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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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상권이 뜬다1– 을지로 3가

비밀스러운 변화가 있는 곳, 반전의 매력 ‘을지로 3가’ 오래된 건물과 인쇄 기계 소리, 그 속에 숨겨진 힙한 카페와 레스토랑

골목 상권이 뜨고 있다. 장기 불황과 정년실업 증가로 젊은층이 비용이 적게 드는 골목을 찾아 창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 젊은층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주는 감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색다른 분위기와 문화를 발산시켜 사람들을 계속해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의 대중화와 SNS의 발달은 골목 상권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있다. 모바일 컨텐츠나 길찾기 기능으로 몫 좋고 눈에 띄는 좋은 위치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골목 안쪽에 위치한 숍들을 손쉽게 찾고 있다.

따라서 골목 상권의 숍들은 입지나 규모가 주는 편안함보다 공간이 주는 유니크함과 감도가 더욱 중요하다. 뒷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곳도, 높은 계단을 올라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곳도 자신의 취향과 감성이 일치히면 사람들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면서 숍들을 찾아 간다.

‘다케오 호르몬 데판야끼’와 ‘을지로미팅룸’이 자리한 을지로 12길

 

이렇게 경리단길이 떴고, 이어 성수동, 연남동, 합정동이 핫한 골목 상권으로 변모했다. 그 다음 익선동, 문래동이 그 뒤를 잇듯 뜨는 골목 상권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당분간 새로운 골목 상권의 출현은 계속될 전망이다.

단, 각 골목 상권만의 특징과 감도, 스토리와 문화가 있는 경우에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이에 테넌트뉴스는 매달 새롭게 부상하는 골목 상권, 또는 독특한 숍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번 호에는 청계천과 충무로 사이에 위치해 주변 직장인들과 젊은층의 발길이 급격히 늘고 있는 한 골목 상권을 찾아 취재했다. 며칠 동안 발품을 팔아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듣고, 이야기하고 서로 공유한 내용들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아래 글에 담았다.

을지로 인쇄골목의 전형적인 모습, 도무지 힙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있을 것 같지

요즘 을지로 인쇄소 골목이 심상치 않다. 인쇄 및 인테리어 장비 냄새가 진동하고, 온갖 출판물을 분주하게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와 트럭이 골목길을 누벼 거칠고 바쁘기만 하던 을지로 3가에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나 입소문을 통해 새롭고 힙한 장소를 추천받아 이 거리를 찾으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찾는 장소가 주로 간판이 없거나 엉뚱한 간판 속에 영업하는 빈티지한 카페와 레스토랑인데 SNS 외의 이렇다 할 홍보도 하고 있지 않은 턱에 마치 게임을 하듯 찾아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임차료가 저렴한 인쇄소 골목의 허름한 건물로 가난한 문화예술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자신들의 작업실 공간 한쪽을 활용한 카페들을 중심으로 이제는 소규모 레스토랑이나 서점, 레코드 가게에 이르기까지 그 분야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우측으로 보이는 건물이 ‘을지빈’
‘커피사 마리아’로 향하는 길목

골목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는 물론이고, 마치 술래처럼 더욱 꼭꼭 숨어있는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SNS에 으스대기를 마다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주 고객이다. 이런 골목에 과연 힙한 카페나 레스토랑, 상점들이 있을까 싶은데 용케 찾아온 손님들로 만석이라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곳도 있다.

원래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억지로 꾸미지 않은 빈티지함 속에 자신들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감각적인 실내 공간은 힙스터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해 보인다. 반전의 매력이 가득해진 을지로 3가, 그곳에 있는 ‘다케오 호르몬 데판야끼’, ‘을지로 디팅룸·드링크룸’, ‘을지빈’, ‘잔’, ‘커피사 마리아’, ‘노말에이’ 6개의 힙한 공간들을 하나씩 만나보자.

을지로3가 상권 지도
  1. 사가현의 맛집 ‘톈진 호르몬’의 맛을 그대로, ‘다케오 호르몬 데판야끼’

    02-2261-4723
    서울 중구 을지로12길 14, 1층
    매일 11:00~21:30 일요일 휴무
    12,500원 토시살
    14,000원 부채살
    16,000원 갈비살
    22,000원 와규 치맛살
    14,000원 믹스 호르몬(대창, 막창)
    단체석, 예약, 무선 인터넷

‘다케오’의 문패 모양의 작은 간판.

을지로12길 골목을 지나다 보면 눈에 띄는 주황색 배경에 하얀 글씨의 ‘디지털 마스터’라는 종합 인쇄소 간판을 마주하게 된다. 무심코 지나치면 을지로 골목의 흔한 인쇄소 중 한 곳이려니 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가게 내부로 잠시 시선을 두면 금세 음식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입구 반대편 쪽에 “다케오”라고 써진 자그마한 나무 문패와 같은 것이 이 음식점의 유일한 간판이고, 그 옆에 무심코 자리한 듯 보이는 이곳의 메뉴판 상단에는 ‘다케오 호르몬 데판야끼’라고 비교적 친절하게 이곳의 정체를 밝혀 놓았다. 내부로 발걸음을 옮기면 커다란 철판 두 개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고 김안식 점장이 분주하게 손님들을 대접하고 있다.

을지로 12길을 지나던 행인이 흥미롭게 ‘다케오 호르몬 데판야끼’의 메뉴판을 살피고 있다.

환한 미소와 감각적인 패션이 인상적인 여자 사장님 박현주 씨가 이곳의 공동대표다. ‘다케오 호르몬 데판야끼’는 일본 후쿠오카의 맛집 ’톈진 호르몬’에 매료된 박현주 대표와 일본에서 오랜 시간 유학하며 일본 음식에 내공을 다져온 김안식 점장에 의해 지난 8월에 오픈했다.

한국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한국인에게 더 인기라는 ‘톈진 호르몬’을 국내에서 처음 벤지마킹 한 곳인 만큼 이곳의 반응도 뜨겁다. 호르몬(ホルモン)이란 일본에서 동물의 내장을 뜻하는 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대창, 막창, 곱창 등을 통틀어 이곳에서는 믹스 호르몬이라 칭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토시살, 부채살, 와규와 함께 서빙되는 믹스 호르몬이 인기인데 일본 여행중 맛 본 텐진 호르몬을 잊지 못해 찾아온 사람들부터 직장인들과 젊은 커플, 가족 단위에 이르기까지 최근 그 인기가 상승 중이다.

 

‘다케오 호르몬 데판야끼’ 내부의 모습.
창가쪽으로 일본 사가현의 유명 신사 ‘다케오’의 명물 3년천 된 녹나무를 상징하는 나무가 보인다.

원하는 고기 부위를 선택하면 숙주와 부추를 먼저 철판에 볶고, 손질된 고기를 볶아 차례로 철판 앞 호일 위에 차례로 준비된다. 다케오만의 특별한 두 가지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고 호르몬(내장)을 위한 소스도 따로 준비된다. 세트로 시키면 밥과 국은 무제한이다.

철판에서 요리된 음식을 놓는 호일 자리가 열로 달궈져서 식지 않게 먹을 수 있다는 점과 재료와 조리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본 후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고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날 정해진 분량만을 판매하고 재고를 두지 않아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맛을 우선시하지만 을지로 일대의 최근의 추세에 맞게 실내 공간도 나름 공을 들였다.

원래 인쇄소로 사용할 당시의 바닥을 그대로 유지하고 곳곳에 빈티지함이 묻어나는 소품과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소품들은 과하지 않게 유행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케오’라는 이름은 일본 후쿠오카 사가현에 있는 유명한 신사 ‘다케오’에서 따 온 것인데 그곳의 명물인 3 천년 된 녹나무를 상징하는 커다란 나무가 입구 옆에 자리해 공간에 신선함을 더한다.

일본에서 오랜시간 유학하며 일본요리의 내공을 다져온 김안식 점장

2. 전혀 다른 두 공간에서 즐기는 퓨전 양식, ‘을지로미팅룸·드링크룸’

010-8360-7006
서울 중구 을지로12길 19, 2층 & 3층
매일 11:30 – 22:00 break time 15:00~17:00 / last order ~21:00 일요일 휴무
19,000원 (대표) 구름파스타
13,000원 (대표) 통통떡볶이
18,000원 남해봉골레
35,000원 죠니스테이크
12,000원 미팅룸 샐러드
http://www.instagram.com/euljiro_meetingroom
단체석, 무선 인터넷

예전 ‘솔 커피 호프’라는 간판을 그대로 사용하는 ‘을지로미팅룸’의 입구.

‘다케오 호르몬 데판야끼’에서 약 20초 거리에 있는 ‘을지로미팅룸’ 역시 ‘솔 커피 호프’라는 엉뚱한 주황색 간판을 달고 운영 중이다. 이미 간판을 제작했지만, 최신 트렌드에 따라 이전의 호프집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을 택한 ‘을지로미팅룸’은 건물 2층에 자리해 처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찾아오는 재미를 선사한다. 작년 12월에 오픈한 이후 을지로의 간판 없는 레스토랑의 선두주자이자 파스타와 떡볶이가 맛있는 퓨전 양식당으로 힙스터들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을지로미팅룸.
‘을지로미팅룸’의 오픈 주방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아지트 공간 개념의 작은 레스토랑을 하나 오픈하고자 자리를 찾던 박찬희, 고영환 대표는 저렴한 임대료에 접근이 쉬웠던 을지로를 택했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대기자 명단에 급기야 올해 7월에는 3층에 ‘을지로드링크룸’을 추가로 오픈했다.

오픈 주방에 커다란 일자 테이블 두 곳에 섞여 앉아 빈티지함과 레트로한 분위기를 즐길수 있는 2층 ‘을지로미팅룸’과는 전혀 다른 어두운 펍(Pub) 느낌의 ‘드링크룸’에서도 모든 메뉴를 동일하게 주문할 수 있다. ‘자연’을 주제로 곳곳에 동물 피규어와 소품들, 그리고 칵테일바가 있는 드링크룸은 미팅룸보다 조금 더 조용해서 이곳을 찾는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착석할 수 있다.

‘을지로드링크룸’.

2층과 3층의 대조적이고 개성 뚜렷한 인테리어 컨셉은 고영환 대표의 손길을 거쳤고, 중학교 때부터 요리에 일가견이 있어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한 박찬희 대표는 이곳의 음식 맛을 전담하고 있다. ‘을지로미팅룸’의 대표 메뉴는 ‘구름 파스타’와 ‘통통 떡볶이’로 박찬희 대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메뉴다.

한편 신메뉴 개발과 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그는 3개월 주기로 계절 메뉴를 소개하며 시즌 아웃되기 전에 신메뉴를 놓치지 않으려는 단골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공간만큼이나 음식점은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대로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재방문율은 높다. 처음 오픈 당시 대부분의 손님들이 20대 중후반의 여성이었다면 지금은 남녀노소 찾아오는 이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대기 인원이 많은 시간은 토요일 오후이고 예약은 10인 이상의 단체만 가능하다.

‘을지로드링크룸’의 칵테일 바.
‘자연’을 컨셉으로 해 곳곳에 동물 모형들이 숨어있다.

3. 을지로와 특별한 인연, 젊은 부부의 착한 카페, ‘을지빈’

02-2278-8818. 서울 중구 을지로14길 21, 2층 을지빈
평일 11:30 – 22:00 토요일 13:00~22:00 공휴일 동일
일요일 휴무
4,0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카페라떼
5,000원 바닐라라떼
5,500원 발로나 모카
5,500원 아인슈패너(비엔나커피)
단체석, 포장, 무선 인터넷, 애완동물 동반, 남/녀 화장실 구분

건물 2층에 위치한 ‘을지빈’ 외부.

올해 3월 오픈한 ‘을지빈’은 착한 카페다. 깔끔한 건물 2층에 눈에 띄는 하얀 외관 위로 큼지막한 간판과 함께 ‘내 커피잔 속에 위안이 있다’라는 빌리 조엘의 글귀까지 붙어있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커피숍이다. 게다가 직장인들을 위한 해피아워(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안에는 질 좋은 원두로 만든 아메리카노를 2,500원에 판매한다.

“을지빈” 주변 골목
카페 ‘을지빈’

간판 없는 힙한 카페들을 찾는 것이 취향에 맞지 않고,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꺼리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인 공간이다. 편안하고 깔끔한 내부 곳곳에 빈티지한 소품들로 가득한 레트로한 감성의 인테리어는 어르신들부터 젊은 층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연령층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을지로 3가의 간판 없는 힙한 카페들이 생겨나는 움직임에도 그저 자신들의 카페 공간을 꾸밀 뿐 취향에 맞지 않는 SNS 홍보마저 과감히 내려놓은 장본인들은 을지로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젊은 부부다. 대기업 출신의 남편인 김용안 씨는 을지병원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회사에 다니며 남편과 함께 을지로를 운영하는 부인 강민선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곳 을지로에서 수십 년간 인쇄일을 했다.

레트로 감성의 ‘을지빈’ 주인장의 개인 소장품들

그래서 자신들처럼 을지로를 사랑하는 사람들, 직장인, 인쇄소 관계자들이 이곳을 추억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을지빈’을 오픈했다. 부부가 처음 인테리어를 맡긴 업체가 너무 프랜차이즈 커피숍 느낌으로 작업해 놓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자신들의 소장품으로 하나하나 공들여 꾸민 후 오픈했다.

찾는 손님들이 단순히 커피를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휴식과 추억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이 젊은 부부의 마음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재료의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래도록 자리하고 싶은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페 ‘을지빈’의 두 대표 김용안, 강민선 부부.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강민선 대표는 직접 남편과 함께 다양한 원두를 시음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며 산미가 느껴지는 원두와 묵직하고 구수한 원두의 두 가지 초이스를 두고 인쇄소 관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맥심 커피믹스를 기반으로 신메뉴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과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을지빈’에서 판매 중인 머핀은 호텔에만 납품되는 제품으로 카페로는 단독으로 납품받고 있다니 이곳의 대표 메뉴인 아인슈패너, 블러썸 아메리카노(홍차+아메리카노)와 함께 꼭 먹어볼만한 메뉴다. 을지로 3가의 힙한 바람이 수그러들고 찾는 이가 줄어들 때에도 그저 단골 손님들이 편안하게 믿고 찾을 수 있는 카페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 부부의 바람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4. 내 잔을 내가 고르는 재미, 을지로 루프탑 카페 ‘잔’

02-2285-4854
서울 중구 수표로 52, 3층
월요일 11:30 – 24:00 화요일 11:30~24:00
수요일 11:30 – 24:00 목요일 11:30~24:00
금요일 11:30 – 24:00 토요일 11:30~24:00
일요일 휴무
4,500원 아메리카노
5,000원 잔라떼
6,000원 베트남연유커피
25,000원, 와인
6,500원 아포가토
단체석, 포장, 예약, 무선 인터넷, 남/녀 화장실 구분

카페 ‘잔’의 입구.

힙하고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니는 힙스터들에게 특히 인기인 익선동의 카페 ‘식물’. 그곳의 대표 루이스 박이 지난 11월 을지로 3가에 오픈한 카페 ‘잔’ 또한 ‘호텔 수선화’와 ‘커피사 마리아’ 등과 함께 을지로 카페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을지로 3가 역 11번 출구에서 가까운 카페 ‘잔’ 역시 허름한 인쇄소 건물 3층에 숨어있다고 해도 될 만한 작은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이라 두 눈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좁은 계단을 딛고 올라가다 보면 트랜디한 음악소리와 함께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카페 ‘잔’루프탑 오르내리는 계단.
본인이 마실 음료의 ‘잔’을 진열장에서 선택 후 주문한다

하나하나 눈여겨 보게되는 빈티지한 소품들과 흑백 사진들로 꾸며진 감각 넘치는 인테리어는 한 눈에도 예사롭지 않다. 스타일리스트 출신으로 영국 유학 당시 사진작가로 활동한 이력의 루이스 박의 예술적 감각이 곳곳에서 풍겨난다.

폭격으로 파괴된 벽처럼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 뚫어진 벽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유명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의 이미지 ‘세비야의 소년들(Boys in Sevilla, 1933)’을 떠올리게 한다. 카페 ‘잔’의 하이라이트라면 장식장에 놓인 온갖 종류의 잔 중 하나를 취향에 맞게 골라 음료를 주문하는 데 있다.

카페 ‘잔’의 루프탑.

그저 보는 것에 지나지 않고 고객에게 공간과 사물에 일종의 ‘참여’를 하게 하는 카페 ‘잔’만의 이색적인 문화는 계산대 위에 크게 자리한 이곳의 표어 ‘인간과 사물이 인연이 되고 공간을 만나 새로이 태어난다’를 잘 반영한다.

찾아올 사람은 다 찾아온다는 생각으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다분한 이곳에는 작은 무대도 마련되어 있어서 이따금 뮤지션들의 공연도 올려진다. 뿐만 아니라 오후 6시 이후에는 와인바로 변신해서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러 들른 주변 회사원들이 퇴근 전 와인을 즐기러 찾는 등의 이색적이고 다양한 공간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카페 ‘잔’의 실내 인테리어.

공간에 힘을 준 곳이라 하지만 대표 메뉴인 베트남 연유 커피는 오직 베트남 원두와 연유를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커피 원두에 변화를 주는 등 나름 맛에도 신경을 쓴다. 힙한 카페의 마이더스 손과 같은 감각과 탁월함을 자랑하는 루이스 박은 최근 을지로 4가에 ‘루이스의 사물들(‘잔’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이라는 또 하나의 카페를 오픈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벼룩시장을 진행하는 등의 공간으로 활용하며 다시한번 주목받고 있다.

5. ‘빛’이 만들어낸 특별한 공간, ‘커피사 마리아’

02-2274-2780
서울 중구 을지로16길 5-1, 3층
평일 12:00 – 20:00 일요일 휴무
5,000원 드립커피
6,000원 자몽쌕쌕
6,000원 애플진저
5,000원 마가렛 티
6,000원 바나나케이크
인스타그램 계정 http://www.instagram.com/coffeesa_maria

‘커피사 마리아’건물 외부.

카페 사마리아’도 ‘커피 사마리아’도 아닌 ‘커피사 마리아’다. 9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한 경력의 ‘커피사’ 이민선 씨와 일러스트 작가 ‘마리아’ 이마리아씨의 작업실이자 카페 공간 ‘커피사 마리아’를 찾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주소를 찍어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찾은 건물은 흑염소 요리 전문점 ‘각시어멍’이라는 간판만 크게 보일 뿐 도무지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입구에 붙은 조그마한 스티커를 확인한 후 안으로 들어가 3층으로 올라가면 굳게 닫혀있는 카페의 뒷문을 마주하게 되는데 붙은 안내에 따라 다시 미로 같은 길을 가야 한다.

‘커피사 마리아’의 입구.

그렇게 술래잡기하듯 찾아 들어간 ‘커피사 마리아’의 빈티지한 복고풍 공간은 참 예쁘다. 차분한 말투의 두 여자 주인장들 만큼이나 여성스럽고 감각적인 손길이 인상적인 소품들과 붉은 카펫, 편안한 음악, 삼면의 창에서 쏟아지는 풍부한 햇살이 참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판매용 일러스트 아이템들과 빈티지한 잔들로 가득한 장식장 카운터를 너머 커피사 이민선 씨의 공간이 자리하고, 그 옆 커다란 나무 책상 위 미술도구과 작품들로 가득한 곳은 이마리아씨의 공간, 그리고 하나도 같은 테이블과 의자가 없는 센스만점의 카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을지로 3가의 비슷한 컨셉의 카페들 중에서도 유독 특별함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은 삼면의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각기 다른 풍경과 ‘빛’일 것이다. 이 공간을 선택할 때에도 무엇보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이민선 씨는 특히 자신의 공간 쪽 창문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가 참 마음에 들었다고.

‘커피사 마리아’의 공동대표이자 일러스트 작가 이마리아씨가 자신의 공간에서 작업 중이다.

“저는 초록색 계열을 다 좋아해요. 사계절 내내 푸른 소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이민선 씨는 익선동 카페 ‘식물’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당시 머신을 주로 사용했지만 ‘커피사 마리아’에서는 오직 핸드드립만을 하며 계속해서 커피에 대한 지경을 넓히고 배워가는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꼽은 ‘마리아’라는 밀크티는 파트너 이마리아씨가 미국 여행 당시 인상깊게 마셔본 커피와 라벤더를 블랜드 시킨 음료를 모티브로 개발한 음료이다. 시음을 도우며 신메뉴 개발을 도울 뿐만 아니라 커피사 마리아의 공동대표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이마리아씨는 이민선 씨가 일하던 카페 ‘식물’의 대표 루이스 박 씨의 지인이기도 하다. 그 인연으로 두 사람은 올해 4월, 커피사 마리아를 시작하게 되었다.

판매중인 이마리아 작가의 일러스트 아이템들.

자신의 작업실이자 카페인 이 공간에서 개인 작업뿐만 아니라 외주작업도 진행하고(카페 ‘잔’의 로고도 이마리아씨의 작품이다) 손님들을 대상으로 드로잉 정규 반과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수업 커리큘럼과 신청도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손님들은 한 번 도전해 볼 만한 내용이다.

‘커피사 마리아’를 찾는 이들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빛’을 기억했면 좋겠다는 이민선 씨와 작품도 보고 여유를 즐기는 공간으로 편했으면 좋겠다는 이마리아씨의 바램처럼 오래도록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머물기를 기대한다.

미술도구가 가득한 이마리아씨의 작업 테이블.

6. 을지로에 남은 유일한 서점, ‘노말에이’

전화번호 070-4681-5858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121-1, 2층
홈페이지 http://www.normala.kr/
인스타그램계정 https://www.instagram.com/normala.kr/
대표키워드 > 독립출판, 책방, 디자인 문구

‘노말에이’ 건물 입구.
‘노말에이’ 올라가는 계단.

인테리어와 인쇄업소들이 즐비한 을지로3가역 2번과 3번 출구 사이 대로변에 위치한 독립출판서점 ‘노말에이(NOrmal A)’. 간판이 있다 해도 서점이 있을 법한 자리가 아니라 관심있게 찾아보지 않는 이상 지나치기 쉬운 이곳은 디자인스튜디오 ‘131 Watt’에서 운영 중인 을지로 유일의 서점이다. 두 명의 시각디자이너 정석, 김진영 대표와 광고를 전공한 서지애 대표 세 명이 2015년 장충동에서 처음 문을 연 ‘노말에이’는 30년 동안 다방 자리였던 지금의 을지로 자리로 2016년에 이사 왔다.

‘노말에이’.
‘노말에이’.

‘일상에서의 대답’을 뜻하는 ‘Normal Answer’와 ‘No A’ 즉, ‘A만이 정답이 아니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이 자그마한 독립출판서점 역시 감각 넘치는 세 젊은이의 손길을 여러 번 거쳐 완성된 특별한 공간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의 인테리어 곳곳에 앙증맞은 피규어 소품들과 판매중인 감각적인 디자인 문구류, 그리고 빼곡한 책들이 한데 어우러져 기분좋은 공간을 이룬다.

운이 좋다면 여기에 추가로 을지로 골목 어딘가에서 구조된 고양이 ‘(을)지로’가 햇살 잘드는 창가에 한가로이 앉아 일광욕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노말에이’에서 취급하는 출판물들은 일러스트, 그림책, 그래픽 노블등 디자인에 특화된 서적과 독립출판물들이 주를 이루지만 대형 서점에서 판매중인 매거진이나 대형출판사들의 독립 서점 에디션의 책들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노말에이’.

이곳의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는 텀블러(tumblr)등의 블로그 사이트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개인 블로거들의 연재 글을 모은 에세이 집이나 일러스트 책이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선별해서 취급하고 직접 수입하기도하는 디자인문구류는 서점이라는 정체성을 고려해 공책이나 다이어리 등 지류를 기본적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만을 취급한다.

‘노말에이’를 찾는 주 고객은 시각디자인 전공자나 디자인·예술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지만 최근에는 을지로 3가의 힙한 장소를 찾는 고객들도 많이 들르는 추세다. 후자의 경우 SNS나 블로그에 올릴 사진 촬영만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노멀에이’에서 직수입해 판매중인 대만의 문구용품 브랜드 ‘TOOLS to LIVEBY’사의 페이퍼 클립.

매장 내 사진 촬영이 불가하기 때문인데 출판물의 예민한 저작권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방침이건만 끝내 실망하고 문 앞에서 돌아서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카메라와 휴대폰은 잠시 넣어두고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물과 디자인문구류가 매력적인 이곳에서 잠시 여유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왠지 책 한 권쯤 읽어야 할 것 같은 이 계절에 ‘노말에이’에서만 구매 가능한 책 하나 들고 근처 카페에 앉아 읽어보는 것이야말로 힙하니까.

‘노멀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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