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상반기, 유통업계는 ‘리오프닝(Reopening·경제 활동 재개)’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업계 맏형격인 백화점 업계의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잘 드러난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매출 7조6726억원, 영업이익 14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106.3% 급증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신세계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했다. 3조6436억원, 영업이익 351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세운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리오프닝을 대비해 경기점의 여성·영패션 부문을 리뉴얼하고, 신규점도 빠른 속도로 안착시킨 결과라고 신세계 측은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계 현대백화점의 매출은 2조59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30.5% 늘어난 1601억원이다.


백화점 업계만 웃은 게 아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등 패션 대기업도 리오프닝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다. 중견 패션업체도 함께 웃었다. ‘MLB’·‘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F&F는 올해 상반기에 22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어난 수치다. 신원은 상반기 영업이익으로만 219억원을 거둬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216억원)을 넘어섰다.
젝시믹스를 전개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도올 2분기 역대 분기별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도 2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야외 활동이 늘면서 의류 구매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패션·잡화’ 상품군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대비 약 32.4% 신장했다. 온라인을 포함한 전체 평균 증가율(20.8%)을 웃돈 수치다. 2020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던 유통업계가 지난해 정상화 수준을 넘어 전반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 리오프닝 수혜 누린 상반기 유통업계

흥미로운 건 이들 업체가 단순히 외형 성장만 이뤄낸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견주는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따져봐도 쏠쏠한 장사를 했다. 회사가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는 영업이익률을 보고 가늠할 수 있다. 매출이 회사의 사업 사이즈를 보여준다면 영업이익은 회사의 사업 경쟁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돈을 잘 버는 회사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얼마나 나왔느냐를 계산한 것이다. 매출액이 100억원, 영업이익이 20억원이라면 영업이익률은 20%다. 매출규모가 20%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이 10% 밖에 늘지 않았다면 영업이익률은 하락하게 된다. 이러면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니 장사를 잘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모든 업체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을 끌어올린 건 아니었다. 업종별,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이에 [테넌트뉴스]가 유통업계의 주요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을 분석했다. 먼저 유통업계 맏형 백화점 업계의 이익률부터 살펴봤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 1.87%를 기록했다. 얼핏 부진한 수치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 2021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0.89%로 1%를 밑돌았다. 1년 만에 영업이익률을 0.97%포인트를 끌어올린 셈이다.
롯데쇼핑의 업계 맞수 신세계의 수익성 개선은 더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9.6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8.10%)에서 1.54% 포인트나 개선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수익률까지 끌어올리면서 외형 성장과 내실을 모두 챙기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년 동기보다 개선된 실적을 기록한 현대백화점의 경우, 수익성이 소폭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0.16%포인트 감소한 7.7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또한 인적분할 후 상장을 앞둔 한화갤러리아(한화솔루션 리테일부문)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4.07%로 전년 동기(5.52%) 대비 크게 감소했다. 무려 1.45%포인트나 꺾였다.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로 지난해 실적이 크게 상승했는데, 올해 들어선 성장세가 꺾였다는 방증이다. 독립 경영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로 신규 사업 투자 등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마트업계 상장사의 영업이익률 변화는 신통치 않았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 2분기 1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여파가 영업이익률 수치 산정에 반영됐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0.16%에 불과하다. 100만원어치를 팔아 16원을 이익으로 남긴 것이다.
전년 상반기엔 한 자릿수(1.11%)라도 유지했는데, 올해 들어선 1%를 크게 밑도는 이익률에 그쳤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기존 ‘Ba1’에서 ‘Ba2’로 하향 조정한 것도 수익성이 크게 약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편의점업계 맞수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의 희비도 엇갈렸다. BGF리테일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을 3.01%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0.50%포인트 끌어올린 반면, 같은 기간 GS리테일은 0.58%포인트 감소한 1.25%의 영업 이익률을 보였다.

편의점 사업을 주력으로 밀어붙인 BGF리테일과 달리 GS리테일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되려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GS리테일은 디지털커머스 사업, H&B, 자회사 등 신사업 실적이 부진했다.
◇ 패션업계,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률이 더 크게 증가


패션업계 주요 상장사 20개의 영업이익률 상황도 제각각이었다. 다만 대체로 수익성을 개선한 기업이 더 많았다. 20개 회사 중 6개 회사만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14개 회사는 올해 들어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극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한 건 영원무역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 20.68%를 기록했다. 100만원을 팔아서 20만원을 수익으로 남긴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률도 14.36%로 상당히 높았지만, 올해 들어 6.32%포인트나 상승했다.
영원무역은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영원무역은 국내 섬유·패션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대표 업체다. 주요 판매처가 유럽·미국 등이라 대금을 유로·달러로 지급받기 때문이다. 특히 영원무역은 미국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 수준이라 달러 초강세의 혜택을 당분간 더 누릴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이익률 상승이 눈에 띄는 기업은 토종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였다.
지난해 상반기엔 이 회사 영업이익률이 0.26%에 불과했는데, 올해 상반기엔 5.42%를 기록하면서 5.17%포인트 끌어올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온라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경영효율화 노력을 꾀한 결과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영원무역과 제이에스티나에 이어서 영업이익률 개선이 두드러진 곳은 대기업이었다. 바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다. 올해 상반기 6.74%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3.31%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내수 사업이 순항하고 있고, 골프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왁과 지포어 등 골프웨어 브랜드의 매출 호조세가 이어진 것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벌써 3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연간 영업이익(385억원)을 올해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돌파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이익률을 상당히 개선했다. 지난해 상반기 7.44%였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상반기엔 10.54%포인트로 올랐다. 두 수치를 견줘보면 3.10%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아미와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르메르 등 수입패션들이 고성장을 이룬 덕분이다. 삼성물산 패션의 올 상반기 매출은 98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40억원에서 1040억원으로 62.5% 급증했다. 전년 영업이익을 올해 상반기에 넘어선 건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마찬가지였다. 삼성물산 패션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상반기 만에 벌써 1000억원을 넘겼다.
여성복 1세대 패션 업체인 대현 역시 탄탄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9.6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2.86%포인트 늘어난 18.02%를 기록했다. 키즈 매출 증가와 해외여행 재개 효과로 캐리어 매출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럭셔리 브랜드 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영업이익률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7.00%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들어 9.76%로 늘어났다.
캉골, 헬렌카민스키 등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는 에스제이그룹 역시 올해 상반기 23.64%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유통 채널 효율성 강화와 신규 매장 오픈, 방역 정책 완화에 따른 의류 소비 확대가 영향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레깅스 시장을 석권한 젝시믹스를 전개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59%포인트 증가한 6.4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신원(2.33%→4.20%), 한세실업(7.66%→8.78%) LF(9.09%→10.64%) 한섬(10.63%→ 11.55%) 등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률을 개선했다. 인적분할로 새로 설립한 F&F의 경우 2021년 영업이익률을 비교할 순 없지만, 올해 상반기 28.3%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 까스텔바작·휠라홀딩스는 아쉬운 수익성 기록

반면 영업이익률이 코로나19를 겪었던 2021년 상반기보다 도리어 하락한 기업도 있다. 하락률이 가장 도드라지는 기업은 까스텔바작이다. 지난해 상반기 4.5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적자로 전환하면서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10.38%)로 돌아섰다.
골프웨어 시장의 성장세에도 까스텔바작은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중저가 가격 포지셔닝, 중장년 중심 고객층, 로드숍 중심의 유통구조 등이 부진 원인으로 꼽히는데, 아직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휠라홀 딩스의 수익성 악화도 눈에 띈다. 휠라홀딩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4.30%로, 전년 동기(17.80%)보다 3.50%포인트나 감소했다.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앞세운 아쿠쉬네트의 고성장 덕에 외형 성장엔 문제가 없었지만, 휠라의 브랜드 파워가 약해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하고 있다. 브랜드 재정비에 따른 수익성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20.45%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코웰패션은 올해 상반기 10.68%로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쳤다. 다만 이는 상반기 매출이 2021년보다 두 배 넘게 뛰어오른 데 따른 착시효과에 가깝다. 운송 사업과 전자 사업 부문에서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긴 했지만, 영업이익률이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고 해서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골프웨어 브랜드 크리스에프앤씨 역시 올해 상반기 높은 영업이익률(20.59%)을 달성했지만, 전년 동기(21.95%)보단 감소한 수치였다. 실적 자체는 탄탄한 상황이다.
다만 유통기업들이 하반기에도 이런 높은 영업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가 상승, 원부자재, 물류비 인상 등의 요인은 수익성에 크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가계 소비 여력이 줄면서 내수 시장에서 불황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번 경기 둔화에 따른 판매 감소를 코로나19보다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생각할 정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