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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공간’, 개미지옥이라도 행복해요~팝업의 매력에 빠지다

‘밀도 있는 공간’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힘

요즘은 상권이 살아 있는 곳이면 팝업이 들어선다. 연남동 익선동 세로수길 등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지역에 크고 작은 팝업이 끊이지 않는다. 성수동 연무장길에는 월 평균 100개 이상의 팝업이 열릴 정도다.

2022년 4월에 ‘가나 초콜릿 하우스’ 시즌1 팝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대형 팝업이 한 분기에 기껏해야 4~5개 열렸던 것에 비하면, 불과 2년 사이의 놀라운 성장세다. 팝업이 활성화되며 유동 인구가 많아졌다. 그 결과 성수의 지역적 위상이 달라졌고 일평균 팝업 대관료도 2019년 대비 2~3배 이상 상승했다.

젠틀몬스터

이렇듯 팝업 시장이 과열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팝업이 아무리 성행해도 한 거리에 들어선 카페보다 숫자가 많지 않다. 팝업이 많이 열리는 현상이 문제가 아니라, 왜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팝업이 너무 많다는 것이 과열된 팝업 시장의 핵심이다. 팝업은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는 장소다.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 위기 시대에 ‘리테일 테라피’ 콘셉트로 현대백화점의 구태의연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로운 메가 스토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 팝업 공간을 특화시켜 MZ층을 유입하는데 성공했다. 개점 2년간 300여개의 팝업을 열어 연 200만명을 유입했다.

밥캣 어패럴, 더현대 서울서 팝업

더현대 서울은 팝업을 ‘더현대 서울의 엔진’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트렌드 발신지의 역할을 하며 낙수 효과를 창출해 팝업 공간 주변의 브랜드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오프라인이 가진 최우선의 가치는 방문자가 즐거움을 느끼는데 있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지루할 틈 없이 입체적으로 펼쳐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뻔한 공간이 주는 클리셰 너머 예상 밖의 놀라운 공간을 발견했을 때, 소비자는 개미 지옥에 빠져들 듯 그 공간에 몰두한다.

한섬 EQL의 이색적인 팝업(더현대 서울)

편집숍 EQL 성수…30% 이상 커뮤니케이션형 MD로
오프라인 콘셉트는 명징할수록 밀도가 생긴다. 밀도 있는 공간이 전달하는 이야기에 소비자는 설득된다. 같은 마트라도 콘셉트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데, 고급스럽거나 캐주얼하거나 클래식하거나 실용적인 공간 분위기에 따라 주 소비자층, 상품의 구성, 가격 등이 다르게 책정된다.

단일한 목적성을 가진 공간을 만들어야 소비자가 반응한다는 것을 전제할 때, 어설픈 타깃팅은 생산적이기보다는 소모적이다.

팝업은 때로는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아도 된다. 오직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며, 호감 어린 관계의 서막을 여는 것이 팝업이다. 오프라인 대부분에 ‘판매’의 기능이 주홍글씨처럼 새겨져 있다. 이를 탈바꿈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것이 지금 오프라인의 본질이다.

골든듀 ‘헤리티지 앤 비욘드’ 성수 팝업…라벤다 컬러로 뒤덮다

예를 들어 한섬이 만든 의류 편집숍 EQL 성수는 매장이 30% 이상을 커뮤니케이션형 MD에 할애한 분기별로 콘텐츠를 순환시킨다. 단지 옷을 파는 기능적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공간 구성에 주력한 것이다.

MZ의 관심이 꺼지지 않는 젠틀몬스터는 한발 더 나아간다.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나 하우스 도산은 매장 내 판매 기능을 극단적으로 제거하며, 기존의 상업 공간과 분명히 차별되는 그들만의 세계로 대중을 끌어들인다.

패션 브랜드가 선도하고 제안해야 할 시즌별 스토리를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전달하는데 프랑스 력서리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프랑스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데이제르(D’heygere)는 블랙핑크 제니, 중국의 아티스트 차이쉬쿤(CAI XUKUN)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제니와 젠틀몬스터의 환상적 컬래버레이션

스마트한 젠틀몬스터…콘텐츠 순환 통해 메시지 전달
또한 미디어 아트와 설치 미술을 도입해 해당 시즌의 MD를 전시 형식으로 노출한다. 디자이너 브랜드 스탠드 오일(STAND OIL)의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두 달 단위로 MD를 전면 교체해 콘텐츠를 순환시킨다.

한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일본의 한큐 한신은 에이치투오 리테일링 소속의 백화점 브랜드다. 한큐 한신 우메다 본점은 2012년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친 후 ‘극장형 백화점’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선언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과감하고 혁신적인 시도였다. 전체 면적의 20퍼센트를 서비스 공간으로 만들어 판매 기능을 제거했고, 이 공간에 단기 이벤트를 끊임없이 열어 사람들이 구경하고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구호플러스, 스테이지35 성수 팝업 오픈

관계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양적 횟수가 아니라 경험의 질적 밀도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고객 방문율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무조건 사람들이 많아 오는 것이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성을 강화하겠다는 증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최종 목적지로 그 팝업을 선택했냐다. 괸계자들은 일평균 방문객 수치를 성공한 팝업의 지표로 평가하지만, 관계성 차원에서 방문객의 수는 하수에 가깝다. 예를 들어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에 대형 팝업을 열었다고 할 때 데이트하러 나온 젊은 커플이 패션 몰 만큼 진입 장벽이 낮게 느껴지는 팝업 공간에 별생각 없이 들어와 사은품만 받고 5분만에 사라졌다면 그 팝업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어떤 측면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을까.

브랜드 메시지를 알리겠다는 목표의식 없이 팝업 현장에서의 제품 판매량, 방문객 수, SNS 팔로워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해 경품을 퍼 주는 판촉형 팝업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무가치하다.

제이씨패밀리 ‘펜필드’ PENFIELD CHILL MARKET 성수 팝업 오픈

소비자가 브랜드 활동에 참여하는 경험은 소비를 통해 완성된다. 오프라인에 전시된 제품 중 열이면 열이 좋다고 칭찬해도 단 하나를 사지 않으면 그 공간에서의 경험은 미완으로 남는다. 이것이 방문율과 구매전환율을 다르게 봐야하는 이유다. 거리 곳곳에 팝업을 열었다면 다양한 상품과 증정품을 나눠준다. 증정의 근거는 고객체험이다. 공짜라서 사람들이 모이지만, 무작정 퍼주는 것이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고민해 봐야한다.

고객 방문율이 아니라 구매 전환율에 주목해야
판촉형 팝업이 성행하면서 팝업을 찾는 체리피커가 늘었다. 메시지가 담긴 기획된 공간을 음미하고 즐기기보다 공짜라는 것에 관심이 많다. 브랜드 관점에서 체리피커는 의미 있는 소비자가 아니다. 그들의 의미 있는 정보를 발산하지 않는다.

우리는 왜 밤새 줄을 서서라도 명품 가방을 사는가? 왜 ‘오픈런’을 해서 그 까페에 그 식당에 가는가? 왜 피케팅으로 산 공연을 더 기억 하는가. 기획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의미 있는 경험을 심고, 그 경험을 통해 브랜드와의 관계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푸마코리아 ‘푸마’, ‘FOREVER. SPEEDCAT.’

생존의 영역에서는 합리적 가격이 구매 결정을 좌우하지만, 취향의 영역에서는 가격 저항력이 극도로 낮아진다. 이때 ‘상품’이 주인공이 되면 가격이 아니라 감수성의 저항에 부딪힌다. 브랜드 메시지가 분명한 공간에서 상품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기만 해도 소비자는 상품의 진가에 공감하며 자발적으로 대가를 지불한다. 제품 구매를 강요하거나 무료로 주는 것은 브랜드와의 관계를 악화하는 구시대적 방식이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은 명확한 찰나의 씬에서 발생한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영화의 한 컷이나 결정적 순간이 응축된 한 장의 사진처럼 감수성이 동하는 명확한 장면을 체감할 때 소비자는 구매를 확신한다.

그래야 취향이 고급화된 소비자와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 장면을 만들지 못하면 소비자는 이성의 세계에서 머물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고수한다.

* 이 지면 내용은 경험하고, 공감하고, 관계 맺는 ‘공간’의 힘을 담은 책 ‘결국, 오프라인’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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