의 강점인 만큼, 앞으로도 제품력으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하이퀄리티의 품질이 강점인 디자이너 브랜드 리이(RE RHEE)는 이준복 총괄 디렉터 겸 대표(이하 이 대표)가 전개하고 있는 여성복 브랜드다. 리이코오퍼레이션에서 전개하는 브랜드 ‘리이’의 이름은 이 대표가 ‘다시 나를 찾다’라는 모토로 그의 성 ‘RHEE’와 다시라는 의미의 ‘RE’를 합성해 만든 브랜드명이다.

리이는 작년에 연 매출 4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올해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 흥행을 이어가면서 연 매출 80억원을 올해 목표로 잡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초 오픈한 성수 플래그십스토어는 오픈한지 열흘 만에 1억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오픈 초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고, 월평균 1억 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 매장은 주말과 공휴일에 평균 1000~1200명 정도의 방문객이 몰려들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리이의 타깃층은 25~35세 회사원이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취준생(취업준비생)’을 핵심 고객으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저는 우리 브랜드의 고객을 ‘뮤즈’라고 칭합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막 사회에 들어선 이 시기가 뮤즈들에게 있어서 가장 취향이 ‘하이브리드’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시절까지 본인의 취향으로만 살아오다가, 새로운 사회적 환경과 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나이대가 가장 패션 감각이 뛰어난 시기이지만,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디자인 감도’와 ‘소비력’을 맞춘, ‘성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리이의 제품들은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들과 견줄만큼 제품력이 뛰어나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했다. 재킷이 20만원 초반에서 30만원 후반, 그리고 티셔츠가 4만원에서 7만원대이다. 또한 원피스의 경우 13만원대에서 20만원 중반, 팬츠는 7만원 후반에서 16만원 후반대이다.
◇ 뮤즈들의 니즈를 간파해 2535 커리어우먼 사로잡은 ‘리이’
리이 제품들은 그가 회사원들이 옷을 구매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 중에 하나인 ‘소재’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리이의 가장 큰 장점이 소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우선 이 대표가 패션디자인과 텍스타일을 함께 전공해 소재에 관해서는 기초부터 잘 다져진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옷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소재라는 생각 때문에 소재의 특성을 먼저 파악한 후, 디자인을 그려 나가기도 한다.
2년 전, 이 대표는 앙고라를 활용해 제품을 기획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객들이 앙고라의 털 날림을 불편해한다는 점을 파악, 실크와 앙고라를 혼용해 털 날림이 적은 소재를 개발했다. 해당 혼용 소재를 활용한 시그니처 앙고라 재킷과 코트는 당시 388,000원과 488,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론칭했다. 겨울옷의 단점인 보풀도 일어나지 않아 당시 겨울 상품군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고,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또다시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는 알파카와 실크가 혼합된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캐시미어와 울, 그리고 합성 소재를 혼합해 보풀이 일어나지 않는 원단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소재의 ‘구김’ 현상을 개선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인 뮤즈들이 다림질할 시간이 없다는 라이프스타일을 캐치해 리이의 대부분 제품들은 이미 구겨져 있는 것이 특징인 크링클 가공이 더해진 원단을 주로 사용하거나 구김이 잘 가지 않는 폴리를 혼합한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리이 컬렉션은 구김이 덜 가는 옷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그의 세심함은 한 패션 유튜버를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패션 유튜버가 영상에서 리이의 팬츠를 소개하면서 옷장 한구석에 리이 팬츠를 떨어뜨리고 오랫동안 방치해뒀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난 다음 바지를 들어보니 구김이 하나도 없어 놀랐다는 경험을 들려준 것이다. 이 패션 유튜버의 영상은 리이가 우수한 제품력을 지닌 브랜드로 바이럴되어 매출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됐다.
“제가 일부러 사회초년생과 취준생을 타깃팅을 해서 제품을 기획했다기보다는 ‘내가 뮤즈들한테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고 오지랖을 부렸다고 할까요(웃음). 아무래도 뮤즈들의 일상을 심도있게 연구하다 보니 그들의 니즈를 간파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재구매율도 높고 반품률은 낮습니다”

◇ 다인종 모델을 기용해 리이의 ‘다양성’과 ‘무한성’ 보여줘
이 대표는 서울패션위크에서 리이 2024 FW 컬렉션을 선보이며 첫 데뷔를 치렀다. 이에 대한 소감으로 ‘힘들지만 행복했다’라고 밝혔다. ‘‘컬렉션 라인’을 선보이면서 ‘제너럴 라인’을 디자인하는 것과 또다른 살아있음을 느꼈고, 리이가 이러한 무드와 컬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무대였기 때문에 디자인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는 계기가 됐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어떻게 정제와 절제를 거쳐서 ‘컬렉션 라인’에서 ‘제너럴 라인’으로 변하는 지도 보여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아시아 패션 컬렉션(Asian Fashion Collection: AFC)의 아시아 베스트 브랜드로 선정돼 2024 FW 뉴욕패션위크에도 참가했다.
서울패션위크 때와 차별화된 점이 있었다면, 모델들을 기용할 때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주로 한국인 모델들을 런웨이에 세웠고, 뉴욕에서는 다인종의 외국인 모델들을 발탁했다. 따라서 뉴욕패션위크에서는 인종에 한계를 두지 않은 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결과 또한 만족스러웠다. 뉴욕패션위크에서 컬렉션에 대한 반응이 좋아 여러 디스트리뷰터와 바이어에게 러브콜을 수없이 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2024 리조트 컬렉션 화보에서도 인종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2024 리조트 컬렉션에 한 모델을 흑인으로 기용해 컬렉션 화보를 선보였다. 일반적인 국내 브랜드들은 흑인을 모델로 세우는 것을 어려워하나, 리이는 오히려 브랜딩을 위해 흑인을 모델로 내세워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모델의 인종을 바꿔 리이가 한계가 없는 브랜드라는 점을 보여주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 타깃에 집중하다보면 브랜드 이미지에 신선함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리이는 이처럼 여러 인종의 모델을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의 단조로움을 깨기도 한다.

◇ 뉴욕에 이어 파리까지 진출…해외 뮤즈 확보한다
리이는 현재 오프라인 매장으로는 이대 플래그십 스토어와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전개 중이다. 백화점에서 입점 제안도 꾸준히 들어오는 가운데 한남, 홍대, 도산 등에 플래그십 스토어 확장 계획도 갖고 있다.
온라인 유통으로는 자사몰과 더불어 W컨셉, 29CM, CJ 온스타일, 무신사, SSF SHOP, 한섬 EQL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약진을 보이는 리이는 일본과 홍콩에서는 셀렉트숍 곳곳에 입점해 있다. 또, 쿠웨이트의 하비니코스 백화점에서는 컬렉션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저는 리이가 우리 고객인 뮤즈들에게 갑옷이 되어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뮤즈들이 고민하는 콤플렉스를 막아줄 수 있는, 그리고 회사 면접이나 연인을 만나러 갈 때 당당히 보일 수 있는 옷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뮤즈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그는 지난 2월에 선보인 서울패션위크 2024 FW 컬렉션에서 새롭게 유니섹스 라인을 선보였는데, 앞으로는 남성복 라인까지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9월 초에 진행하는 2025 SS 서울패션위크 컬렉션을 준비중에 있다.
이어 9월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컨셉코리아 2025 SS파리패션위크에도 선정돼 리이의 경쟁력을 파리에서도 선보일 전망이다. 캐논과 함께 협업한 2024 리조트 컬렉션은 오는 10월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