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숙씨는 공간 디자이너다. 떠올려지는 인물도 그렇고 ‘공간 디자이너’라는 명칭도 다소 낯설수 있다. 일단 패션피플에게는 편집숍 ‘원더플레이스’의 ‘숍을 디자인한 사람’으로 소개하면 쉽다. 여기서 ‘유니크한 이미지를 잘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떠올려지지 않는다면, ‘커피빈’ 매장 디자이너로 설명하면 된다. ‘커피빈’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나름 깔끔하고 편리한 매장 구성에 호감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배인숙씨는 비투 디자인그룹(B2 DESIGN GROUP) 대표이사다. 앞서 이야기한 브랜드를 포함해서 다양한 브랜드의 커머셜공간을 디자인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작업은 인테리어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만, 상황이 허락한다면 익스테리어를 겸한 랜드디벨로퍼로서의 작업을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공간이 확장 될수록 이용자들에게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최근에는 LH가 주관하는 청주 연초제조창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공간디자인 작업으로 도전하고있으며 유진기업의 라이프스타일 생활공간디자인 플랫폼인 ‘홈데이’의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즉 건물과 실내디자인은 지역이 갖는 문화적인 성향의 연장선상이며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배대표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다가 한국에 와서 겪었던 어려움은 클라이언트들이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 파악이 부족한 부분에서 발생했죠. 브랜드가 지향하는 출발점이 명확해야 고객들과 만나는 공간을 디자인 할 수 있는데 그 부분까지 다시 정리할 작업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지난 10년간 브랜드의 컨셉을 다시 정리하고 리테일화 시키는 작업의 노하우를 자연 쌓을 수 있었던 같아요. 때문에 이젠 브랜드 클라이언트의 단순 헬퍼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공간을 중심으로한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서의 작업에 욕심이 생긴거죠”
배대표는 대학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수학선생으로 사회의 첫발을 디뎠다. 미국 유학의 기회가 찾아오자 건축공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결국 인테리어 아키텍으로 석사를 마쳤다. 미국 현지에서는 쉬크디자인(Schick design)사에서 하이앤드 레지던스를 중심으로 디자인을 했으며 베스트 웨스턴사에서 커머셜 공간 디자인을 주로 했다. 이후 독립하여 패션편집샵 웨이브(WAVE) 전속 숍디자인 회사인 FFM을 운영했다.
한국에서는 2008년 귀국 후 패션 전문디자인사인 때(TTAE)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어서 보다 부문을 확장해서 지금 커머셜 공간 디자인사인 비투 디자인그룹에 이르렀다.
배대표는 “커머셜한 공간의 디자인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담고 있는 컨텐츠를 중심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편집샵 원더플레이스의 경우, 다량의 중저가 의류를 보다 가치있게 고객들이 느낄 수 있게 연출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너무 문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곤란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적정한 수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 또 “트렌드에 민감한 10대 고객들이 메인이어서 매장마다 지역, 스트리트, 건물마다의 특성을 살려줘야 재미를 느낌다.”는 설명이다. 이에 원더플레이스 청주점의 경우에는 인도풍의 가구와 유니크한 소품으로 인더스트리얼한 컨셉으로 풀어냈고 홍대점은 건물 중앙 공간을 보이드처리해 일체감을 주는 동시에 층별로 컨셉이 다른 클럽처럼 만들었다. 또 명동점은 건물의 낡은 분위기를 오히려 살려 빈티지한 풍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배대표는 “최근 유진기업의 ‘홈데이’ 사업에 관여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자극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공간디자인이 결국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와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에 “소비자들의 보다 감도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사명감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