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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패턴실은 디자이너들의 상상 속 패션을 ‘현실’로 실현하는 곳입니다”

나체(NACHE), 누아르나인(NOIRNINE), 아수라(ASURA), 아워코모스(OURCOMOS), 디어 미(DEAR,ME), 써저리(SURGERY), 커마웨어(CMMAWEAR) 등 아방가르드한 패션 브랜드부터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까지 컬렉션을 기획할 때마다 디자이너들이 작업지시서를 들고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로제패턴실’이다.

이곳의 대표이자 모델리스트인 여혜은 대표(이하 여 대표)는 MZ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들의 의류 패턴을 도맡아 작업하고 있다.

모델리스트란 한 마디로 의류 패턴을 만드는 직업을 말한다. 의류 패턴이란 옷의 디자인을 실현하는 기본적인 틀로, 각각의 패턴으로 뜬 원단을 봉제해 하나의 옷이 만들어진다. 패턴을 제작하는 방식에는 평면 패턴, 입체 패턴, CAD 패턴, CLO 3D를 활용한 패턴 등이 있다. ‘로제패턴실’에서는 이러한 모든 방식을 활용해 요청 들어온 패턴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로제패턴실에서 작업한 패턴이 인쇄되는 모습

이곳에서는 여성복, 남성복, 애슬레저 웨어 등은 물론,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패턴 작업이 모두 가능하다. 주문을 받은 후 3일 내외로 패턴 작업이 완성된다. 반려동물 의류 패턴 작업도 가능하다. 로제패턴실에 패턴 작업을 요청한 반려동물용품 브랜드로는 베럴즈(BETTERS), 덴티스츠 어포인트먼트(Dentists Appointment), 멀로(MERLOT) 등이 있다.

시다(보조)로 시작한 모델리스트…경험 쌓아 로제패턴실 창업
로제패턴실만의 강점은 조금 전에도 언급했듯이 어떤 디자인이 들어오더라도 모두 패턴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여 대표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패턴은 물론, 원단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여 대표는 이처럼 원단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디자이너들이 사용하고자 하는 원단으로 옷을 만들었을 때 기대했던 실루엣 그대로 옷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죠. 원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나오는 실수인 경우가 많아요. 또한 어려운 디자인일지라도 끝까지 방법을 찾아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패턴뿐만 아니라 원단도 이해하는 게 꼭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로제패턴실에서는 CLO 3D를 통해서도 패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모델리스트 업계에서는 젊은 여성이 흔치 않다. 연륜 있는 남성들이 대부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고, 직업이 희소성 있고 가치가 높아 지금은 2세들에게 대를 잇는 방식으로 기술을 물려주고 있다. 이러한 업계 환경 속에서 아무런 연고 없이 ‘시다(모델리스트를 보조하는 조수)’로 시작해 지금은 당당히 로제패턴실이라는 회사의 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패턴 업계 입문에 대해 “처음부터 패턴 일을 하진 않았어요. 19살 때 압구정의 한 편집숍에서 일했는데 흥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주말마다 국비 지원교육으로 패턴 봉제 수업을 들었죠. 패턴과 봉제를 배우는 것이 너무 재밌고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학원을 수료해도 취업은 안 됐습니다. 그래서 스무 살에 수업을 통해 배운 포트폴리오를 들고 서울 신당동 주변을 돌면서 여러 패턴실에 직접 찾아 일하고 싶다고 부탁드렸습니다. 그중 한 곳에서 저를 흔쾌히 받아주셨는데, 바로 파마스의 장병권 실장님이셨습니다. 처음에는 장 실장님께서도 몇 번 거절하셨는데, 여러 번 찾아간 끝에 장 실장님 밑에서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로제패턴실, 연 100억 매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
 

로제패턴실 단가표

여 대표는 26살 때까지 장병권 모델리스트 밑에서 일했다. 이후 2017년 9월에 ‘로제패턴실’을 오픈해 독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로제패턴실은 하플리, 온앤온, 산산기어 브랜드들의 의류 패턴을 작업해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여 대표는 서울 신당동에 있던 사무실을 무신사 스튜디오로 이전했다. 로제패턴실은 패턴 업계에서 매출이 높은 편이지만, 그녀는 모델리스트 일만으로는 더 큰 매출을 내는 데 한계를 느꼈다. 따라서 회사를 좀 더 키우기로 결심해 사무실 이전까지 결정했다.

여 대표는 “매출을 더 증가시키려면 밤을 새워 일하면 가능하겠지만,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로제패턴실을 조금이나마 알리고자 패션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무신사 스튜디오로 사무실을 이전했죠. 또 유튜브와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해 회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동대문 무신사 스튜디오로 이전한 로제패턴실 사무실 전경

그녀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저는 로제패턴실을 연 1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중견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패션 제조 지원사업에 참여하거나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 신청을 보내 놓았습니다. 뜻대로 이루어질지 잘 모르지만요. (웃음)”라고 말했다.

강의 개설 등 후배 양성 희망…자체 브랜드 론칭 계획도
“우선 단편적인 목표는 인지도를 올리는 것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 101’이나 ‘탈잉’ 등에서 전문적인 의류 패턴 강의를 개설하고 싶습니다. 국내에서는 패션 관련 학원이나 학교에서 패턴을 이론 중심으로 배우기 때문에 막상 실무에 투입되면 백지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들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실속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여 대표는 자체 브랜드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그녀는 대형견 의류 패턴 제작에도 능숙하기 때문에 반려동물 의류 브랜드를 선보여 대형견을 많이 키우고 있는 해외에 수출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로제패턴실에서 패턴 작업한 나체 2024 FW 컬렉션

인터뷰를 끝으로 패턴 업계에 몸담고 있는 선배로서 앞으로 모델리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녀는 “모델리스트는 굉장히 멋진 직업입니다. 다만 관습과 문화가 거친 업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몸과 마음이 많이 다칠 수 있습니다. 제가 먼저 이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선배로서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세요. 패션 업계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멋진 직업이나 사업이 될 수 있으니까요”라며 모델리스트 직업에 대한 매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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