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유통가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화되고 국민 소득이 평균 3만 달러가 넘어가면서 관련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라이프스타일 시장 규모는 2008년 7조원에서 매년 확대돼 2014년 10조원, 2017년 12조원에 이어 2023년에는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기 공간을 개성 있게 꾸미는 트렌드가 계속 강화되고 있는 것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주목 받는 이유다. 어릴 때부터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 세대들이 자라면서 입는 것과 먹는 것에 이어 집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특히 홈퍼니싱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집(home)’과 ‘단장하는(furnishing)’의 합성어인 홈퍼니싱은 가구나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 집안을 꾸밀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이들 제품은 설치나 무게 때문에 온라인 쇼핑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전통적인 효자 상품인 패션 의류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 영국 ‘더콘란샵’ 론칭…프리미엄 리빙 시장 공략

롯데백화점은 올 하반기 영국의 프리미엄 리빙(생활용품) 편집숍 ‘더콘란숍’을 선보인다. 지난해 12월 ‘더콘란샵’의 영국 런던 본사인 CRBH(Conran Retail and Brand Holdings)와 국내 매장 운영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롯데는 1호점을 백화점이 아닌 강남에 로드숍 형태로 오픈할 예정이다.
1974년 영국에서 런칭한 ‘더콘란샵’은 고급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토털 인테리어 매장으로 유명하다. 유명 디자이너 가구를 비롯해 홈데코·주방용품·식기·침구 등 다양한 리빙 제품부터 취미용품, 키즈 제품, 패셥잡화까지 한 자리에 모아 파는 편집숍 형태로, 현재 영국 3곳, 프랑스 1곳, 일본 6곳 등 3개국에 1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국내 리빙 시장이 중저가와 소수의 럭셔리 브랜드로 양분돼 있다고 보고 ‘더콘란샵’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롯데는 ‘더콘란샵’ 외에도 리빙 PB(자체브랜드)와 상품군을 꾸준히 확대하며 홈퍼니싱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에는 유럽 직수입 가구·소품 편집숍인 ‘엘리든홈’ 1호점을 강남점에 오픈하고 지난해에는 잠실점에 2호점을 선보였다. ‘엘리드홈’에는 70여개 프리미엄 브랜드가 입점, 강남점과 잠실점의 리빙 상품군 매출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자체 중저가 리빙 PB인 ‘살림샵(#)’과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로 불리는 카림 라시드의 리빙 브랜드인 ‘크리에이트 바이 카림(Kreate by Karim)’을 런칭했다. 특히 ‘살림샵’에서는 국내 리빙 트렌드를 이끄는 40여개 브랜드, 800여개 제품을 중저가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는 오는 2020년까지 ‘살림샵’과 ‘크리에이트 바이 카림’ 매장을 각각 10개와 6개로 늘릴 계획이다.
리뉴얼을 통한 고객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지난 2017년 9월 리뉴얼한 후 리빙관 매출이 지난 1년간 전년대비 23% 신장했다. 특히 명품 브랜드 ‘펜디’의 리빙 브랜드 ‘펜디까사’ 매출은 532%나 증가했다. 지난 2017년 12월 1층에 명품화장품 대신 파격적으로 라이프관을 배치한 안산점도 매출 상승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백화점 창립 4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리뉴얼에 나서는 본점도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이 리빙관이다. 지난 1월 8층 리빙관에 주방, 식기 카테고리를 오픈한데 이어 지난달 가전, 식기 매장이 문을 열었다. 올해 말까지 계속되는 리빙관 리뉴얼은 씨어터형 공간연출과 함께 체험형 매장을 결합하는 등 고객들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 현대리바트 이어 한화L&C 인수 시너지 효과 기대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종합 건자재 기업인 한화L&C를 인수, 홈퍼니싱 사업을 강화했다. 한화L&C는 지난 2014년 한화첨단소재 건자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인조대리석·창호·바닥재 등의 건자재가 주력 품목이다.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2년 가구업체인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를 인수하며 가구·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5049억원이던 현대리바트의 매출은 지난해 1조3517억원(연결 기준)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17년 말 모그룹 계열사였던 현대H&S와의 합병효과도 있지만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의 탄탄한 유통망이 시너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한화L&C 인수로 현대리바트의 가구·인테리어 소품 사업 외에 창호·바닥재·인조대리석 등 건자재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연매출 2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종합 리빙·인테리어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인 윌리엄스 소노마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고 ‘윌리엄스소노마’, ‘포터리반’, ‘포터리반키즈’, ‘웨스트엘름’ 등 4개 브랜드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의 주요 지점 리뉴얼도 리빙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빙 상품군이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전체 매출 중 리빙 비중이 2017년 기준 10.1%로 처음 10%벽을 넘어서기도 했다.

가장 최근 리뉴얼한 천호점은 총 5300㎡(1600평) 규모의 초대형 리빙 홈퍼니싱 전문관 ‘슬립랩’을 오픈했다. 슬립랩은 에이스·시몬스·템퍼·씰리 등 대표 침대 브랜드별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체험 요소를 갖춰 놓고 있다. 반응이 좋아 판교점, 미아점, 중동점에도 수면 전문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무역센터점에는 지난해 7월 ‘럭셔리 리빙관’을 선보였다. 이곳은 명품 가구를 비롯해 유명 작가 미술 작품도 전시해 갤러리처럼 고급스럽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럭셔리 리빙관 오픈 이후 무역센터점 가구 매출도 매달 고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앞으로 그룹 내 리빙·인테리어 부문의 재원과 역량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화L&C의 자체 역량과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현대리바트와의 사업 시너지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리빙·인테리어 부문을 유통, 패션 부문과 함께 그룹의 3대 핵심 사업으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지난해 1월 인수한 까사미아 본격 육성 나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월 가구업체인 까사미아를 인수, 리빙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인수 이후 터진 라돈 매트리스 사태 탓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지 못 했지만 사태가 진정되면서 올해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의 업무를 총괄하던 임병선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신세계백화점의 디자인과 기획 전문 임원도 전면에 배치했다. 또한 지난 3월 스타필드 시티 위례점에 이어 지난달 관악점을 오픈하는 등 연말까지 20여개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출점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까사미아는 기존 80여개를 포함해 전국에 100여개 매장을 확보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하이엔드 가구 ‘라메종’을 런칭하고 하반기에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라인을 출시, 프리미엄 상품 라인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까사미아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리빙 사업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에 강남점을 리뉴얼하면서 9층에 국내 최대 규모인 2000평 규모로 생활전문관 ‘신세계홈’을 오픈하면서부터다. 2017년에는 부산 센텀시티점에도 생활전문관을 기존 7층에서 8층까지 확대해 복층으로 만들며 국내 최대 규모(2400평)로 리뉴얼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앞으로 까사미아를 비롯해 홈퍼니싱 사업을 강화해 패션, 유통과 함께 그룹의 핵심 분야로 육성할 방침이다.