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여부를 둘러싸고 이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최근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거대 독과점 기업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해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시정하려는 노력과 함께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해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에 더욱 불이 붙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갑을관계 규율은 자율규제에 맡기고, 독과점을 비롯한 경쟁 저해 문제는 법 제·개정 등을 통해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대통령의 지시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은 시장점유율, 매출,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끼워팔기, 자사 우대, 최혜 대우, 멀티호밍 제한(Multihoming·경쟁 플랫폼 이용 방해) 등 독과점 남용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갑질 행위는 종전대로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률로 규율한다는 내용이다.
소수의 공룡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미리 지정하고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부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자를 몰아내기 위해 해온 반칙들을 사전에 방지해 부당하게 독점력을 키우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직접 “시장을 지배하는 소수 플랫폼의 반칙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적지 않다”고 말하면서 추진 의지를 밝혔다.
당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네이버와 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구글 등이 포함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국내 리테일 업계는 플랫폼법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후 규제’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위법 여부를 상시 들여다보는 ‘사전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어서 지정 기업의 부담이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 플랫폼의 규제 받게 되면… 시장 점유율 확장에 제동
지배적 플랫폼 기업에 선정될 가능성이 큰 네이버와 쿠팡,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활약하는 대표 업체들이다. 특히 쿠팡과 네이버는 이커머스 생태계를 좌우하는 기업들이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 순위에서 쿠팡이 37.7%로 1위를 지켰고 네이버 쇼핑이 27.2%로 2위를 유지했다. 양대 쇼핑몰을 합하면 점유율이 64.9%에 달한다. 2022년 조사와 비교하면 쿠팡은 3.5%포인트, 네이버 쇼핑은 3.7%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두 회사의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법의 규제를 받게 되면 시장 점유율 확장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예를들어 플랫폼법이 도입되면 원칙적으로 네이버쇼핑에서 네이버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설정하는 것도 플랫폼법이 금지하는 ‘자사 우대 행위’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이러한 규제를 추진하는 이유는 특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 경우, 폐해가 적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84.3%가 플랫폼법 제정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4.9%에 그쳤고 보통이라는 답변은 10.9%였다.
플랫폼법 규율 대상에 시장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만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소상공인 업종에 직접적인 피해는 주는 플랫폼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응답이 76.6%를 차지했고 법은 최소한의 규제로 파급력이 큰 소수 거대 플랫폼만 지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14.4%에 그쳤다.

사업장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온라인 플랫폼으로는 직방·다방 등 부동산 플랫폼이 30.0%로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배민·쿠팡이츠·야놀자·여기어때 등 배달 및 숙박 플랫폼이 29.1%였다. 다음으로 네이버·카카오 12.3%, 쿠팡·G마켓 등 쇼핑 플랫폼 10.9%, 구글·애플 1.9% 등이다.
온라인 플랫폼과의 관계에서 가장 애로를 크게 느끼는 부분은 과도한 수수료(49.6%)가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이어 자사 우대(15.4%), 최혜 대우 요구(11.6%), 끼워팔기(5.5%) 등 순이었다.
플랫폼의 독점을 풀기 어려운 건 ‘간접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입점 업체가 늘고 이용 소비자는 연쇄적으로 많아지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들은 반칙행위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유인이 강하다. 또한 플랫폼 독점기업은 현재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풍부한 자본력과 플랫폼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다른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는 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 유럽연합(eU), 거대 플랫폼 견제 위한 디지털시장법 통과시켜

이러한 이유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규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거대 IT 플랫폼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지난 2022년에 통과시켰고, 3월부터 시행한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또 다르다. 만약 네이버와 쿠팡 같은 서비스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걸리면, 삶이 많이 불편해진다. 그만큼 사회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가천대 전성민 교수는 플랫폼법 도입에 따른 수수료 인상과 이로 인한 상품 가격 전이 효과로 소비자 잉여가 최소 1조 1,000억~2조 2,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규제가 국내 기업에만 작동하고, 해외 기업에는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다면 ‘역차별’ 우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 현안분석 보고서를 내고 “해외 사업자의 연매출 산정 문제로 인해 국내 플랫폼 사업자만 역차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이 회계장부에 매출액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는 탓에 이들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구글 등 공룡 플랫폼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 매출을 과소계상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신 매출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 국내 플랫폼들은 깐깐한 규제가 적용돼 법 적용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점이다. 그사이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이 위축돼, 해외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도 해외 기업에 적용하는 게 쉽지 않은데 플랫폼법을 해외 기업에 적용하는 건 더 어려울 것”이라며 “지배력이 높은 몇몇 토종 기업들이 있다지만 여전히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규제에 발목 잡히면 금세 고꾸라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협회 역시 “규제를 통해 벤처기업의 성장캡(cap)을 씌우는 공정위의 플랫폼법 제정 움직임에 4만여 벤처기업들은 즉각적으로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외국 기업을 지정하면, 통상 갈등 문제가 발생한다.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차관은 플랫폼법 관련해서 우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우리는 한국이 플랫폼법 통과를 서두르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플랫폼법 추진 내용은 심각한 결함을 지녔고 소비자에게 분명한 이익이 되는 경쟁을 짓밟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저런 반대에 부딪히자, 현재 플랫폼법 논의는 ‘멈춤 상태’다. 플랫폼의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에 따라 업계 반발이 커졌고 구글·애플 등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자 통상 마찰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공정위가 입장을 ‘재검토’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가 끝나면 규제 논의는 언제든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조홍성 공정위 부위원장은 “다양한 대안을 열어 놓고 학계 전문가들과 충분히 검토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의견 수렴을 통해 법안 내용이 마련되면 조속히 공개해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플랫폼 규제 의지를 꺾지 않았음을 밝혔다.
실제로 플랫폼 규제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독과점 방지를 명분으로 플랫폼 규제를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2020년 이른바 ‘플랫폼 갑질’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이듬해 1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당장 4월에 이뤄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표를 잃을까 걱정돼 입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어떤 사업자가 어떤 규제를 받느냐에 따라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만큼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