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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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VS 삼양…신라면 제친 불닭 성공 비결은

내수 침체 극복, 해외서 호실적 낸 기업들 속속

이쯤 되면 지각변동이다. 최근 식품업계 관심사인 ‘라면 대장주’ 얘기다.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이 국내 라면업계 시총 1위 자리를 꿰찼다. 수십년간 부동의 1위였던 농심을 제쳤다.

지난 5월 10일 한국거래소가 거래를 마감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삼양식품 주가는 전날보다 1만 5500원(5.0%) 오른 32만 5500원에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 4520억원이었는데, 농심(2조 4483억원)을 따돌리고 라면업계 시총 1위에 올라섰다.

한국거래소가 개별 종목 시가총액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5년, 이때부터 신라면을 등에 업은 농심은 항상 라면업계에서 시가총액 1위를 지켜왔다. 가끔 업계 2위로 꼽히던 오뚜기의 주가가 오른 적은 있었지만, 농심의 1위 자리를 넘볼 정도로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삼양식품 밀양2공장 착공식에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그만큼 1위 농심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순위 3위였던 삼양식품 역시 경쟁자가 되기 어려웠다. 실제로 불과 1년 전만 해도 농심의 시가총액은 삼양식품의 세배에 달했다. 그러다 갑자기 삼양식품이 라면 대장주 자리를 차지한 것은 1년 새 농심 주가는 제자리걸음한 반면, 삼양식품은 주가가 수배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결국 농심은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부침을 겪더라도 1등 회사란 자부심이 있던 농심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만큼 삼양식품의 약진은 이례적인 일인데, 삼양식품 입장에선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까마득한 과거엔 국내 라면 시장이 ‘삼양식품 천하’였던 때가 있었다.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한국의 대표 라면하면 떠오르는 제품은 농심의 신라면이지만, 신라면이 한국 라면의 원조(元祖)격 제품은 아니다. 최초의 한국 라면은 1963년 출시된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이다.

SNS상에선 ‘불닭 챌린지’가 유행 중이다.

1961년 설립한 삼양식품은 당시 식량이 부족한 사회 문제 해결하고자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이후 값싸고 맛도 좋은 삼양라면은 불티나게 팔렸다. 1970년대 삼양식품의 라면시장 점유율이 60%대에 달했을 정도다. 국내 최초로 ‘컵라면(1972년)’을 선보인 것도 삼양식품이었다.

하지만 삼양식품의 영광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89년 터진 ‘우지라면 파동’으로 긴 침체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몇몇의 라면업체가 먹을 수 없는 우지(소기름)를 활용해 라면을 만들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삼양식품을 수사했다. 진실 공방은 제대로 가려지지 않았지만, 업계 1위였던 삼양식품은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렸다. 그사이 후발주자인 신라면을 내세운 농심과, 진라면을 내세운 오뚜기가 치고 올라왔다.

삼양식품은 5년 8개월간 법정 싸움 끝에 1995년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10%대까지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삼양식품은 이미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힌 뒤기도 했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실적 효자 제품이다.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 볶음면…SnS 폭발적 인기
삼양식품은 2010년대 들어 회생 기회를 잡았다.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유튜브 등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부터다. 글로벌 인기 아티스트 BTS의 멤버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고, 외국인들이 SNS에서 ‘불닭 챌린지’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불닭볶음면을 시식하고 리뷰하는 영상을 올리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럴 효과를 일으켰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인기도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류 스타들이 불닭볶음면을 언급하거나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팬층으로 확대됐다.

무엇보다 불닭볶음면의 가장 큰 매력은 강렬한 매운맛이었다. 다른 인스턴트 누들 제품들과 차별화된 고유의 매운맛이 전 세계 매운 음식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렇듯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효자 제품으로 거듭났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된 2016년 이후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6년 359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 1929억원으로 7년 만에 3.3배 증가했다.

불닭볶음면은 특유의 매운 맛으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최근엔 농심의 시총을 역전한데 이어 그 격차를 아예 벌리고 있다. 6월 17일 종가 기준 삼양식품의 주가는 68만 6000원, 시총은 5조 1676억원이다. 반면 농심의 시가총액은 3조 4975억원으로 벌써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 간극이 생겼다. 삼양식품은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라면 대장주’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계기는 삼양식품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이었다.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삼양식품은 1분기 매출 3857억원, 영업이익 80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35% 증가했다.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한 2889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을 한참 앞서는 ‘수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농심의 실적도 좋았지만 해외 매출은 감소했다

실제로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전 지역에서 매출이 급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내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채널 입점 가속화와 까르보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삼양아메리카는 전년 동기 대비 209.8% 증가한 매출 5650만 달러를 달성했다.

중국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는 매출 5억 위안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4% 성장했다. 중국 시장에선 온라인 유통 채널 강화와 양념치킨불닭볶음면, 불닭소스 등 제품 다변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64%에서 올해 1분기 75%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고환율 기조에 따른 환차익이 수익성에 반영됐다.

농심은 올해 주가 상승률이 신통치 않았다. 삼양식품에 라면업계 시총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농심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삼양…이외 K푸드들도 약진
그렇다고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농심의 1분기 실적이 나빴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줄어들긴 했지만, 매출 8725억원, 영업이익 614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 측면에서는 우수한 회사였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 자리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주가 상승률 역시 삼양식품에 견줘서 좋지 않았을 뿐, 여전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다만 삼양식품과 달리 해외 매출 비중이 감소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눈에 거슬렸다. 농심의 1분기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한 6255억원이었지만 해외는 같은 기간 6.6% 감소한 2471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미국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해외 매출도 줄었다. 올 1분기 농심 중국 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955억원, 미국 법인은 2.9% 감소한 1647억원이었다.

결국 삼양식품과 농심 모두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양사 해외 사업의 결과가 주가 차이가 발생한 주요 원인이 된 셈이다.

해외에서 농심 라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해외 실적 덕분에 상승세 탄 것은 삼양식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요 식품업체들도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축수산식품의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22억 7000만 달러(약 3조 1300억원)를 기록했다. 2019년 70억 3000만달러 수준이었던 농식품 수출 규모는 4년 만인 지난해 91억 6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K푸드의 글로벌 인기는 국내 식품업체들이 호실적을 거두는 주요 배경이 됐다. CJ제일제당은 자회사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67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7.5% 늘었다. 매출은 4조 4442억원으로 0.8%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1008억원으로 3776.9% 늘어나면서 지난해 1분기의 39배에 육박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사업이 호조를 보였고 국내 사업에서는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여 이 같은 호실적을 냈다”고 전했다. 해외 식품 사업의 경우 핵심 권역인 북미뿐 아니라 신시장인 유럽, 호주에서 성장을 이어갔다.

대상, 올해 1분기 영업이익 477억원으로 91.5% 증가↑

K푸드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뜨겁다.

대상 역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77억원으로 91.5% 증가했다. 매출은 1조445억원으로 5.5% 늘었다. 글로벌 식품 매출이 20%가량 늘어난 게 주효했다.

다른 업체들도 1분기 실적이 좋았다. 과자·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롯데웰푸드의 영업이익은 3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6% 증가했다. 글로벌 사업에서 인도, 카자흐스탄 사업이 성과를 냈다.

지난해 “내수 중심 사업 구조를 탈피하겠다”고 선언했던 동원에프앤비(F&B)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각각 3.5%, 14.8% 늘어난 1조 1190억원, 499억원을 기록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오리온이 1분기에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7484억원, 1251억원으로 모두 1분기 기준 최대다. 초코파이·카스타드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고, 최근엔 꼬북칩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해외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메로나’가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빙그레 역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1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5.2%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매출 상당분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식품업계의 수출 상황은 주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테넌트뉴스가 CJ제일제당과 오리온, 롯데칠성, 하이트진로, 농심, 오뚜기, 롯데웰푸드, 대상, 동원F&B, 매일유업,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 상장사 11개의 올해 주가 등락률(6월 17일 종가 기준)을 따져봤다. 그 결과, 이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39.96%나 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78% 상승하는데 그쳤다는 걸 고려하면 놀라운 주가 행보다.

11개 상장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인 것은 무서운 기세로 라면 대장주 자리를 꿰찬 삼양식품이었다. 올해 초 21만6000원 이던 주가가 6월 17일엔 68만6000원까지 올랐다. 반년만에 무려 217.59%나 상승했다. 글로벌 호조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둔 롯데웰푸드(53.72%)와 대상(45.54%), 동원F&B(42.81%) 등의 주가도 올해 들어 많이 상승했다.

K컬처가 만든 K푸드 열풍,업체들 해외 진출 확대 나서
이제 식품 기업의 성공 키워드는 내수가 아닌 해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업체들은 저마다 해외 진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10~2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유럽 등에서 “맵고 짜다”며 기피 대상이었던 K푸드에 대한 대접이 순식간에 바뀌게 됐다. 해외 한식당도 중식당이나 일식당 못지않게 대접받는 시대가 됐다. 미국 식음료 컨설팅사인 에이에프앤드코는 ‘2024년 식음료 트렌드’ 10개를 언급하며 한식을 가장 먼저 꼽기도 했다. 한국식 치킨의 유명세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을 뜻하는 약자 KFC의 뜻까지 바꿔버렸다. 바로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Korean Fried Chicken)’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해외 한류실태조사를 봐도 K푸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K콘텐츠의 인기와 잠재력을 알 수 있는 브랜드파워 지수(Brand Power Index)는 58.8점인데, 그중에서 음식이 66점으로 뷰티(62.3점), K팝(61.7점)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이런 K푸드의 인기 비결은 K컬처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라면 같은 즉석식품이 K푸드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로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K푸드의 노출도 늘어났다는 거다.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 열풍을 시작으로 콘텐츠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한국 음식이 해외에서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젊은 세대 중심의 온라인 문화가 결합하면서 더 큰 인기로 연결되고 있다. 가령 음식을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시청하는 ‘먹방’은 국내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진 문화다.

K푸드만의 매력도 상당하다. 라면, 떡볶이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제품들의 특징을 보면 모두 캐주얼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다. 이동하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간편하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심으로 K푸드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K콘텐츠가 K푸드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조력했다.

인기를 끄는 품목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냉동김밥이 인기다. 우리나라 냉동김밥 수출금액은 지난해 4월 95만 8000달러에서 올해 4월 605만 3000달러로 5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냉동김밥 열풍이 불고 있는 미국 수출 금액은 같은 기간 59만 4000달러에서 550만 2000달러로 9배 이상 늘어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2009년 정부 차원에서 한식 세계화를 선포하고 여러 기업들이 투자에 동참했다가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었는데, 지금 분위기는 그때와는 확실히 다르다”면서 “지금은 동남아나 미국,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이 동남아처럼 매운맛에 거부감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롭게 공략해볼 만한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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